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말고도 또 있다... 외국인 필수 관광 코스로 떠오른 ‘편의점’

이수정 2024. 7. 17. 18: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마당점을 찾은 리슈나(40)씨 가족들이 즉석 조리 컵라면을 먹고 있다. 이수정 기자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마당점.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온 리슈나(40)는 이곳에서 직접 컵라면을 끓여 먹고, 기념품으로 비빔면과 칼국수 라면을 샀다. 그는 "벨기에에 사는 엄마, 영국에 사는 동생과 함께 큰맘먹고 모녀 여행을 왔다"면서 “인스타그램에서 ‘서울에 가면 해야 할 쿨한 것들’이라는 영상을 보고 편의점에서 꼭 컵라면을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생 로시니(37)는 “한국 편의점에는 맛있는 과자, 커피, 신선한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전자레인지로 매장 내에서 뜨거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점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개별 자유여행 늘자 편의점도 '관광 코스'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마당점을 찾은 리슈나(40)씨 가족들이 기념으로 구매한 라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이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국 편의점에서 파는 특이한 상품이나 먹방을 소개하는 콘텐트가 늘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1만8463명으로 전년 동월(86만7130명) 대비 63.5% 늘었다. 공사가 지난해 관광객 4070명을 조사해 펴낸 ‘2023 방한 쇼핑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광객의 79%는 자유 여행객이었고, 32%는 'SNS를 통해 쇼핑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박경민 기자


외국인들이 찾는 편의점 분포 지역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CU에 따르면 서울시내서 해외 결제 수단 비중이 높은 점포는 5년 전만 해도 을지로와 명동의 호텔 근처에 집중됐지만, 올해는 을지로뿐 아니라 홍대와 용산, 올림픽 공원 근처 등 서울 구석구석으로 분산되는 모습이다. 결제액도 늘고 있다. CU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코리아투어 카드’의 7월 매출은 전년 대비 14배 늘었고, GS25의 올해 상반기 위챗·알리페이 결제는 전년 대비 249% 뛰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바나나맛 우유 사서 얼음 컵에 부어 먹는 것이 관광객들에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홍대로, 성수로 ‘힙한' 편의점들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마당점을 찾은 룰루(14)양이 한국인 가이드의 과자 설명을 듣고 있다. 이수정 기자
편의점들은 ‘힙한’ 장소에 특화 점포를 내며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CU는 지난해 말 홍대에 ‘라면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이 점포에는 국내외 인기 라면 230여 종을 초대형 전용 진열장에 놓고 판매한다. 이날 멕시코에서 여행 온 룰루(14)양 가족에게 라면 라이브러리를 소개한 가이드 박은정씨는 “룰루가 블랙핑크 등 K팝 가수를 좋아해 근처 YG 사옥을 보고, 라면 특화 편의점을 들르는 코스를 짰다”고 했다. 이곳 라면 매출 중 68%는 외국인 고객으로 내국인 매출(32%)을 훨씬 앞선다.

서울 성수동 GS25도어투성수점도 외국인 관광객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다. 이곳에는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원소주 등 인기 상품을 판매하고 상품 관련 팝업 매장도 주기적으로 연다. 특히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방문해 유튜브 콘텐트를 촬영하면서 K팝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GS25 관계자는 “유튜브를 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이돌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려고 줄을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GS25는 서울 성수동에 GS25도어투성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팝업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 GS25


공항 탑승동 ‘기념품샵’ 같은 편의점


출국 직전 기념품을 사며 여행 마무리를 하는 곳도 편의점이다. 지난 4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는 ‘CU스낵&라면 라이브러리’가 생겼다. 과자 480여 종이 있는 이 매장은 국내에서 과자류가 가장 많이 비치된 CU점포다. CU관계자는 “출국 직전 기념품으로 한국 식품을 살 수 있는 최종 쇼핑몰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GS25도 인천공항 1·2터미널에 각각 매장을 두고 있다. GS25관계자는 “SNS 챌린지에 도전하려는 관광객들이 대용량으로 나온 점보라면을 귀국길에 구매하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는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기 위해 무인 환전 키오스크를 늘리고 유심·교통카드 판매 등 관광객을 위한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