필리핀 가사관리사, 손빨래·상차림 안해요
오는 9월부터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범위가 제시됐다. 기본적인 아이 돌봄 업무뿐만 아니라 동거가족을 위한 간단한 세탁·청소·설거지 등은 가능하지만, 손빨래·손걸레질 등 도구 없는 청소, 동거 가족을 위한 음식 조리, 쓰레기 배출 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고 복잡한 탓에 실제 일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거나 과도한 업무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대리주부·돌봄플러스 등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기본 업무는 ‘아이 돌봄’이다. 구체적으로 ▶식사(분유 수유, 젖병 소독, 반찬 조리 및 먹이기, 간식 제공, 설거지) ▶목욕 ▶배변(기저귀 갈기, 배변활동 도움) ▶등하원(편도 15분 이내 어린이집·학교·학원 등) ▶낮잠 재우기 ▶방청소 ▶옷 세탁 등이 있다.
단, 청소기·세탁기 등 도구 없이 손걸레질이나 손빨래는 시킬 수 없다. 유모차나 유아 매트 등 전문 세탁이 필요한 육아용품 세척도 불가능한 업무다. 또 세탁 업무만 가능하고, 아이 옷을 포함한 다림질 업무까진 할 수 없다. 아이 식사를 넘어서서 어른을 위한 식사를 조리하거나 상차림을 하는 것도 안 된다.
동거가족을 위한 가사 업무도 일부 가능하나, 상당 부분 제한돼 있다.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세탁물을 사전에 분류해놓은 경우에 어른 옷까지 세탁기를 돌릴 수 있다. 아이 식기와 함께 어른이 사용한 식기 설거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옷·장난감·식기·냉장고 식품 등을 수납 정리하거나 외부에서 장을 보는 업무는 할 수 없다. 음식물·일반·재활용 등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도 할 수 없다. 청소 범위도 베란다·현관이나 천장·유리창 등 손에 잘 닿지 않는 곳은 제외된다. 어르신 돌봄 업무나 반려동물을 돌보는 행위 등도 할 수 없다.
제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이유는 한국 정부와 필리핀 정부 간 협의 때문이다. 양국은 아이 돌봄을 기본으로 하되 ‘명시된 업무를 넘어서지 않는 한 동거가족을 위해 부수적이며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업무협약(MOU)에 담았다.
하지만 실제 가정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업무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무수한 집안일 하나하나를 모두 규정에 담아 행동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관리서비스지부장은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훑어봤지만, 여전히 해석하기에 따라 업무 범위가 달라질 여지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편 대리주부와 돌봄플러스는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자사 모바일앱을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신청을 받고 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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