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고반발'이 아니고 '비공인'이다...고반발 드라이버 유감

이은경 2024. 7. 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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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샷 장면.     사진=게티이미지

독자는 '0.83'이 어떤 숫자인 지 아는가? 물론 골프에서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다면 골프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0.83은 공인 드라이버 헤드 반발계수의 상한선이다. 반발계수가 0.83을 초과한 드라이버 헤드는 공인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공인을 받지 못한 드라이버를 들고는 공식 대회에 나갈 수 없다. 골프 클럽 공인은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 두 곳이 하고 있다. 공인을 받으려는 골프 용품 제조사는 드라이버 헤드를 둘 중 한 곳(경우에 따라서는 두 곳 모두)에 보내야 한다. 심사비도 함께 내야 한다.

공인 조건은 더 복잡한데 오늘은 반발계수만 이야기 한다. 공인 받은 헤드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공인 드라이버'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공인을 받지 않거나 받지 못한 헤드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비공인 드라이버'라고 부른다. 

공식 대회라면 공인 드라이버를 쓰는 지 여부를 엄격하게 가린다. 비공인 드라이버를 쓴다면 바로 실격이다. 벌타도 아니고 실격. 아직 쓰지도 않고 캐디백에만 담은 채 첫 홀을 시작했어도 마찬가지다. 실격이다. 드라이버에 대해서는 골프공에 대해서 보다 더 엄격하다. 골프공은 공인 골프공 목록에 없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공인 규격을 충족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아마추어 골프 대회 때 이야기이다. 프로 골프 대회는 공인구 목록에 반드시 들어 있는 것을 써야 한다. 

어찌된 일일까? 골프 세상에서는 이런 '비공인' 드라이버 헤드를 '고반발 드라이버'라는 이름으로 흔히 부른다. 그럴싸하다. 고반발이라는 단어가 만드는 마법은 상당하다.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비공인 드라이버가 더 뛰어난 기술로 만든다는 편견을 갖게 만든다. 비공인 드라이버 가운데는 공인 보다 훨씬 비싼 것이 많다. 가격이 주는 편견이 더 나은 기술로 만든 더 좋은 클럽이라는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

과연 비공인 드라이버는 기술이 더 뛰어난 업체가 만드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세계적 골프 용품 업체가 기술이 부족해서 공인 드라이버에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용품 업체로서 긍지를 지키기 위해 비공인을 돌아보지도 않는 것일 뿐이다. 이 명제마저도 헷갈리기는 한다. 최근에는 '국민 드라이버'로 부를 정도로 인기가 있는 드라이버를 만드는 업체마저 비공인 모델을 수두룩하게 내 놓으니 말이다. 

비공인 드라이버를 쓰는 골퍼 가운데 상당수는 공인과 비공인으로 나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비공인의 의미를 정확히 안다면 비공인 드라이버를 내다 버릴 골퍼도 있을 것이다. 골프에 입문하면서 누군가 추천한 드라이버를 선택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것이 비공인인 경우 말이다. 

반대로 상당수 골퍼는 비공인의 의미를 알고도 일부러 쓰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비공인을 선택한다. 골프를 놀이 또는 레저로서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원칙을 포기했다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면서 힘이 줄어 더 이상 실버티에서 라운드를 하는 것도 버거운 남성 그랜드 시니어 골퍼가 대표적이다.

실버티는 흔히 '시니어 티'라고 부른다. 남성 골퍼라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실버티 밑으로는 내려가기 어렵다. 한국 골프 문화에서는 남성이 레드티에서 플레이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 않은가? 레드티를 흔히 '레이디 티'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레드티에서 이미 플레이를 하고 있는 데도 힘이 부치는 여성 골퍼도 비공인 드라이버를 많이 쓴다. 레드티 보다 더 짧은 거리에서 치는 티는 없으니까 말이다. 

위 두 경우를 제외하고 비공인 드라이버를 쓰는 독자라면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이 경기 하고 있는 것이 '진짜 골프'인지 말이다. 만약 골프를 스포츠로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고반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비공인' 드라이버를 버려야 한다. 물론 골프를 놀이로만 생각한다면 비공인을 쓰든 말든 상관 없다.

비공인 드라이버는 기량 향상을 막는다. 같은 힘으로 몇 발짝이라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그 덕에 상대적으로 더 짧은 클럽으로 다음 샷을 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 탓에 롱 아이언을 다루는 기술을 덜 익히기 십상이다. 같은 이유로 힘을 기르는 일도 소홀할 수 밖에 없고. 힘도 기량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름 없는 비공인 드라이버 가운데 상당수는 주문자 상표 방식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독자도 자기 상표로 비공인 드라이버를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값도 일정한 수량 이상만 주문하면 유명 골프용품업체의 공인 드라이버 보다 비싸지 않다. 자존심을 접고 비공인 드라이버를 써도 거리가 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겉모습은 그럴싸해도 속은 엉터리로 만든 경우에 그럴 수 있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힘이 절대 부족하지 않는 골퍼가 비공인 드라이버를 들고 나서서 내기 골프를 치는 경우도 보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자랑하는 그를 보고 뱁새 김 프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정도면 이미 자기 자신을 속이는 지경에 이른 사람이다. 

R&A와 USGA 두 협회는 공인을 받은 헤드 목록을 각각 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 해당 협회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하면 된다. 두 협회 모두 골프 규칙(Golf Rules) 메뉴 아래 장비(Equipment) 메뉴를 두었다. 장비 메뉴 아래에 공인(Conforming) 장비 목록 메뉴를 찾으면 된다. 지난 주말 승부에서 나를 모욕한 악당이 쓰던 드라이버 헤드가 그 목록에 없다면? 그 다음은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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