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결의...亞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탄생하나

박해리 2024. 7.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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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자산 100조원, 매출 90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합병 신설기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의 민간 에너지 기업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결정됐다. 합병안이 내달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오는 11월 1일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합병 비율은 1:1.2


박경민 기자
관심이 집중됐던 합병 비율은 1대 1.2에 가깝게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대 2의 비율로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몸값은 비교적 동등하게 책정됐다 .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사는 시가로, 비상장사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의 평균을 따지는 산식에 의해 도출된 합병 비율”이라며 “원칙에 따라 계산된 것이라 이사회가 합병 비율을 두고 논쟁한 건 아니었고, 합병의 이점과 비전 등에 대한 논의가 길게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는 예상보다 길어지며 3시간 이상 이어졌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 신주를 발행해 SK E&S의 대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6.22%, SK E&S 지분 90%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인 SK㈜는 합병 법인의 지분 55.9%를 보유한다.

합병하더라도 각 사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를 유지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낼 예정이다. 양사의 기존 사업은 물론 조직과 인력 구성도 그대로 유지하는 수평적 결합이다.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해 온 만큼 합병 후에도 독립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국내 최초 정유회사로 출발, 석유화학ㆍ배터리ㆍ소형모듈형원자로(SMR)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SK E&S는 199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돼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 국내 1위 민간 LNG사업자로 자리매김했으며 최근에는 수소 등 그린 포트폴리오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양사의 합병으로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는 물론 배터리·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기화 사업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SK온 구하기


SK그룹은 강도 높은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는 모습. 사진 SK그룹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추진해온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합병을 통해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ㆍ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를 노린다는 명분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론 10분기 연속 적자인 SK온을 구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은 누적 적자만 2조2962억원으로 비상 경영 상태에 있다. 증권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2분기도 수천억 원대 적자를 봤을 것으로 추산한다. SK E&S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3320억 원(영업이익률 11.9%)을 기록한 그룹 내 대표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SK온의 재무구조 개선과 향후 투자 재원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 등 3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간 합병을 의결했다. 이번 3사간의 합병으로 SK온은 원소재 확보 경쟁력 및 사업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박경민 기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양사의 합병은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고 밝혔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기존 4대 핵심사업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미래 에너지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18일 오전 합병에 대해 기자 대상 설명회를 연다. 같은 날 양사의 최대 주주인 SK㈜도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검토한다. 이외에도 각사는 주주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SK E&S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을 설득해야 한다. KKR은 2021년부터 두 번에 걸쳐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SK E&S에 투자했다.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SK이노베이션 소액 주주들도 설득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는 있지만 이날 주가가 5.65% 상승했듯, SK E&S라는 알짜 회사가 들어왔다는 기대감이 향후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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