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식도 못 연 최악의 제헌절…與 "의회독재 맞서야" 野 "저항권 행사 경고"(종합)
우원식 국회의장 2026년 개헌 추진 공식 제안
22대 국회가 개원식도 열지 못한 상황에서 제헌절을 맞았다. 여야는 정치 회복이나 의회주의를 약속하는 대신, 상대를 헌정질서 위협 세력으로 지목하며 결전 의지만 다졌다.
제76주년 제헌절인 17일 여야는 채상병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문제 등으로 대치하며 상대방에 대한 비방전을 벌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위헌·위법 탄핵 선동 규탄대회'를 열어 "우리 국민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아무렇게나 외치며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헌법 위에 군림하면서 입법 폭력을 자행하는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결연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헌절과 관련해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할 집권여당이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 훼손에 골몰한 탓에 지난 2년간 대통령은 거부권과 시행령 통치를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박 권한대행은 "정권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은 직접적인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공세를 벌였다.
여야의 대결 양상은 보다 심화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재의결이 부결이 된다면 다시 발의할 계획은 원칙적으로 갖고 있다"며 "앞서 두번 발의됐을 때와는 상황이 변해 국정농단으로 올라간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가진 분이 많이 계셔서 좀 더 추가해 더 확대된 특검법을 발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상병특검법 재표결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될 경우 더 강력한 특검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면 대결 양상이 이어지자 여야가 보다 확고히 진영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채상병특검법에 찬성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마저 입장이 선회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라디오에서 "최근 민주당에서 거듭되는 탄핵이라든지 특검 주장을 보고 너무나 정치적인 주장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다"며 "재표결이 될 때는 입장도 바꾸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탄핵 청원 청문회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헌법이 정한 탄핵 절차를 무시한 청문회로 원천 무효라는 입장으로 헌법소원 등으로 헌법재판소 판단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법리적 문제는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지연 관련 외압 등을 추궁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전날에도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새로운 국회 임기를 기념하는 개원식을 포함해 7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을 논의했지만, 매주 월요일 정례적으로 오찬 회동을 갖기로 한 것 외에는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
우 의장은 이날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 마련을 위해 기업과 노조 등을 만나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국민의 기대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정치, 진영 갈등의 회오리 속에서 증발하고 있는 민생과 미래의제,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줄어드는 경제와 외교의 공간,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급변하는 과학기술, 때로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불안과 혼란이 엄습해올 만큼 국민이 처한 삶의 환경이 좋지 않다"며 "묵은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 틀을 만들어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은 헌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라는 우 의장은 여야 정당을 상대로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자"며 "이를 위해 '헌법개정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하자"고 했다. 개헌의 폭과 헌법 적용 시기 등에 대해서는 열어두되, 지방선거 전 개헌을 추진하는 방법론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개헌 대화를 제안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과 입법부 대표가 직접 만나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다면 개헌의 실현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의 시간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우 의장은 "구조적 저성장,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 취약한 노동과 사회안전망 등 묵힐 대로 묵힌 오래된 과제에 더해, 인구고령화와 축소사회 대응,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같은 새로운 과제들까지 물밀듯 밀어닥치고 있다"며 "계층 간, 세대 간 연대와 포용의 정신에 기초해 경제사회 정책 큰 틀에서 일괄타결로 풀어내는 사회적 대타협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어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토론하고 사회 각계가 다 이해당사자가 되는 대타협을 추진하는 데까지 발전시켜 보자는 것이 국회의장의 포부"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 입법 지원 역량을 언급하며 "'사회적 대타협, 패키지딜'의 기초를 만드는 일에 먼저 나설 수 있다"며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와 갈등을 조정, 중재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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