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00년 역사의 시조, 한글 가장 기품있게 표현하는 ‘민족 장르’

2024. 7.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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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학생시조백일장에 응시한 초등생들이 시조를 짓고 있다.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중앙포토]

한류의 열풍이 거세다. 단순한 K팝의 유행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표현일만큼 폭넓게 드높아진 한국 문화의 면모는 마치 백범 선생의 간곡한 소망이 현실로 다가온 듯해 더욱 기쁘고 대견하다.

이 모든 한국문화의 중심에는 자랑스러운 한글이 튼실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미 한글은 창제 이유뿐 아니라 그 원리와 철학적 배경 등의 근거를 확보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와 함께 큰 위의(威儀)를 지닌 언어로 공인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한국문학도 서서히 여러 장르에서 주목받게 된 현상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특히 시조는 한글로 기록할 수 있는 문학 장르 중에서 한글의 구조와 특장을 가장 유려하고 기품 있게 표현해낼 수 있는 장르라고 평가된다. 시조에서 규정하는 음보는 우리들이 구사하는 한국어의 보법을 가장 절제 있고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을 지켜오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조가 2021년에 새롭게 개정된 문학진흥법에서 독립 장르로 인정받으며 민족 자존의 체면을 세우게 되었다. 늦었지만 아주 당연한 일이요,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시조는 한글이 창제되기 훨씬 전부터 지어졌고 구전되어 전해질 수 있었으니 그 역사는 800여 년에 이른다. 지금처럼 다양한 문화 콘텐트가 발명되기 전에는 이병기 선생이나 이은상 선생의 시조에 곡을 붙인 가곡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불리었다. 한국시조시인협회가 현대시조 100년의 역사를 정리해 ‘시조의 날’(매년 7월 21일)을 제정한 것이 2006년의 일이다. 우리의 문화를 소중하게 받드는 추세가 각종 예술 방면에서 진행된 소중한 결과였다.

올해도 시조의 날 행사 일부로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제10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행사가 지난 13일에 개최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전국에서 614명이 응모해 3대1의 예선을 거쳐 총 180명이 참석한 조계사 전통문화공연장은 시조의 열기로 가득하였다. 여수와 진주 등에서 새벽 KTX를 타고 올라온 학생들은 주최 측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주머니’라는 시제로 캥거루의 어미 주머니를 상상력으로 불러온 4학년 학생이 초등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뿌리’라는 시제로 고구려의 기상과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호출한 중등부 수상자, 그리고 ‘밤’을 제목으로 어부 아버지의 모슬포 야간조업을 시상으로 엮어낸 고등부 수상자는 어엿하고 늠름한 모습을 자랑했다. 또한 암송대회에서 50편의 시조를 한 자도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감정을 넣어 암송한 진주의 초등 4학년 여학생 눈망울은 초롱초롱했다. 이렇게 네 명에게는 교육부 장관상과 함께 상금이 100만원씩 주어졌다.

이어 21일에는 시조의 날 행사가 열린다. 특별히 한국시조시인협회가 가람 이병기 선생의 주도 아래 창립된 지 60년을 맞는 해여서 다양한 강연과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글이라는 위대한 언어로 짓는 보물이 바로 시조인 것을 유념하며, 우리 문화의 진가에 큰 관심이 모아지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정용국 이사장=2001년 ‘시조세계’ 신인상 등단. 시집 『난 네가 참 좋다』 (실천문학) 외 4권 출간. 2021년 제6회 노산시조문학상 수상.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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