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게임질병코드, WHO 제정이 곧 도입 근거”

김지윤 2024. 7. 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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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터뷰
“WHO가 결정한 것에 누가 과학적 근거 검증하나… 연구 주제로 부적절”
국민일보 삽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5월 국제질병분류(I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한 이후 국내에선 도입 여부를 두고 각계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내년 10월 도입 여부를 결정해 통계청에 초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찬성하는 의학계 핵심 인물인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5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WHO 제정만으로도 국내 도입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계에선 WHO가 유의미한 과학적 근거 없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등록했다고 주장한다. 의학계에선 이를 반박할만한 연구 성과가 있는지.
“연구 근거가 있어서 코드를 만들었다. 그 이후에 연구 성과가 더 나오고 안 나오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WHO가 결정한 부분이고 여러 나라에선 그 진단 지침을 이용해서 연구·치료 논문을 개발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과학적 근거나 여러 가지 필요성이 이미 인정된 셈이다. WHO가 질병코드를 등재했다고 1~2년 안에 나라마다 적용하라는 것도 아니고, 당장 안 받아줬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민감하게 생각할 관심사가 아니다.
게임 업계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다. 의료계에선 때가 되면 ICD-11 전체를 수용할 때 게임질병코드를 같이 국내에 수용하는 거고, 적용되면 그거에 맞춰서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것인지 교육이나 행정적인 절차를 몇 년에 걸쳐서 만들자는 거다. 극단적으로 자기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들이 공식적인 의료 시스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문화적 장벽, 사회적 편견과 장애물을 다 거쳐 가면서 적용되지 않냐. 그 과정이 필요한 거다. 나 자신도 당장 질병코드로 등재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다. 디지털 미디어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 위험이 있다. 관련 산업계나 보건의료인들은 질병을 예방하고 청소년 성장을 돕는 거에 더 관심을 두고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게임 이용 장애를 당장 내년에 수용할 거냐 말 거냐는 중요하지 않다.”

-게임이용장애 도입 시기는 어느 때가 적합하다고 보나.
“ICD-10에서 ICD-11까지 개정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간은 ICD-11 전체를 언제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많은 ICD-11 중에 게임이용장애는 하나일 뿐이다. 전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데 그것만 안 받아들이는 것도 웃긴 거고, 빠르게 적용하려고 서둘러서 준비하는 것도 웃긴 거다. 본격적으로 검증, 분석, 번역하고 국내에 맞게 용어를 정하고 하는 건 따로 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런 정상적인 과정을 자꾸 막으려고 하고 방해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WHO 게임이용장애 등재 후 실제 도입한 해외 사례를 아시는지.
“중국이 한 것으로 안다. 영국, 스위스는 논의 중이고 내년 정도에 아마 하지 않을까 싶다. 나라마다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다 다르다. 나도 찾아보고 있다.”

-게임이용장애가 국내 도입되면 어떤 점이 유의미하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지.
“공중보건체계, 즉 아이들의 건강에 관심을 더 두지 않겠나. 디지털 미디어는 아이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놀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건강에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교육할 수 있는 부분을 당장은 아니더라도 촉진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런 부분은 진단 기준이 도입되지 않아도 당장이라도 할 수 있으나 현 상황에선 잘 안 되고 있다. 정신행동 문제는 한 가지 이유로 생기는 게 아니다. 근데 기본적인 문제 자체를 자꾸 부정하고 다른 데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게임이용장애가 게임 때문에 생긴다는 건 의료계에서 얘기한 적이 없는데 게임 업계에서 주장하는 거다. 오히려 이게 난센스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에선 게임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2019년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이후 진행한 11차례 회의와 3건의 연구 용역 결과를 수년째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는데.
“사실 진행하고 있는 연구 용역은 연구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3가지 중에서 도입 시 ‘사회 경제적 영향’ ‘WHO 결정의 과학적 근거’ 적어도 이 2개 주제는 연구라고 할 수 없다. WHO가 결정한 거에 과학적 근거를 누가 검증하나. 연구 영역에서 얘기되는 부분이 아니다.”

-국내 도입 초안을 내년 10월에 통계청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 관련 업계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어쨌거나 게임이용장애는 건강 영역 문제 아닌가. 다른 나라도 이런 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부 부처에서 이처럼 공식적으로 나서는 사례는 없었다. 의료계에선 매번 게임뿐만 아니라 온라인 도박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워크숍을 여는 등 행위 중독에 관한 다양한 정신 치료나 상담치료 메뉴얼을 개발하고 교육, 훈련하고 있다. 우리는 늘 준비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거다. 게임질병코드 도입만을 목적으로 움직인 바가 없다. 그런 논리 자체가 잘못된 거다. 국내에서도 게임질병코드가 잘 수용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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