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종신직' 대법관에 임기 제한…개혁안 곧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법관의 임기에 제한을 두는 등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 대한 개혁을 추진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대법관 임기 제한, 윤리강령 도입 등을 포함한 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개혁안은 향후 몇주 안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개혁안에는 사실상 종신직인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에게 임기 제한을 부여하고, 시행 가능한 윤리 강령을 제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한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등 정부 고위직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권을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은 확인했다.
현재 미국 헌법상 연방대법원을 구성하는 9명의 대법관은 임기가 별도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들은 '법을 지키는 한 계속' 재임할 수 있으며, 스스로 사임하거나 탄핵당하지 않는 한 종신직을 유지한다. 앞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경우 2020년 사망 전까지 고령에도 불구하고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그 자리를 지켰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의회진보모임 회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지난 3개월간 헌법학자 등과 함께 (개혁안을) 추진해왔다"면서 "곧 공개될 예정이기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협조를 요청했었다. 다만 그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개혁은 과거 상원 법사위원회 의장을 역임했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어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WP는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대법원에 실질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현지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대웨이드 판결을 뒤집었고,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행정부 성향에 따라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조가 좌우되는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최근 보수 성향의 클라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공화당 기부자에게 지원받아 호화 여행을 다녀오는 등 직업윤리 논란이 빚어진 것 역시 개혁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개혁안이 진보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수성향이 6대 3으로 다수인 대법원은 로대웨이드 판결을 뒤집고, 총기 규제 조치를 막고, 대학 입학에서 적극적 차별금지 조치를 없애고, 법원 판례를 고수하지 않고, LGBTQ 성소수자 권리를 약화시켰다"면서 "여러 대법관도 윤리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개편안으로 지지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상으로도 대다수가 대법원 임기 제한, 윤리강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법원 개혁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수적인 만큼 현실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은 물론, 민주당이 겨우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원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상원 통과를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하다. 여기에 헌법 개정의 경우 더욱 가능성이 낮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하원에서 3분의2 지지를 받은 후 미국 내 주(州)의회로부터 4분의3 승인을 얻어야 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도가 나온 직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민주당이 우리의 신성한 대법원에 대한 불법적이고 위헌적 공격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대법원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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