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스토킹 살인' 항소심서 형량 늘었다…法 "1심 지나치게 가벼워"

김정연 2024. 7. 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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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스토킹범 설 모씨. 17일 항소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스1

헤어진 전 연인을 스토킹하던 끝에 칼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30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고법판사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17일 보복살인‧스토킹처벌법위반‧특수상해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설모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또 스토킹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간 부착명령도 함께 내렸다.

설씨는 지난해 7월 전 연인 A씨의 거주지인 인천의 한 아파트로 찾아가 출근길에 나섰던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설씨는 약 1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A씨를 여러 차례 찾아가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접근금지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비명을 듣고 뛰쳐나온 A씨의 모친도 다치게 한 혐의(보복살인 및 스토킹방지법 위반, 특수상해 등)으로 기소된 설씨는 1심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흉기를 휘두르는 피고인을 막아내지 못한 피해자 모친과 현장을 목격한 딸의 공포심과 참담함은 헤아리기 어렵다. 피해자가 허망하고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면서 6세 아이는 유일한 양육자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획범행, 잔혹한 수법 등이 특별가중인자에 해당돼 징역 25년은 지나치게 가볍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죄를 자백하는 점, 다수 보복범죄 사안에서 내려진 형벌과 형평을 고려할 때 생명을 박탈하거나 사회로부터 영구격리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보복의 목적으로 살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복살인’ 혐의가 아니라 ‘살인’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설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복이 주된 동기는 아니지만 복합적 동기 중 하나’라는 이유다. 살인은 법정형이 ‘5년 이상 징역’,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은 ‘10년 이상 징역’으로 더 무겁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으로 지난해 10월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전주환도 살인죄가 아닌 보복살인죄가 인정된 경우다.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여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에 등장한 설씨는 선고 내용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법정을 나갔다.

이날은 A씨가 사망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A씨의 모친과 직계가족은 재판을 보는 것도 힘들어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법정에 나온 A씨의 유족은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만족스런 형량이란 건 없다”며 “그래도 형량을 높여준 재판부에 감사하지만, 동생이 살아돌아오지 않는 게 제일 허무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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