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둘·아빠 셋, 이 가족의 신박한 육아법
[장혜령 기자]
▲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스틸 |
ⓒ ㈜라이크콘텐츠 |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아빠와 두 명의 엄마를 둔 유코(나가노 메이)는 특별한 아이다. 낳아준 엄마는 어릴 적 세상을 떠났다. 아빠와 살던 유코는 엉뚱한 새엄마 리카(이시하라 사토미)를 만나 부족함 없이 사랑받으며 성장한다. 자신만의 꿈을 펼친다며 아빠가 브라질로 떠난다고 하자 유코는 일본에 남아 새엄마와 살겠다고 선언한다.
유코는 새엄마의 살뜰한 보살핌 안에서 구김살 없는 긍정적인 아이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유코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하자 새엄마는 재력을 갖춘 두 번째 아빠를 만난다. 이후 자유로운 영혼의 새엄마는 어린 유코를 두고 집을 나간다.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아빠의 품에서 자라던 유코 앞에 다시 새엄마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세 번째 결혼을 하겠다며 모리미야(다나카 케이) 아저씨를 소개한다. 아저씨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랑벽이 시작된 새엄마, 여러 일을 겪으며 유코는 모리마야 아저씨와 가족 이상의 유대관계를 쌓아간다.
한편, 피아노를 매개로 친해진 친구 하야세(미즈카미 코시)와 오해를 풀고 다시 만나게 된 유코.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피아노와 요리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연인으로 발전하고 이내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모리미야 아저씨는 결혼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한다. 난관에 봉착한 두 사람은 결국 다른 부모의 허락을 받으러 부모 순례 여정을 떠난다.
▲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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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뭉스러운 제목으로 호기심을 부르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증명하는 영화다. '세오 마이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데,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시한다. 한국 영화 <가족의 탄생>, 일본 영화 <어느 가족>처럼 혈연이 아닌 다채로운 이유로 가족이 된 사람들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 소개된다.
원작 만화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일까.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지만 실사화에 공들인 일본 특유의 정서가 가득하다. 아빠가 세 번 바뀔 때마다 유코의 성(姓)은 달라진다. 유코는 마지막에 남편 성을 따르며 총 네 번의 변화를 맞이한다. 결혼이 인생의 정답처럼 꾸려지는 과정까지도 일본 영화답다. 영화에는 착하고 무해한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유코가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을 진행하듯 관객도 결국 이를 수긍하게 된다.
영화의 '바통'은 유코를 키우게 된 부모, 여생을 약속한 배우자의 의무를 뜻한다. 사별, 이혼, 재혼 등으로 이어진 가족관계를 릴레이 계주로 치환했다. 유코는 어릴 적부터 줄곧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좋은 어른을 만나 여러 차례 부모가 바뀌는 혼란 속에도 반듯하게 자랐다. 삶의 바통을 넘겨받는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유코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특별한 가족이 탄생한다.
▲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스틸컷 |
ⓒ ㈜라이크콘텐츠 |
영화는 후반부에 모든 의문을 해소한다. 마치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읽은 듯 영화 속 따스한 정서를 쫓아가다 보면 애틋하고 잔잔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필요에 의해 남편을 수시로 바꿔 만나온 리카의 사연이 공개된다.
영화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밝고 사랑스럽게 그리며 감동을 선사한다. 가족이란 함께 밥을 먹고 생활하고 부대끼며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집은 구성원이 모여 사는 공간이면서 밥을 같이 먹는 식구(食口)가 쉬는 터전이다. '사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보다 더 진한 관계를 맺는다. 아이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여러 집을 전전하며 엮은 여러 가풍을 통해 유코는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영화에서 일본 청춘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나가노 메이'의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부모를 연기하게 된 왕년의 청춘스타 '다나카 케이'의 포근함, 엉킨 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철부지 새엄마 '이시하라 사토미'의 앙상블뿐만 아닌, 관계의 안온함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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