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 앞에서 옛 연인 살해 스토킹범…항소심서 징역 25년→30년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및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재판부 "피해자 너무 놀라 무방비 상태 누워버렸음에도 일말의 주저함 없이 범행 저질러"
"스스로 범행 중단할 수 있는 기회 있었지만…피해자 모친에 흉기 휘두르는 등 상해 입혀"
"비난동기 살인 해당하고 계획적으로 살인범행 저질러…잔혹한 범행 수법 양형인자 고려"

인천 한 아파트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뒤 자해를 시도한 30대 남성이 지난해 7월28일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한 30대 스토킹범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17일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살인 및 특수상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결별 통보를 받고 수개월간 피해자를 폭행하고 출·퇴근길을 따라다니는 등 집요하게 스토킹 행각을 했다. 피해자가 법원에 접근금지 신청을 하자 앙금을 품고 식칼을 구매하고, 얼마 뒤엔 더 살상력이 강한 횟칼을 구매해 살해 의지를 굳혔다"며 "범행 당일 새벽 횟칼을 숨긴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타지 않고 비상계단으로 올라가 은신해 있었고 피해자가 출근을 위해 걸어 나오자마자 손목을 잡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너무 놀라 무방비 상태로 누워버렸음에도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횟칼로 수회 깊이 찔러 장기를관통해 즉사에 이르게 했다"며 "스스로 범행을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피해자 모친에게 흉기 휘두르는 등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자는 홀로 딸을 양육하며 부모님을 모시는 등 성실히 살았지만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다. 또한 피해자 딸은 6세 어린아이에 엄마를 하루아침에 잃었다"며 "피해자 모친은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막아보려했으나 칼 휘두르는 피고인을 미처 막지 못한 채 딸 죽어가는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느꼈을 공포심과 참담함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살인 유형 중 비난동기 살인에 해당하고 계획적으로 살인범행을 저질렀으며 잔혹한 범행 수법을 특별양형인자로 고려한다"며 "여러 양형 조건과 대법원 양형기준을 종합할 때 원심이 선고한 징역 25년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의 항소심이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항소심이 선고된 이날은 A씨의 1주기 기일이었다. 피해자 사촌언니는 이날 선고 공판 뒤 취재진과 만나 "지난 1년 동안 저희 가족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너무 힘들었다. 법안이 없어서 힘들었고 사회 시선과 싸워야 해 힘들었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든 생각은 피해자에게 만족스러운 형량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이 끝나면서 가장 허무한 것은 열심히 싸웠지만 동생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발 앞으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발 관심을 가져주시고 교제폭력 법안 통과를 빨리 해주시길 간청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3분께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 B(37·여)씨의 가슴과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피해자 B씨의 어머니도 A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손 부위를 흉기에 찔렸으나 집 안으로 피신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