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쌘돌이 황성빈 잡아낸 7번의 견제…“멋진 작전” vs “준족의 숙명”
지난 16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선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4회말 롯데 공격. 선두타자 전준우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이정훈이 중전안타를 때려내 출루했다.
이 상황을 찬스라고 여긴 롯데 김태형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노진혁이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2볼-1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자 1루 주자 이정훈을 빼고 발 빠른 대주자 황성빈을 넣었다. 작전 대신 도루로 2루를 훔친 뒤 선취점을 뽑겠다는 계산에서였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도루 시도와 저지의 맞대결. 최원준은 1루 주자 황성빈을 의식하며 쉽게 공을 포수에게 던지지 못했다. 대신 1루로 연속해 5차례 견제구를 뿌려 황성빈의 발을 묶으려 했다.
그러나 날쌘돌이 황성빈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연속 견제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트를 걸어 2루를 훔쳤다. 그런데 이때 타자 노진혁이 타임을 걸었고, 주심이 이를 받아주면서 도루는 무산됐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황성빈은 실망한 표정을 지은 채 1루로 돌아왔다.
2루를 빼앗겼다가 되찾은 두산은 다시 황성빈의 다리를 묶었다. 최원준이 다시 견제구를 던졌고, 마침내 7번째 견제구로 황성빈을 잡아냈다. 황성빈은 빨리 귀루하려고 했지만, 몸이 2루로 치우친 상태라 자세가 무너져 베이스를 뒤늦게 터치했다.
선취점 찬스를 놓친 롯데는 7회에서야 3점을 뽑아 리드를 잡았다. 이어 비로 1시간 정도 중단된 경기가 재개된 뒤 8회 빅터 레이예스가 쐐기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4-0으로 이겼다.
다음날인 17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황성빈은 “준족의 숙명 아니겠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어제는 비가 많이 와서 땅이 많이 질척거렸다. 그래서 도루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면서 “결국 내 잘못 아니겠는가. 타이밍을 빨리 잡으려고 앞으로 나오다가 상대 투수의 견제가 빨리 이뤄지면 아웃이 된다. 그저 아쉽다”고 했다.
뒷이야기도 전했다. 황성빈은 “(노)진혁이 형이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괜찮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런 장면으로 케미스트리를 망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성빈은 16일 기준으로 36차례 베이스를 훔쳐 42도루의 두산 조수행 다음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도루 성공률도 0.847로 높다. 이처럼 황성빈이 올 시즌 도루 주가를 높이자 그만큼 상대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이날 7차례의 1루 견제구를 이를 증명한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전날 견제는 내가 아닌 배터리코치와 투수, 포수 사이의 약속된 플레이였다. 보는 분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드셨을 테지만, 그래도 멋진 작전이었다”고 칭찬했다.
황성빈은 “상대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일단 지금은 도루 타이틀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일단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10~15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승부를 걸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17일 경기에서 롯데는 2-2로 맞선 10회 터진 레이예스의 끝내기 우월 만루홈런을 앞세워 6-2로 이겼다. 광주에선 단독선두 KIA 타이거즈가 2위 삼성 라이온즈를 10-5로 물리치고 격차를 5.5경기로 벌렸다. 잠실에선 LG 트윈스가 SSG 랜더스를 12-9로 꺾었다.
고척에선 KT 위즈가 키움 히어로즈를 9-2로 제쳐 4연승을 달렸고, 창원에선 NC 다이노스가 한화 이글스를 5-1로 제압했다.
울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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