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인종차별에 대한 '수준미달' 해명이 더 충격 "재키 찬이라고 한 건데 왜 과민반응하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인종차별 발언은 경기장 위에서 한 몰지각한 선수가, 흥분한 상태에서 뱉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황희찬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 후 코모 구단의 성명문은 홍보 담당자가, 차가운 머리에서 썼음에도 불구하고 수준미달이다.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코모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열린 울버햄턴원더러스와 코모의 친선경기 중 코모 수비수가 황희찬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 싸움이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황희찬이 인종차별에 대해 항의하자, 포르투갈 출신인 동료 다니엘 포덴스가 대신 주먹을 날렸다가 퇴장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코모는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당사자인 수비수에게 물어봤다. 그 수비수에 따르면 동료 수비수에게 '걔 무시해, 자기가 재키 찬이라고 생각하나봐'라고 말했다. 우리 수비수와 길게 이야기를 나눈 결과, 이는 그저 선수의 이름에 딴 것일 뿐임을 확신한다. 울버햄턴 선수들이 먼저 황희찬을 '차니'라고 부른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황희찬의 애칭이 차니라서 코모 선수들도 재키 찬(영화배우 성룡의 영어 이름)에 빗대 빈정거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진한 해명과 더불어, 코모 구단은 인종차별은 없었다고 무책임하게 잘라 말하는 건 물론 울버햄턴 측을 오히려 공격하기도 했다. "우리 구단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인종차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더니 "우리 구단 선수는 위 발언(재키 찬 관련)을 절대 경멸적인 태도로 하지 않았다"며 "특정 울버햄턴 선수들이 이 일에 너무 과장되게 반응한 점에 실망했다"고 오히려 상대를 겨냥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에게 재키 찬을 비롯한 쿵푸 영화 이미지를 덧씌우며 조롱하는 건 맥락에 따라 충분히 인종차별이 될 수 있으며, 피해자인 황희찬이 직접 불쾌함을 표현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코모가 가해자의 말만 듣고 '재키 찬이라고 한 건 맞지만 모욕적인 말투는 아니었다더라'라고 대신 해명하는 건 구단의 인종차별 관련 인식이 최악임을 보여준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코모 코치. 게티이미지코리아

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성명이 인도네시아계 모기업의 홍보 담당자 명의로 나온 것도 '나도 아시아인인데 뭐가 문제냐'는 유치한 반박의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코모는 사실상 감독 역할을 하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코치, 올여름 영입한 이탈리아 대표 출신 안드레아 벨로티, 그리고 영입을 노리고 있는 라파엘 바란 등 스타 선수들을 통해 화제를 모으는 팀이다. 아시아에서도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인종차별 행태에 대한 저열한 인식으로 반감이 커져가고 있다.

사진= 코모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