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는데 배달을 시켜야 하나...여러분은 어떠세요

이문연 2024. 7. 1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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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들 물어보니 '주문 자제'가 다수... 궂은 날씨 속 배달 노동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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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연 기자]

 비 오는 날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BING에서 제작,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 AI 이미지
 
본격 장마 시즌이 시작되었다. 비가 많이 오면 어쩌나 싶어 매일 아침 일기 예보를 확인하며 우산을 선택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바깥에서 만나는 오토바이들과 배달노동자들은 바쁜 모습이다. 그럼에도 음식 주문 어플에선 날씨와는 상관없이 오늘 가장 맛있을 것 같은 음식만 보여주곤 한다. 나처럼 배달에 익숙한 소비자는 뭘 시킬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곤 한다. 

나는 원래도 음식을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시켜 먹는다. 날씨가 궂은 날엔 국물요리가 당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주문 어플로 향하는 손길을 참아내곤 한다. 아무래도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 사고의 위험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사고는 배달이 늦어지는 배달 사고가 아니라, 노동자들 인명 사고인 교통 사고를 말한다. 

최근엔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는가 하면(관련 기사 보기),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는 카플렉스(자차로 하는 배달)로 일을 나간 배달노동자 여성이 급류와 폭우로 인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물이 불어난 소하천에서 급류에 휩쓸렸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보면, 궂은 날씨가 배달 노동자에게 위협이 되는 건 틀림이 없어 보인다.

주변인들 어떤지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폭우가 쏟아지거나 날씨가 궂은날 배달을 시키는지, 아니면 나처럼 망설이는지 궁금했다. 주변에 일단 물어봤다.

전문적으로 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 내 지인, 온-오프라인 친구들 등 도합 20여 명에게 물어보고 답을 얻었다. 질문에 따른 선입견이 있을 수 있고, 참여자들이 내 주변인이기에 당연히 오차도 있을 수 있다.
 
 폭우나 장마때 배달음식 주문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
ⓒ 이문연
하지만 생각보다 '안전' 문제 때문에 주문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궂은 날씨에는 배달 건수가 줄어드는 만큼 배달 기사님과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내가 기사님의 안전 때문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다해도 배달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날씨에 상관없이 일을 할 것이다.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을 생각한다면 장마 시즌에 하루를 빼먹는다는 것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플랫폼 측에서도 비 오는 날에는 '할증'을 붙여 배달 기사님들이 일을 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든다. 일종의 위험수당인 셈이다. 그러나 배달료가 인상되는 만큼 위험도 또한 올라간다. 

폭우시 시야 불분명, 바닥 미끄러짐... 라이더들의 고민 
 
 폭우나 장마때 배달음식 주문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
ⓒ 이문연
 
실제 라이더들의 위험도는 얼마나 될까. 나는 처음에 단순히 빗길만 떠올렸다. 빗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조심 운전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

<배달 세상> 등 배달 노동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찾아보니, 이들이 고민하는 빗길의 위험도는 크게 3가지였다. 헬멧 앞 빗방울로 인한 시야 확보의 어려움, 배달 콜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바로 핸드폰 터치가 잘 먹히지 않을 때의 곤란함 그리고 미끄러운 빗길 등이 그것이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실제 라이더들 기반으로, 비가 많이 올 때 헬멧 앞 시야는 어떻게 하는 게 좋냐는 질문이 꽤 많이 있었다. 방수 필름, 방수 스프레이 등이 있었지만 승용차 와이퍼처럼 눈앞 시야를 깨끗하게 확보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빛 번짐과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현상,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핸드폰 터치의 어려움이다. 본인 위치와 가까운 곳에 있는 배달 콜이 뜨면 콜을 승낙해 배달을 하는 시스템이란다. 하지만 비 오는 날 핸드폰은 방수를 위해 방수팩 안에 들어 있는데, 이게 폭우 시에는 특히 터치가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신호대기 중일 때 틈틈이 핸드폰을 보며 콜을 받는데, 비 오는 날은 이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 빗길은 라이더들이 먼저 알아서 조심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바닥이 미끄러운 주차장은 들어가지 말거나 절대 서행하고, 특히 핸들을 급하게 꺾지 말라는 조언들이 자주 보였다.

이런 고민을 포함하면, 폭우에 배달을 하는 일은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인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소비자들은, 비가 오지 않는 안전한 집안에서 주문을 하므로 그들의 노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못한다. 아마 비대면 배달이 대중화되지 않았더라면, 예전처럼 배달 기사님을 직접 대면했다면, '비 오는 날의 배달은 위험하다'라는 걸 체감하는 소비자가 훨씬 더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 어플 뒤에 사람이 있다 
 
 비오는 날 배달 노동은 특히 더 위험한 것 같다. (BING에서 제작,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 AI 이미지
 
비대면 주문은 불필요한 마주침을 줄여 편리함을 높여줬다. 하지만 문 앞에 덩그러니 놓인 음식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사람'을 지우는 요인이 되었다.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거치는 '음식 카테고리, 장바구니에 담기, 결제하기, 배달 완료 문자, 문 앞의 배달음식'의 플랫폼 속 깔끔한 시스템에서는, 정작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폭우 속에 배달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그분들의 신체적 안전성만큼이나, 적정 수입을 위해 일하는 노동권을 존중한다. 직장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설이 내리나 출근을 하고, 아마 배달 노동자들도 그런 마음으로 일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 배달을 시키지 않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배달을 시키는 것도 죄책감을 느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의 식사가 누군가의 위험을 담보로 배달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래서 가급적 좋은 날씨에 배달을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배달업에서 사람을 지우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 같다. 폭우가 내리는 날, 폭염이 있는 날, 어쩌다 한 번쯤은 택배든 배달 음식이든 내가 주문한 것을 집 앞까지 안전하게 배달해 주시는 그분들을 생각하며 음료나 단백질바 같은 것을 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어쩌다 한 번씩이지만 비닐팩에 단백질바와 종이팩에 든 음료를 넣어 감사하다는 쪽지와 함께 기사님 오는 날에 맞춰 문 앞에 놔두곤 한다.

비 오는 날은 당연하게도 배달이 늦을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고 독촉하지 않는다. 배달 완료 문자를 받았을 땐 '감사하다'거나 '빗길 조심히 가세요'라는 문자라도 하나 보내려고 한다. 내가 나의 안전을 염려하듯, 상대의 안전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일. 어쩌면 이게 모두에게 안전한 배달 문화를 정착하는 데에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며칠 전 주말은 식단 관리를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치팅데이'였다. 중식을 시켰는데 간만에 먹는 탄수화물들, 기름진 음식들이 기다려졌다. 퇴근 시간에 딱 맞춰 주문했고 식탁 세팅도 끝마쳤는데 배달이 오지를 않는다. 주문한 지 50분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던 그때, 문자가 왔다. "문 앞에 두고 갑니다."

순간 흘러나오는 한숨, '이번 리뷰는 좋게 써줄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보니 바깥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음식을 찾아 식탁에 내려놓으니 봉투 위 빗방울들이 식탁에 흘러내린다. 포장을 열고, 눅눅해진 탕수육을 씹으며 생각한다. '그래, 이 폭우를 뚫고 인명사고 없이 배달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리뷰 쓰기는 포기하고, 다음에 날씨 좋은 날 다시 주문해 맛있게 먹기로 했다. 여러모로 궂은 날씨에는 배달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음식의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등을 고려해 폭우가 오는 날은 주문을 자제하기로 다시 한 번 결심해본다. 핸드폰 문자 창을 열어 배달 기사님께 문자를 보냈다.

'장마철, 빗길에 운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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