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색 파란 넥타이 맨 트럼프, 헤일리 "통합" 연설에 박수

강태화 2024. 7. 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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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오후 8시 2분. 공화당의 상징색인 ‘붉은 물결’이 넘쳐나는 전당대회장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푸른색은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둘째 날에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파란 넥타이를 매고 전당대회장에 입장한 모습. EPA=연합뉴스

이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대사가 무대에 올랐다. 예비경선 내내 헤일리는 트럼프를 ‘독재자’라고 몰아세웠고, 끝내 완전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역시 헤일리를 ‘새대가리’라고 칭하며 전당대회 초청 명단에서 빼버렸다.

두 정적의 대면에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졌다. 헤일리는 미소를 보인 뒤 “통합을 넘어 더 확장해야 더 강해진다”고 했다. 트럼프는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엇갈렸던 반응은 대회장이 떠나갈듯한 환호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영접?…1시간 먼저 입장

전당대회 둘째날인 이날의 주제는 ‘안전한 미국’이었다. 그러나 2016년 경선에서 패한 뒤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던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과 2024년 경선에서 대립했던 헤일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연설이 예고되면서 관심은 당내 통합이 가능할지에 모아졌다.

공화당은 당초 이들의 연설 이후 시차를 두고 트럼프가 입장할 거라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동선이 겹치는 것을 피하는 동시에 일방적인 ‘항복 선언’ 이후 트럼프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의 통합 선언이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둘째 날에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파란 넥타이를 매고 전당대회장에 입장한 모습. AFP=연합뉴스


그런데 트럼프는 예고 없이 1시간 먼저 나타났고, 이 바람에 정적들의 연설을 마주보고 직접 듣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헤일리, ‘통합’ 넘어선 ‘확장’ 제안

헤일리는 “고맙게도 트럼프가 여러분의 이름으로 연설해달라고 먼저 요청했고, 이를 기꺼이 수락했다”며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의원들의 큰 환호성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이자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연설하고 있다. 헤일리는 이날 당의 통합을 넘어선 확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FP=연합뉴스

헤일리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에 100%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트럼프에 100% 동의하지 않아도 트럼프에 투표를 할 수 있고, 당이 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들은 미국인들이 서로를 증오할 때 승리하게 된다”며 “지금 우리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스스로를 하나로 묶어 더 강해질 기회를 맞았고, 우리는 더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통합을 넘어서 중도를 포함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헤일리의 발언 내내 뿌듯한 미소를 보였고, 수차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그는 이틀째 전당대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파격을 이어가면서도, 이날도 행사장에 머문 2시간 동안 한 번도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푸른’ 트럼프 향한 ‘붉은’ 충성 경쟁

반면 디샌티스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트럼프 정책에 대한 전적인 긍정에 맞춰졌다. 그는 “적들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만 전쟁 설계를 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약해빠진 토끼같은 대통령의 추가 4년 임기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일어섰지만 악마 취급을 당하고, 소송을 당하고, 기소를 당하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 했다”며 그동안 트럼프가 주장해 온 ‘정치적 수사’ 프레임 등에 완전한 공감을 표했다.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미국인들은 민주당이 석방한 불법 이민자들에 의해 죽고, 살해당하고, 폭행당하고, 강간당하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는 범죄자’라는 트럼프의 주장과 발언을 그대로 차용해 연설했다. 찬조 연설자로 나선 모든 정치인들 역시 트럼프가 그동안 해왔던 초강경 발언들을 반복적으로 인용하며 트럼프에 대한 충성 경쟁을 벌였다.


경합주 격차 확대…'블루 스테이트'는 요동

최근 주요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값을 제공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애리조나(5.7%P), 네바다(5.0%P), 위스콘신(3.0%P), 미시건(1.3%P), 펜실베이니아(4.5%P), 조지아(3.9%P) 등 경합주 전체에서 바이든과의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둘째 날에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파란 넥타이를 매고 전당대회장에 입장한 모습. AFP=연합뉴스

여기에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0%P 차이로 여유있게 승리했던 민주당의 텃밭 버지니아의 여론도 요동치고 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조사에서(6월 24일~7월 3일)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2%와 39%를 기록하며 3%P 격차로 좁혀졌다. 지난 9~12일 조사된 뉴욕타임스ㆍ시에나 컬리지의 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48% 대 45%의 3%P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워키=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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