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株’보다 ‘배신株’? 네이버 어쩌다… [스페셜리포트]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7. 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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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로 네이버 해외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주력 사업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검색, 커머스 등 사업 영역에서는 점유율과 거래액이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도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경쟁을 해야 해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다수다. 사업 난맥상이 부각되면서 네이버 주가는 신저가로 곤두박질쳤다. 공교롭게도 네이버는 올 상반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줄줄이 매도해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네이버가 국민 배신주(株)가 됐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네이버를 둘러싼 위기 요인을 분석한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부터)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나 ‘소버린 AI’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제공)
검색 기반 ‘흔들’

‘제2이마트’ 우려 확산

‘IT 공룡’ 네이버가 흔들린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일 급락한다. 주력 사업에서는 정체·역성장 징후가 뚜렷한 데다, AI 등 신사업에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인식 탓에 성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2분기 매출은 2조6501억원, 영업이익은 4348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약 10%, 영업이익은 17% 증가한 수준이다. 네이버웹툰 미국 나스닥 상장에 따른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역대 2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호실적에도 주가는 속절없이 고꾸라진다. 특히, 네이버 일부 경영진이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을 두고 날 선 비판이 잇따른다. 통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기업 임원의 자사주 매도는 주가 하락의 전조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라인야후 사태가 심화한 시점인 지난 4월과 6월 사이 네이버 리더급(상무·전무) 이상 임원 총 25명은 20억5140만원 규모 자사주를 팔았다. 7월 들어서도 네이버 임원의 보유 지분 매도가 이어진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것은 미래 실적이 ‘피크아웃’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탓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정체성을 상징하는 검색은 물론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하는 커머스에서 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숫자를 뜯어보면 전체적으로는 성장 추세를 보이지만 문제는 ‘기울기’다.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울기가 꺾였다는 우려가 들불처럼 확산하면서, 시장 일각에선 ‘제2의 이마트’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든다.

네이버 매출 뼈대는 광고(검색+디스플레이)와 커머스다. 광고 매출은 검색과 디스플레이로 나뉜다. 검색 광고는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로 관련 판매 링크를 줄줄이 보여주는 식이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배너 광고’로 보면 된다. 검색 사이트를 찾은 불특정 다수 사용자 행태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배너나 이미지를 띄운다. 최근 수년간 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으로 광고 매출과 비중 격차는 크지 않다. 2020년 50%를 웃돌던 검색·디스플레이 광고 매출 비중은 최근 30%대로 줄었다. 이 기간 커머스 매출 비중은 크게 늘어 최근에는 30%에 근접한다.

검색 부문에서는 네이버의 확고한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엿보인다. 네이버 검색 점유율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 추세다. 2022년 말(64%), 지난해 말(60%)에 이어 최근 점유율은 60% 선이 무너졌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웹 검색 엔진 점유율은 지난 1월 1일 62%에서 지난 6월 25일 56.5%로 약 6개월 사이 5.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구글은 28.3%에서 35.3%로, MS(마이크로소프트) ‘빙’은 1.8%에서 3.3%로 상승했다.

물론 국내 검색 과반 점유율을 낮다고 볼 순 없다. 문제는 글로벌 빅테크 구글과 격차가 갈수록 좁혀진다는 데 있다. 구글 점유율은 2022년 말 26%, 2023년 말 29%에서 올 들어 30% 중반까지 뛰었다. 네이버와 구글 격차는 약 21%포인트다. 2022년 말 38%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 검색 점유율 하락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인터넷 이용 패턴 자체가 바뀌었다. 텍스트 기반 검색보다 유튜브 등 영상 기반 검색으로 패러다임이 이미 넘어갔다는 게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이런 추세를 타고 네이버는 사용 시간 정체 국면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고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인은 유튜브를 월 400억~500억분가량 봤지만, 지난해부터 1000억분을 돌파했다. 지난해 230억분을 넘었던 네이버 월 사용 시간은 올 들어 200억분 안팎으로 줄었다. 총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검색을 찾지 않았다는 의미다.

