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윤 대통령 비판할 때 흔히 하는 말 [소셜 코리아]

조현재 2024. 7. 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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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채상병 사건에서 또 나타난 책임 회피... 큰 힘에는 큰 책임 따라야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조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7.9
ⓒ 연합뉴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58.7%)과 30대 남성(52.8%)은 윤석열 후보에게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올해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에서 20대와 30대 남성의 여당 지지율은 각각 31.5%와 29.3%에 불과했다. 2년 동안 절반 가까이 이탈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처리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과정이 청년들이 중시하는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밖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갈등이나 청년들의 취업난 등도 언급되었다.

특히 채 상병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윤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와 맞물려 충분히 청년층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7월 1주 차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각각 24.3%와 27.3%로, 4050 세대(각각 22.8%, 26.3%)와 유사한 정도까지 추락했다. 한동안 여당 지지 여론이 상당했던 에펨코리아나 블라인드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지금은 윤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뉴스 댓글과 커뮤니티 게시물에서 유난히 자주 보이는 단어는 '책임'이다. 많은 청년이 채 상병 사건을 공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책임 회피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채 상병과 함께 작전에 투입된 해병들이 윤 대통령에게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보낸 편지에도 "책임은 부하들이 지고, 선처는 사단장이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청년들이 채 상병 사건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히 채 상병이 또래 청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에서 '책임 회피하는 상사'를 일상적으로 접하기 때문이다.

2023년 인크루트가 직장인 7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만족하는 상사 유형으로 자신의 업무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는 '미꾸라지형 상사'를 지목한 비율이 25.7%로 가장 높았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9년 직장인 9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피스빌런 설문조사에서도 책임 회피형이 43.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갑질 상사'를 주제로 인크루트가 직장인 898명에게 진행한 조사에서도 책임 회피형 상사가 1위(20%)를 차지했는데, 이는 부하 직원들이 상사의 책임 회피를 갑질로 느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책임 회피하는 상사가 가장 밉다는 청년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유성호
구체적인 양상은 어떨까? 블라인드에서 '상사'와 '책임'을 키워드로 검색된 140개 글과 그 댓글을 분석해 봤더니 "시켜놓고 발뺌한다", "결정을 떠넘긴다", "말을 바꾼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거짓말을 한다", "자기 입장이 없다", "지시가 불명확하다", "그냥 일을 안 한다", "성과를 가로챈다" 등도 자주 등장했다.

이런 상황은 세대갈등으로도 나타난다. 블라인드에서 586을 키워드로 게시된 글을 살펴보면 90% 이상이 조롱에 가까운 비판이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한국 사회의 갈등으로 소득차이 갈등(79.1%)에 이어 세대 간 갈등(76.5%)을 지목했다. 성별 갈등(72.3%)보다 높은 수치였다.

"요즘 MZ들은 개념은 없는데 불만은 많다"는 글이 있었다. MZ도 할 말이 있다. 한 청년이 지시에 따라 물에 들어가 목숨을 잃었는데,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수사 결과가 왜 바뀌었는지 아직도 불분명하다. 블라인드에는 목숨까지 잃은 건 아니더라도 유사한 호소가 수없이 발견된다. 그때마다 이용자들은 '개념'은 없어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조언했다.

더 많은 권한과 임금이 직위와 근속에 당연히 따르는 대가가 아니라 책임의 크기에 비례해야 한다는 점에 많은 청년이 동의한다.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유명한 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하찮은 힘에 큰 책임이 따르고 힘이 클수록 책임이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책임을 지라고 힘을 받은 사람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그 힘을 사용하는 건 직장이나 공직사회 모두에서 익숙한 장면이 되었다.

채 상병 사건을 보며 한국 사회에 실망했지만 동시에 책임을 인정하며 진실을 밝히겠다는 대대장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그들은 관련 보도마다 으레 등장하는 해병대 조롱에 대해 대대장을 언급하며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며,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반박했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와중에도 이 글만큼은 추천과 동의 댓글이 이어졌다.

청년들이 책임 회피하는 상사를 제일 미워하는 건 그만큼 책임지는 상사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상사들 이상으로 청년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이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청년들이 어쩌다 정권 교체의 키가 되었는지, 그러고서도 왜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조현재 / 데이터 분석가(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 조현재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조현재는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이며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분석하고 증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이며, 청년 노동, 청년 일자리 문제와 세대 갈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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