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피치컴 착용' 벤자민 "투구 템포 빨라져 좋아!"…야수들도 "사인 확인 수월"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7. 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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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호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고척,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유용하게 썼다.

KT 위즈 좌완투수 웨스 벤자민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KT의 4-3 승리 및 3연승 질주에 공헌했다.

2회말 키움 선두타자 송성문에게 131km/h의 슬라이더를 던져 중월 솔로 홈런을 맞은 것 외에는 실점 없이 투구를 마쳤다.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와 함께 8승째(4패)를 기록했다.

총 투구 수는 104개(스트라이크 68개)였다. 패스트볼(41개)과 슬라이더(28개), 커터(27개), 커브(8개)를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km/h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벤자민이 선발로 자기 역할을 다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벤자민은 "전반적으로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특히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잘 안 통했다. 홈런을 맞았던 슬라이더도 조금 높게 들어가 홈런이 됐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16일)은 야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특히 (2루수) 오윤석 형, (유격수) 김상수 형, (우익수) 정준영이 좋은 수비를 많이 보여줬다. 야수들의 수비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승리 후 벤자민은 더그아웃에서 장비를 정리 중인 오윤석에게 다가가 직접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벤자민은 "오늘 MVP를 줄 수 있다면, 모든 선수에게 다 주고 싶지만 그래도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야수들에게 주고 싶다. 이런 수비가 우리를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KT 위즈 포수 장성우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오른쪽 무릎에 피치컴을 착용한 뒤 경기에 임하고 있다. 고척, 고아라 기자

이날 KBO리그 최초로 '피치컴'을 사용한 투수가 됐다. 피치컴은 경기 중 투수와 포수 간 사인을 교환할 수 있는 장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5일 각 구단에 피치컴 세트를 배포했다. 미국 트리플A에서 피치컴을 활용해 본 적 있는 벤자민은 코칭스태프에 장비를 착용할 수 있다고 전했고, 불펜에서 직접 확인 후 착용을 확정했다. 벤자민과 포수 장성우, 오윤석, 김상수, 중견수 배정대가 장비를 착용한 채 선발 출전했다.

벤자민은 "202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뛸 때 트리플A에서 써본 적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편하게 사용했다"며 "예전에 썼던 것보다 더 편해졌다. 쿠션 같은 것도 달아놓은 듯하다. 모자가 조금 튀어나와 웃기게 보일 순 있겠지만 그것 외에는 불편함 없이 다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장성우와 피치컴을 통해 호흡을 맞춘 것은 처음이었다. 벤자민은 "(장)성우 형이 장난으로 너클볼을 던지라고 하더라. 마운드에서 웃기기도 했다"며 미소 지은 뒤 "7회에는 (수신기에서)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상대 타자들이 들을까 봐 볼륨을 조절하기도 했다. 외인들을 위한 영어 버전이 있어 영어로 사인이 나왔다. '슬라이더, 아웃사이드(Slider, outside)' 이렇게 들린다"고 부연했다.

피치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벤자민은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어 도움이 됐다.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타자들이 불리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무엇보다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기 전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미리 결정되니 나도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눈을 반짝였다.

야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오윤석은 "처음엔 수신기 착용이 신경 쓰이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아니었다. 수신기에선 '직구, 바깥쪽' 이런 식으로 음성이 들린다. 기계가 말하는 것 같았다"며 "개인적으론 피치컴을 쓰는 게 더 편한 듯하다. 원래 수비할 때 포수의 사인을 보고 움직이는데 가려져 잘 안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수신기에서 확실하게 말해주니 오히려 좋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모자 내부에 피치컴 장비를 착용한 뒤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고척, 고아라 기자

투수가 직접 송신기를 차고 포수에게 사인을 낼 수도 있다. 벤자민은 "어린 포수들 혹은 나와 호흡을 안 맞춰본 포수가 있다면 직접 한번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게임 플랜이 있기 때문에 허락만 해준다면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피치컴을 꾸준히 활용할까. 벤자민은 "우선 나는 계속 사용할 것 같다. 미국에서 뛸 때는 2루에서 사인을 훔치는 듯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피치컴을 쓰면 주자를 신경 쓰지 않고 타자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다른 팀들도 많이 활용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벤자민의 호투 등을 앞세워 KT도 상승기류를 탔다. 팀 순위는 여전히 7위(42승2무46패)이나 이번 3연승을 포함해 최근 10경기서 7승1무2패를 자랑했다. 6위 NC 다이노스와 1.5게임 차, 5위 SSG 랜더스와 2.5게임 차로 거리를 좁혔다.

벤자민은 "KT엔 나뿐만 아니라 총 5명의 에이스급 선발투수들이 있다. 어떤 선수가 나가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맞붙어 좋은 게임을 했고, 내일(17일 고척 키움전)은 우리 에이스인 윌리엄 쿠에바스가 선발 등판한다.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팀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 다른 팀들이 우리를 조금 무서워하고 있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고척, 고아라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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