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상 달라진 통합재건축

김혜민 2024. 7.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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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재건축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3년 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마주친 한 아파트의 외벽이었다.

"내 올해 나이가 94세요. 무릎이 성치 않아서 걷기도 힘들어. 그래도 (통합재건축) 해야지. 이사가는 거 불편해도 해야지. 다 하겠다는 분위기인데."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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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재건축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3년 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마주친 한 아파트의 외벽이었다. 붉은 바탕에 ‘통합재건축이 웬 말이냐’라고 적힌 대문짝만한 현수막이 시선을 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통합재건축은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관계자들도 "굳이(통합재건축을 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답했다.

최근 통합재건축의 위상은 달라졌다. "내 올해 나이가 94세요. 무릎이 성치 않아서 걷기도 힘들어. 그래도 (통합재건축) 해야지. 이사가는 거 불편해도 해야지. 다 하겠다는 분위기인데."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재건축을 반기지 않는 어르신들도 공감할 만큼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아진 것은 정부가 유도한 영향이 크다. 특히 1기 신도시는 통합을 전제로 한 ‘노특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법)’이 아니고서는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통합해 재건축에 나서는 분위기가 당연해지고 있다. 통합재건축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추진한 곳도 있지만, 이런 외부 환경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발을 디딘 곳도 있다.

서울은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통합재건축으로 활로를 찾는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시공사를 구하기 힘든 작은 단지들은 사업비용을 낮추고 재건축 이후의 단지 가치를 따져 통합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시에서 사실상 지구를 지정해 통합을 유도하기도 한다. 시도는 분명 늘었다.

정비업계의 새로운 장르가 된 건 분명하지만, 그 끝은 장담할 수 없다. 낡은 아파트 단지 하나를 부수고 새로 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여러 단지를 합치는 건 더 어렵다. 실제로 통합 의지가 큰 1기 신도시에서도 논의 과정에서 결렬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통합을 추진하는 모든 단지가 어려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입 모아 '몇 배는 더 힘든 작업'이라고 말한다. 사업비용을 줄이고, 통합 후 단지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명한 이점에도 추진하면서 잡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합재건축이 순항하고 있는 단지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단지별 이익을 따지기보다 통합 이후 얻게 될 이득에 가치를 뒀다는 점이다. 성급히 통합을 추진하기보다 주민들과의 소통으로 충분한 공감대를 얻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고민했다는 점도 같다. 추진위원장 혹은 조합장은 충분한 사전 지식으로 주민들과 투명한 소통을 하고 있었다.

통합재건축은 1기 신도시를 넘어, 정비사업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까. 취재 중 만난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 욕심 안 부리고 타협하면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통합재건축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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