포털 광고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업 등 대형 광고주의 예산 삭감 기조가 여전한 데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로 예산 집행이 분산되고 있다. 현재 네이버 디스플레이 맞춤형 광고의 경우, 사용자 소비 심리가 약해 실제 구매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장기적으로는 AI 성장과 맞물려 인터넷 생태계 판도가 바뀌면서 검색 의존도가 높은 포털부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네이버를 불안에 떨게 한다. 현재 인터넷 검색 생태계에서는 이용자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포털이 적합도와 시의성 등을 반영한 알고리즘에 따라 검색 결과 링크를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이용자는 이 링크를 눌러 외부 사이트로 이동한다. 포털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콘텐츠를 제공한 웹사이트는 트래픽을 받는 게 작금의 검색 생태계 구조다.

생성형 AI는 검색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링크를 읽어 답을 내놓는 식으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한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방식이 아닌 셈. 검색 결과를 클릭해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생성형 AI 문답만으로 정보 수요가 충족된다면 외부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은 급감할 수 있다. 이 탓에 IT 전문 매체 가트너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검색 포털에서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2026년까지 25% 줄어들 것으로 봤다. 결국 검색 포털은 트래픽 감소와 이에 따른 광고 매출 하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비상 걸린 네이버 쇼핑

에셋 라이트 → 에셋 헤비로

네이버 커머스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확산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네이버쇼핑 거래 금액은 12조2000억원이다. 직전 분기(12조4000억원)보다 2000억원 줄었다. 분기 기준 네이버쇼핑 거래 금액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무차별 공습으로 네이버 역시 기존 성장 전략으로는 점유율 하락을 방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네이버와 쿠팡은 물류 전략이 전혀 다르다. 네이버는 물류 인프라에 직접 투자를 최소화하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전략이다. CJ대한통운, 파스토, 두핸즈 등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라 불리는 연합군을 지렛대 삼아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알리바바, 북미 쇼피파이 등도 ‘에셋 라이트’ 기반 물류 전략을 편다. 반면, 쿠팡은 물류센터를 직접 지어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리테일러 모델’로 분류된다.

에셋 라이트 전략과 리테일러 모델은 물류 서비스 측면에서 상호 장단점이 명확하다. 에셋 라이트 전략을 편 네이버는 물류 인프라 직접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물류 연합을 기반으로 전국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커머스 생태계 전체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무엇보다 여러 물류사가 각각 배송을 하므로 배송 밀도를 높이는 데 취약하다. 쿠팡처럼 여러 상품을 한데 모아 집적도를 높여 배송함으로써 단위 배송비를 낮추는 전략을 펴기 힘들다. 물류 연합군에 의존하므로 반품 등 대고객 서비스를 직접 통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손익 측면에서는 효율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는 상품 중개를 기반으로 물류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해 ‘의도된 적자’를 비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격화하면서 ‘에셋 라이트’ 전략이 ‘에셋 헤비’로 변모할 조짐이 나타난다. 쿠팡의 고속 성장에 이어 알리, 테무까지 진출하자 커머스 시장 생존 전략이 고차방정식으로 변화했단 진단이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기대해온 네이버 물류 연합 기업 셈법도 복잡해졌다.

올 들어 네이버는 ‘탈쿠팡족’을 겨냥해 당일·일요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무료반품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입한 뒤 내년 전국으로 확대한다. 커머스업계 경쟁이 격화한 가운데, 적자 규모가 큰 물류 기업으로선 무료배송·반품 서비스를 확대할 여력이 없다. 이 탓에 배송료와 반품 관련 수수료를 네이버가 보존해주겠다는 의미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 커머스 성장 전략이 중요한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본다. 물류 연합 기업의 적자를 상쇄할 만큼 거래 규모를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대규모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무료배송·반품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제한된 물류 통제력으로 배송 밀도를 올리는 데도 한계가 따른다. 익명을 원한 플랫폼 업종 애널리스트는 “배송 밀도를 높이지 못하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대규모 물류 비용이 인식되기 시작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한다면 기존 주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 등 제한된 구역일지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주주들에게 새로운 전략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봤다.

