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극한호우에…서울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도
17일 오전 장마전선 영향으로 수도권에 시간당 100㎜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집중 호우로 출근길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 지역에 호우 긴급재난문자도 발송됐다. 오는 19일까지 경기 북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200㎜가량의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17일 오전 8시45분 서울 전역과 강화·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전역, 경기 부천·구리시에 호우 경보를 발령했다. 8시25분 서울 전역에 발령됐던 호우 주의보를 불과 20분 만에 경보로 격상한 것이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빗줄기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서울은 특히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쏟아졌다. 17일 오후 4시 기준 구별 누적 강수량은 노원구 124.5㎜, 성북구 117.0㎜, 동대문구 100.5㎜, 강동구 98.0㎜, 강서구 91.0㎜, 중랑구 90.5㎜, 강북구 85.0㎜ 등을 기록했다.
경기 북부의 경우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파주시 문산읍 일대는 오전 7시 기준 시간당 100.9㎜의 비가 내렸다. 의정부 신곡읍 일대에도 시간당 100.5㎜의 비가 쏟아졌다. 누적 강수량은 15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파주시 판문점 357.5㎜, 연천군 백학면 208.0㎜, 남양주시 창현리 202.0㎜ 등을 기록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는 호우 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오전 8시45분 서울 전역과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전역, 경기도 부천·의정부·파주시 등 12개 시·군에 호우경보를 내렸다. 아울러 경기도 광명·과천시, 강원도 철원·화천군 등 11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에 시간당 평균 50㎜의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오전 9시20분 종로구와 성북구에, 9시33분 중랑구와 노원구에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이 직접 보내는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이거나,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인 경우에 발송한다. 서울 시민에게 이 문자가 전달된 건 처음이다.
기록적 폭우에 출근길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쯤 경의중앙선 덕소~팔당역 간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 1호선 망월사역~덕정역 구간 운행도 50분간 멈췄다. 오전 한때 파주시 문산읍 자유로에서 당동IC로 진입하는 도로가 통제됐고 의정부시 동부간선도로도 막혀 출근길 차량이 우회 운행해야 했다.
서울의 경우 이날 오전 7시58분쯤 중구 퇴계로2가에서 남산1호터널로 진입하는 터널 입구에 나무가 쓰러졌다. 사람은 다치지 않았고, 서울시 직원들이 나무를 제거했다. 오전 9시42분쯤에는 종로구 창의문에서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하는 왕복 2차로 도로에 토사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평창동 북악산로 안전 펜스 일부가 무너졌다. 종로구는 오후 1시쯤 도로 복구를 완료했다.
서울시는 하천 수위가 올라갈 것을 대비해 청계천 등 시내 하천 29곳의 출입을 통제했다. 동부간선도로·증산교 하부·가림길 등 도로 3곳과 둔치 주차장 4곳도 통제됐다. 침수된 청계천 보행로와 불광천·홍제천 산책로 등에는 공무원들이 나와 시민의 접근을 막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4개 시·도에서 오전 11시 기준 560명이 대피했다. 경기에서는 가로수 전도 등 도로 장애 9건, 주택 일시 침수 2건 등이 발생했다. 전남에서는 주택 침수가 161건 있었다. 275㏊의 벼가 침수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은 총 10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단시간 호우가 쏟아진 건 비구름이 서울와 경기 북부 위쪽에서 띠 형태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경기 북부와 강원북부 상공에 비구름이 위치했고, 북쪽의 건조 공기가 남하하며 비구름대를 남북으로 압축했다. 마치 띠처럼 압축된 강수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좁은 지역에 강한 비를 뿌리는 국지성 호우를 야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수 형태가 국지적인 소낙성 형태를 띠기 때문에 지역적 편차가 크다”며 “비가 오는 지역과 오지 않는 지역이 극명하게 갈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17일 자정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노원구에 124.5㎜의 비가 내리는 동안 금천구에 내린 비는 6.0㎜에 불과했다.
17일 오후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는 이날 밤부터 다시 내릴 전망이다. 정체전선이 느리게 남하하고, 동시에 중규모 저기압도 지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어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올 것으로 본다.
17~19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60~120㎜, 강원권 50~100㎜, 충청권 80~150㎜, 전라권 30~100㎜, 경상권 50~100㎜ 등이다. 특히 경기 북부와 서울·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는 각각 200㎜와 150㎜ 이상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집중 호우로 인한 비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대비해달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염없이 국도 CCTV 본다”…누리꾼 홀린 새의 정체
- 덜 먹고 8억 모았는데… 日40대 “무의미” 한탄 이유
- 카페 여직원 음료에 ‘체액 테러’한 남성 경찰에 자수
- “강남 살면 공짜 가족여행” 믿은 당신, 300만원 털릴 각
- 美 CIA출신 한국계 수미 테리, 韓정부 대리 혐의 기소
- 성폭행하려 ‘수면제 42알’ 먹인 70대…“죽을 줄 몰랐다”
- 日축구 국가대표 유망주, 30대女 집단성폭행 혐의 체포
- 내년부턴 오늘 쉬나요…여야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법안 발의
- 현철 빈소, 동료들 조문행렬…“그 이름 영원히 빛날 것”
- 방콕 고급 호텔서 6명 독살?… ‘7번째 투숙객’ 추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