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까지 축구를 했다" 황희찬, 인종차별 '적반하장' 구단에 맞선 품격 있는 입장문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황희찬이 인종차별에 맞서 품격있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황희찬은 울버햄턴원더러스와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프리시즌을 나던 중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코모1907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23분에는 상대 수비수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고, 그를 비롯한 울버햄턴 동료들은 격분해 상대 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다니엘 포덴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상대 선수에게 주먹을 휘둘러 퇴장까지 당했다.
규정에 따라 황희찬은 홀로 경기를 포기하거나 팀과 함께 경기 진행을 거부할 수 있었으나 주장 완장을 차고 끝까지 경기를 뛰었다. 게리 오닐 감독은 황희찬에게 "자신이 어려운 순간에도 팀을 최우선으로 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함께했다. 오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황희찬은 정말 실망스러운 인종차별을 들었다"며 "그는 정말 실망했지만 괜찮을 것이다. 울버햄턴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황희찬과 함께 인종차별에 맞서싸울 거라고 전했다. 울버햄턴 역시 구단 차원에서 공식 성명을 통해 "어떤 형태든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뜻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소식들은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우선 UEFA는 "축구에서 인종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황희찬 사안은 UEFA 주관 공식 대회가 아니라 조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UEFA 입장에서 이해할 여지가 있는 결정이지만 인종차별로 고통받은 선수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상대팀 코모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코모는 공식 성명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물어봤다. 그 수비수는 동료 수비수에게 '걔 무시해, 자기가 재키찬이라고 생각하나봐'라고 말했다. 우리 수비수와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이게 그저 선수의 이름에 딴 것일 뿐임을 확신한다. 울버햄턴 선수들이 먼저 황희찬은 '차니'라고 부른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구단 선수는 상기한 발언을 절대 경멸적인 태도로 하지 않았다"며 "특정 울버햄턴 선수들이 이 일에 너무 과잉반응한 점에 실망했다"며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듯 이번 논란이 일어난 원인을 울버햄턴에 전가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정확한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재키 찬이 액션 배우임을 감안하면 경합 중 황희찬이 넘어진 이후 해당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황희찬이 불쾌감을 표시한 상황에서 이미 인종차별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모든 정황을 떠나 '재키 찬' 자체가 아시아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유럽에 거주하는 동양인에게 오래전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식돼왔고, 이는 해외 매체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코모가 공식적으로 모르쇠를 꺼내든 가운데 황희찬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황희찬은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부분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자신을 도와준 팀 동료 및 코칭스태프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앞으로도 인종차별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했다.
황희찬은 입장문을 통해 "나는 계속 뛰기를 원했고, 우리는 끝까지 경기장 위에서 축구를 했다(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고 말했는데, 코모 구단과 달리 울버햄턴이 끝까지 축구를 존중하고 상대를 존중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황희찬과 코모 구단의 의식 수준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황희찬 입장문 >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부분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이 사건 이후, 코치진과 동료들은 원하면 함께 경기를 그만두겠다고 말했고, 계속해서 내가 괜찮은지 살폈다. 다시 한 번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뛰기를 원했고, 우리는 끝까지 경기장 위에서 축구를 했다.
내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
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There is no room for racism).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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