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베테랑 강민호의 절실한 마음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습니다." 우리 나이 마흔 베테랑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질까.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강민호는 '철인'이다. 올해 박용택(전 LG·2237경기)이 갖고 있던 KBO리그 통산 최다 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16일 현재 2320경기에 나섰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 통산 홈런도 이제 10위권이 눈 앞이다. 9위 이범호(329개)와 2개, 10위 심정수(328개)와는 1개 차다. 강민호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어린 나이부터 오래 하다 보니 톱 10안에 드는 기록이 많다. '내가 잘 한 것도 있지만, 올해도 건강하게 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한다"고 했다.
강민호는 지난해 구자욱에 이어 팀내 타자 중 두 번째로 좋은 성적(타율 0.290, 16홈런 77타점)을 냈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는 타율 0.270, 5홈런 32타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타격감을 끌어올려 5경기에서 안타 10개, 홈런 3개를 몰아쳤다.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도루 1위 조수행을 잡아내는 강견도 뽐냈다. 강민호는 "내가 못 칠 때 어린 선수들이 전반기에 잘 쳐줬는데, 선수들이 지칠 때 고참으로서 이길 수 있는 타점을 올려 기분 좋다"고 했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베테랑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KIA 최형우(41)는 최고령 타점왕에 도전 중이고, 한화 류현진(37)도 6월부터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았다. SSG 랜더스 최정(37)과 김광현(36)은 여전히 팀의 핵심 선수다.
2004년 데뷔한 강민호도 어느덧 프로 21년차다. 그는 "이제는 생존해야 나이고, 기량이 안 되면 물러나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형우 형을 보면 감동적이다. 우리가 오래 하면 후배들도 유니폼 입을 시간이 길어진다. 경쟁력이 없다면 당연히 물러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은퇴 시기를 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강민호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이다. 정규시즌 2000경기 이상 뛴 18명 중 유일하게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도 나가지 못했다. 가을 야구는 6번 나갔고, 한국시리즈 바로 앞 단계인 플레이오프도 세 차례(2011·12·21년) 나갔지만 꿈의 무대는 밟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21년엔 정규시즌 공동 1위를 차지했지만, KT 위즈와의 1위결정전에서 패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밀렸다.
올해도 어려워 보였다. 개막 전 많은 전문가는 삼성을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시리즈에 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강민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한국시리즈에 가는 것 뿐이다. 지금까지는 냄새도 못 맡았다. 팀 분위기도 좋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안방마님 강민호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2016년 개장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첫 한국시리즈도 열릴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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