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野, 이진숙 탄핵 멈추고 정부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중단하라”

김효성, 김기정, 왕준열 2024. 7. 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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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방송4법 입법 강행 추진을 원점 재검토해달라”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탄핵소추안 논의도 중단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가 언론계 내부 갈등을 넘어서 극심한 국론 분열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방송4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방송3법에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학계 등 외부에 주고(방송3법),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2→4명으로 늘리는(방통위법) 내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방송4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등에 대한 여야 중재안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우 의장은 “지난 13개월 동안 직무대행을 포함해 방통위원장이 일곱 차례 바뀌었다”며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와 사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동안 한시가 급한 민생의제도 실종되고 있어 이 상황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5월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된 이후 김효재(직무대행)→이상인(직무대행)→이동관→이상인(직무대행)→김홍일→이상인(직무대행)→이진숙 후보자 등으로 수장이 바뀌었다.

우 의장은 “‘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냐’고 국민이 묻고 있다”며 “정부여당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일정을 중단하고 방통위의 파행적 운영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첫 출근하며 준비해 온 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여야 모두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대립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정말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하라”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범(汎)국민 여야협의체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협의체에는 정치권·시민사회·언론계·학계를 참여시켜 9월 정기국회가 열릴 때까지 2개월간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는 게 우 의장 주장이다. 우 의장은 “끝장토론, 밤샘토론이라도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현재 법사위 심사까지 마친 방송4법을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24~25일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면 곧장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우 의장이 중재안을 꺼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여야 반응은 미지근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우 의장께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까지 고뇌를 이해한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방송장악 드라이브가 국회 파행의 원인이기 때문에 정부의 방송장악시도 중단과 국정 기조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김현 의원도 통화에서 “방송4법과 탄핵추진은 현 정부가 방통위 5인 합의 체제를 복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정부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일단 18일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단 의견을 듣고 공식입장을 낼 예정이다.

국민의힘도 유보적이다. 이날 오후 추경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과방위원간 논의에서도 “충분히 검토한 뒤 입장을 내자”(조지연 원내대변인)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우 의장 제안에 민주당도 부정적인 기류가 있는 만큼, 야권 대응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에선 “절대 받아선 안 된다”는 강경 기류도 있다. 과방위 소속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이란 행정 절차를 중단하라는 국회의장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우 의장이 25일 본회의에서 야권이 방송법을 강행할 명분을 주려고 중재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6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우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6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22대 국회는 개헌을 성사시키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여야가 함께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앞으로 2년 동안은 큰 선거가 없다.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다”며 “개헌을 안 할 작정이 아니라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개헌 방식에 대해선 “개헌 방식이나 적용 시기를 다 열어놓고 유연하게 합의하는 만큼만 하자”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께도 공식적으로 개헌 대화를 제안한다”며 “대통령과 입법부 대표가 직접 만나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다면 개헌의 실현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성·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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