특히, C커머스 업체를 ‘광고 고객’이라는 안일한 관점에서 바라봤던 게 뼈아픈 대목으로 지적된다. C커머스 업체는 네이버와 상품 구색이 상당 부분 겹치면서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아직 절대 규모 면에선 네이버를 위협할 수준은 못 되지만 성장 속도가 워낙 가파르다. 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설령, 알리와 테무에 광고비를 받더라도 스마트스토어 자체가 죽어버린다면 광고와 커머스 선순환 체계가 무너진다”며 “네이버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내수 기업’ 전락 위기

라인, 탈네이버 가속

네이버 위기론이 떠오른 결정적 배경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있다. 네이버 해외 확장 전략 중심에 ‘라인’ 관련 사업이 있는 만큼, 라인야후 사태 이후 내수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 네이버 지분 매각 협상이 공식화된 이후 네이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월 2일 국회에서 “단기적으로 라인 관련 지분 매각은 안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중·장기적 전략 결정은 확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라인야후 사태는 네이버 해외 사업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라인야후는 지난 7월 1일 일본 총무성이 앞서 내린 행정지도 관련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라인야후의 ‘탈(脫)네이버’ 의지는 강력하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클라우드 시스템 단계적 분리 기한을 기존 2026년 12월에서 2026년 3월로 앞당긴다. 분야별 예상 중단 시점도 기재했다. 검색·서비스 분야에선 현재 적용된 네이버 검색 엔진 기술 협력을 2024년 9월 말 종료한다. 이미지 인식을 위한 네이버 카메라 기술 역시 올해 말 중단한다. 커머스 분야에서도 네이버 기술을 모두 빼낸다. 엔터테인먼트와 메신저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 입장에서 동남아 사업에서도 손을 떼는 게 워스트 시나리오다. 당초 네이버는 지분 매각은 하더라도 ‘동남아 사업권’은 지키는 방향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진다. 라인야후는 이번 보고서에서 “일본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은 대만과 태국 사업권은 지금처럼 네이버가 위탁한다”고 밝혔지만 ‘추가 논의’를 전제로 했다.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단 의미다.

무엇보다 향후 네이버의 라인야후 모회사(A홀딩스) 지분 매각이 현실화하면 동남아 사업은 사실상 손을 뗄 수밖에 없다. 현재 동남아 사업은 라인야후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 담당이다. 라인야후 지배구조는 A홀딩스를 시작으로 라인야후 → Z인터미디어트글로벌 → 라인플러스 등 계열사로 이어진다.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 중간 지주회사인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이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A홀딩스 지분은 현재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 대 50 비율로 구성됐다.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 매각을 가정할 경우, 별도 조건을 제안하지 않는 한 동남아 사업을 지킬 방도가 없다. 라인야후 측도 이 대목을 강조한다. 지난 6월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라인플러스 사이에는 직접적인 자본 관계나 인적 관계가 없다”며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 산하 기업으로 대만이나 태국 등 해외 사업을 총괄할 것”이라며 라인플러스 지배력이 네이버에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사업 한 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웹툰’마저 그늘이 드리웠다. 올 1분기 네이버웹툰(웹툰엔터)의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억6900만명으로 2022년 1분기(1억6960만명)와 차이가 없다. 유료 사용자 수(MPU)도 같은 기간 760만명에서 780만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MPU 둔화가 지속되면 적자 탈출도 쉽지 않다. 웹툰엔터는 지난해 188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해진도 ‘AI’ 외치지만

