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돈받아 미 검찰에 기소된 그녀, 문재인땐 왜 그랬을까

안홍기 2024. 7. 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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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검찰, CIA 출신 수미 테리 기소

[안홍기 기자]

 
 미국 연방검찰이 작성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공소장에 나온 사진. '국정원 담당자 2'와 '국정원 담당자 3'이라고 명시돼 있다.
ⓒ 미국뉴욕지방법원
[기사수정: 18일 오후 2시 20분] 

미국 연방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기소했다(관련기사: 미, CIA출신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한국정부 대리혐의' 기소 https://omn.kr/29gif). 금품을 받고 한국 정부에 미국의 비공개 정보를 넘겨왔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중재하던 시점의 테리 연구원의 활동을 살펴보면, 국정원이 '협상 반대'의 여론을 부추긴 게 아닌가 하는 정황도 드러난다.

미국 연방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싱크탱크 운영비 명목으로 3만 7000달러, 2019~2021년 사이 명품 가방과 옷 1만 2695달러 어치를 받고 최고급 식당에서의 접대도 여러 번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지난 2022년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연 대북정책 관련 비공개회의에서 작성한 메모를 국정원 직원에게 보여주는 등 한국에 정보를 넘겨왔다는 것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 연방검찰이 테리 연구원이 해 온 기고 활동 역시 금품제공에 대한 대가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테리 연구원은 언론과 싱크탱크 발간물 등에 한반도 정세에 대한 기고를 해왔는데, 한국 측이 일러주는 주제로 글을 써왔다는 것이다.

공소장에서 제시된 사례는 테리 연구원이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2014년 7·8월호에 기고한 '전체로서의 한국과 자유 : 반도 통일이 결국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이유'(A Korea Whole and Free : Why Unifying the Peninsula Won't Be So Bad After All)이라는 글이다. 테리 연구원은 이 글을 작성하는 조건으로 한국 외교부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 테리 연구원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2014년 연두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한 것을 인용하면서 북한이 붕괴하면 동북아의 안정을 해친다는 시각을 비판하고 오히려 한국, 미국, 중국 등에게 장기적인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북한 붕괴를 위해 강력한 압박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리 연구원은 비슷한 내용으로 <뉴욕타임스>에도 기고했고, <미국의 소리>(VOA)와 한 인터뷰(2014년 6월 18일)에서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중단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3년 4월 전원 철수했다가 같은 해 9월 재개됐지만, 2016년 2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서 폐쇄됐다.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이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2014년 7·8월호에 기고한 ‘전체로서의 한국과 자유 : 반도 통일이 결국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이유’(A Korea Whole and Free : Why Unifying the Peninsula Won't Be So Bad After All).
ⓒ Foreign Affairs
 

공소장에는 국정원 관계자가 테리 연구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을 기고하도록 했고, 핵협의그룹(NCG) 출범을 합의한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서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기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 노력하고 북한 이탈 주민의 권익 향상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데, 테리 연구원은 일가족의 북한 탈출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명품 옷·가방 받은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데 "가혹한 비판"... 왜?

미국 연방검찰의 기소 내용을 보면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테리 연구원의 기고 및 인터뷰 내용은 정부 정책과는 상반된다는 점이다. 공소장에 나온 명품 옷과 가방 등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2021년에 제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의미 있는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고 양보만 한다면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 (2018년 7월 19일 조선일보 기고 칼럼)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실험 동결 정도다. 그는 자신들의 핵·미사일 보유 현황에 대한 신고도 계속 거부할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과 바쁘게 싸우느라 북핵 해결로 노벨상을 받겠다는 꿈을 접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화해를 추진하는 문 대통령은 점점 홀로 고립될 것이다."(2018년 11월 12일 조선일보 기고 칼럼)
 
"한국 정부가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한다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할 순 있지만 현실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 "한국 정부가 실질적인 진전을 일으키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2019년 4월 24일 아산정책연구원 개최 아산플래넘 2019)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할 때 테리 연구원은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논지를 펴기도 했다. 남북이 대화에 나서고 한국 정부가 북·미를 중재하는 와중에 국정원으로부터 명품 옷과 가방을 선물받은 이가 부정적인 전망만으로 일관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수미 테리 연구원의 기소와 관련해 국정원은 17일 "외국 대리인 등록법 기소 보도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에 있다"고 밝히고 별다른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리 월로스키는 <뉴욕타임스>에 검찰 공소장에 대해 "독립성을 가지고 수년간 미국에 봉사한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업적"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의 변호인인 리 월로스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장에서 그가 한국 정부를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시기 동안 (테리 연구원은) 한국 정부를 혹독하게 비판했다"며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명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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