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소에 왜 사장님들이? 최저임금 꼼수의 탄생
[이동철 기자]
▲ 2025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한 카페 직원이 호객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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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2일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2025년 최저임금 시간급을 올해 9860원에서 170원 인상한 1만 3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2.6%로 예상됩니다. 인상률로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못미치기에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삭감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이마저도 인상률이 높다고 울상입니다. 자영업자나 중소 영세사업주들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실 고금리·고물가 속에서 내수경제가 침체하고 자연스레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자영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책정해 인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로서는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도 부담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을 앞둔 연말이 되면 아마도 예년처럼 우리 노동상담소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사업주들의 상담과 이에 맞서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상담이 폭주할 겁니다.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청소, 경비, 요양 서비스, 판매 직종의 자영업과 중소 영세업장에서 노사간에 벌어지는 다툼은 치열합니다.
사장님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임금 총액은 그대로 두고 명목상 휴식 시간을 늘려 최저임금 인상분을 피하고자 임금 설계를 합니다. 기존 업무에 추가적 업무를 덧붙여 업무 강도를 늘리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분명 올랐는데 총액은 그대로이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청소나 경비,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경우 명목상 휴식 시간이 늘었다 하더라도 자유롭게 쉴 수 없습니다. 업무 대기 시간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노동의 강도는 그대로인 채 임금만 깎이게 됩니다.
▲ 2025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한 음식점에서 직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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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노동현장에서 상담하다 보면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자영업과 중소영세기업 경영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노동자들의 인건비 부담 때문일까요?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자영업과 중소 영세기업의 수익성이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저성장에 따른 '수요의 감소'입니다.
기업의 수익증가율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자영업에서는 1990년대 10%대를 유지하며 증가하던 이 지표가 2000년대 들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2018년에는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며 자영업의 위기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2010년대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에서 한중관계가 불편해지며 발생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2020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경제 셧다운 등 대외적 원인이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기존 쇼핑·판매 서비스업의 퇴출, 소비성향의 변화 등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도 자영업과 중소 영세기업의 경영 위기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약 5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의 수만 해도 전체 취업자의 약 20% 가까이 됩니다. 전체 취업자 대비 10% 정도인 선진국의 자영업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큰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 착취구조 등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이 오늘날 자영업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겁니다.
이런 사실에는 눈감고 자영업의 경영 위기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 만으로 단순화하는 경제단체와 보수언론의 비판은 자영업자와 노동자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못된 선동에 불과합니다.
임금을 결정할 때 가장 최저 기준이 되는 것은 생계비입니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꾀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저임금 제도를 고려하면 최저임금의 최저 수준은 생계비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계는 그동안 부양가족을 고려해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영계는 주로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를 근거로 해야 한다며 노동계와 대립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 비혼 노동자의 생계비는 월평균 약 241만 원을 넘었습니다. 2023년에도 약 245만 원이었습니다. 경영계의 주장처럼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를 근거로 하더라도 2024년에 이미 최저임금 시간급 기준으로 1만1723원 이상이 되었어야 합니다.
▲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의 구분적용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의 적용대상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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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저임금의 대상이 되는 취약 노동계층의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사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감시 단속적 근로종사'자라 불리는 경비 노동자, 가사사용인들은 수치상 최저임금이 적용되더라도 내용적으로 실질 임금액은 최저임금 수준에 미달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일과 휴가, 초과근로 가산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와 5인 미만, 감단직, 가사사용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기준 연간 임금 총액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비교 집단 모두 기본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으로 주휴 포함 월 209시간입니다. 여기에 한달에 약 20시간의 초과근로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매월 임금이 지급되어야 할 시간 수는 기본근로 월 209시간+초과근로 가산 30시간(초과근로 20시간×1.5배) 등 월 239시간이 됩니다. 반면 5인 미만, 감단직, 가사사용 노동자는 20시간의 초과 근로에 대해 가산이 적용되지 않아 월 229시간이 됩니다.
연간으로는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연간 2868시간(월 239시간×12개월)의 임금을 받습니다. 2025년 최저시급 1만30원을 곱하면 연간 임금 총액은 2876만6040원이 됩니다. 그러나 5인 미만, 감단직, 가사사용 노동자는 같은 일을 하고도 연간 2748시간(월 229시간×12개월)만 임금을 받습니다. 2025년 최저시급을 곱하면 2756만2440원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감단직, 가사사용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휴일을 유급으로 쉬지도 못하고 연차유급휴가도 없습니다. 연간 평균 15일의 공휴일이 발생하고 연차유급휴가도 15일이 발생하는데요.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가 보장 받는 30일의 유급휴일을 연간임금으로 환산하면 약 240만7200원(30일×8시간×2025년 최저시급 1만30원)이 됩니다. 5인 미만, 감단직, 가사사용 노동자는 이만큼 연간 임금총액에서 빠지게 되는 겁니다.
최종적으로 5인 미만, 감단직, 가사사용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기준 연간임금 총액은 수치상 월 2756만 2440원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연간 유급휴가 30일을 적용 받을 수 없기에 이들의 연간임금 실질적 총액은 유급휴가 수당 240만7200원 빠진 2515만 5240원으로 봐야 합니다. 이를 연간 노동시간 2748시간으로 나누었을 때 이들의 시간급은 9154원에 불과합니다. 2022년 최저시급 9160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는 경영계의 편을 들어 자영업자와 중소 영세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을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 임금 결정의 하한선은 생계비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생계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그 직종에서 일하고 싶은 노동자는 없을 겁니다. 최저임금은 노사의 일반적 임금협상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해 생활안전을 꾀하고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제도입니다.
자영업과 중소 영세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높이는 방편은 별도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고용지원금을 통해 중소영세기업에 사회보험료(4대보험료) 부담분을 지원해 온 것처럼 말입니다.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정상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막기 위한 대리점주들의 집단적 교섭권 보장정책 등 구조적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저임금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위태로운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살린다고 한들 그게 얼마나 가겠습니까?
▲ 2022년 12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푸드코트의 키오스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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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친기업 보수언론은 '고용위기론'을 제기합니다. 이들의 최저임금 관련 보도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자동 주문기계를 도입하려 한다는 등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은 기술발전 시대에 불가피 합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임금으로 노동자를 희생해 위태로운 자영업을 지탱하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의 감소는 누가 극복할 수 있습니까? 노동의 대가로 적절한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자로 전환되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으로 도입한 자동주문 기계나 무인경비 시스템이 소비자가 되어 경제의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까? 결국 노동자에게 적절한 노동의 대가가 지불되어야 해결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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