빅테크 직접 경쟁에 비관론

새 먹거리 발굴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네이버의 새 성장동력은 AI다.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만큼 네이버의 AI 기대감은 상당하다. 이해진 GIO는 지난 5월 21일 비공개로 진행된 ‘AI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세션에 참석했다.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심포지엄 이후 거의 5년 만에 대외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소버린 AI’ 모델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라인야후 사태 때도 ‘침묵’을 택했던 이해진 GIO가 AI 이슈에는 선뜻 움직일 만큼 네이버의 최대 화두는 AI”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AI 전략은 ‘소버린 AI’다. 소버린 AI는 ‘독립된’ ‘자주적인’ 의미를 가진 소버린(Sovereign)에 AI가 결합한 말이다. 현재 챗GPT 등 생성형 AI 주도권을 쥔 쪽은 미국 빅테크다. 이들의 생성형 AI는 영어 기반으로 학습을 진행한 만큼 영어권 문화와 가치관을 내재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비영어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우려가 커진다고 판단,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생성형 AI 구축에 도움을 주겠단 전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자사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해 소버린 AI 전략에 속도를 낸다.

다만, 증권가를 중심으로 경쟁력에 의구심을 내비친다.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소버린 AI 영업을 펼치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야후재팬(라인야후)’은 네이버가 아닌 오픈AI와 손잡았다. 라인야후와 네이버 간 관계 악화를 고려해도 뼈아픈 결과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의 일본어 학습 능력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테크니컬 보고서’에서 “한국어를 일본어로,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능력은 실제 서비스 중인 번역 모델 등 리포트에서 선정한 10개 모델 중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퍼클로바X의 일본어 학습에 근거해 AI 영토 확장을 기대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AI와 함께 네이버 새 먹거리로 기대를 모은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도 성장 둔화 상태다.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 효과로 월간 활성 사용자(MAU) 등 ‘외형’은 키웠지만 ‘내실’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치지직 MAU는 228만8429명으로 SOOP(아프리카TV) MAU(234만5794명)와 큰 차이가 없다. 이용 시간에선 차이가 크다. 치지직 ‘사용자당 평균 사용 시간’은 598분이다. SOOP(1076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용 시간은 스트리머 팬덤 결집도·플랫폼 수익 등을 가늠할 수 있다. 플랫폼 수익성과 연결된 핵심 지표다. 내실 다지기 단계지만 네이버는 조바심이 큰 눈치다. 출시 1달 만에 중간 광고를 넣고 ‘치트키’라는 구독형 광고 제거 상품을 내놨지만, 사용자 불만도 크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대하는 네이버 태도를 보면 기존 기업 모방 수준”이라며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연일 신저가 네이버, 바닥 찍었나
ROE ‘고작’ 4%…“주주환원 강화” 지적 드세
네이버 주가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7월 3일 15만98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7월 10일 종가 기준 17만75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목표주가는 줄줄이 하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 1~9일 네이버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11곳 모두 목표주가를 내렸다. 대부분 확실한 성장동력 부재를 이유로 꼽는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21만원)를 제시한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해 명확한 장기 성장동력이 확인되지 않는 만큼 반등은 느릴 것”이라며 “사업 가치 밸류에이션을 하향 조정하고 웹툰엔터 지분 가치 변화를 고려해 적정 주가를 21만원으로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을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인야후 매각 이슈로 장기적 관점의 해외 확장 스토리가 깨지며 밸류에이션 확장이 막혔다”면서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 정책과 더불어 주주환원율을 높인다면 투자자 관심이 환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네이버는 적극적 주주환원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자기자본이익률(ROE)로도 가늠할 수 있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ROE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자인 순이익을 늘리거나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분모인 자기자본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2022년과 2023년 네이버의 ROE는 3.3%, 4.4%에 그쳤다. 성장주임에도 코스피 평균 ROE를 밑돈다. 주주와 시장이 불만을 갖는 지점이다. 네이버도 이를 알고 있다. 이에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8% 수준인 자사주 보유 비율을 2025년까지 5% 이내로 낮출 계획이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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