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김범수 구속영장 청구...사법리스크 직면한 카카오의 미래는

정용환 2024. 7. 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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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7일 법원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카카오 경영쇄신 전면에 섰던 김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슨 일이야

카카오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뉴스1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보다 높게 고정시키기 위해 시세조종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9~10일 김 위원장에 대한 20시간 소환조사 이후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변호인단(법무법인 세종)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가 없다”며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 그럼에도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서울남부지법에서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카카오의 사법리스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난해 10월 18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을 구속 위기로 몰고 간 시세 조종 혐의는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인수 경쟁자였던 하이브가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최대 25%(595만여 주)까지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카카오가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하이브 측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에 이르게 시세조종을 했다는 것. 검찰은 김 위원장이 이를 지시 또는 승인했거나 적어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이 사건을 조사한 금감원 특사경은 김 위원장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각자대표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배재현 대표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으며, 지난 3월 보석 석방된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면서 알고리즘을 조작해 콜을 몰아준 의혹에 대한 고발사건,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사건 등도 남부지검이 수사 중이다.


위기의 카카오, 미래는

카카오뱅크. 뉴스1

현실화한 사법리스크로 인해 카카오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카카오 법인이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 판결 받게 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도 재검토 대상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가 시세조종 혐의로 실형을 받게 되면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카카오는 6개월 안에 카카오뱅크 보유지분 가운데 10% 초과분인 17.17%를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의 책임경영, 쇄신 등 노력도 중심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CA협의체 중심 조직개편에 들어갔지만,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느라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카카오 계열사 임원은 “인터넷 기업 특성상, 어느 날 갑자기 카카오가 사라진대도 그간 제공했던 서비스가 순식간에 다른 경쟁 업체 서비스로 대체될 수 있다”며 “회사와 창업주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계속될수록 ‘회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가는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리포트를 잇달아 냈다. 남효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16일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7만8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하향하면서 “별도 이익의 성장이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주요 자회사들의 이익 회복도 더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김지현 흥국증권 연구원도 15일 카카오 목표주가를 6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조직개편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중”이라고 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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