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60% 잠겨도, 생산량 1.9배 많았다…괴산 살린 이 농법 [위기의 국민작물]

━
괴산 스마트팜 “최악 수해에도 콩 생산 1.9배 늘어”
지난 5월 17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 ‘노지(露地) 콩 스마트농업 생산단지’. 통합관제실에 들어서자 대형 스크린에 색깔별로 콩 품종 재배지가 표시돼 있었다. 이 단지(50㏊)에서 지난해 6월~11월까지 경작한 콩 재배 현황이다. 빨간색은 ‘선풍’, 노란색 ‘대찬’, 연두색 ‘서리태’, 하늘색은 ‘대원’ 품종으로 표시돼 있었다. 기상 센서와 토양 센서 위치, 수로와 자동 관수 시스템 현황, 기온과 습도, 강수량이 한꺼번에 표시됐다.
관제실에서 만난 연제홍(54) 스마트농업지원센터장(네이버시스템 이사)은 “노지 스마트팜은 실내·시설 스마트팜과 다르게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나 재해 등 변수가 다양하다”며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생육 부진이나 병충해 발생에 따른 정확한 진단·처방, 신속한 조처를 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
수집한 데이터 토대로 정확한 진단 및 처방
불정면 농민은 그동안 경험에 의존해 농사를 지었다. 그래서 집마다 파종 시기가 달랐고, 병해충 방제, 물 주는 시기도 제각각이었다. 기존에 990㎡(300평)당 콩 생산량은 200㎏ 정도이며 이마저도 농가마다 수확량 편차가 100㎏ 이상씩 났다. 스마트농업 단지를 본격 운영한 지난해 990㎡당 평균 콩 수확량은 380㎏였다. 단지 주변 농가보다 1.9배, 전국 평균(209㎏)보다 1.8배가량 많았다.
지난해 7월 15일 괴산에 폭우가 내려 생산단지 60%가 침수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 결과다. 농축산부 담당자가 “믿을 수 없다”고 하자 2차례 재측정했다. 연 센터장은 “침수된 필지에 잎이 마르는 증상이 보였지만 곧 마름병으로 진단했고, 신속하게 광역살포기를 이용해 방제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했다.

━
토양센서 1분마다 경작지 정보 수집
자동 관수(灌水) 시스템도 노동력을 크게 절감케 했다. 토양센서에서 토양 수분 함량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농가에 알린다. 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농가는 자동 관수 되고 토양 산성도에 따라 적절한 양분 공급을 제시한다. 자율주행 드론을 활용해 필지별 생육상태를 확인해 방제 지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지리정보를 활용한 자율주행 트랙터, 파종기, 퇴비 살포기. 폐비닐 수거기 등 장비를 활용해 파종~수확까지 작업 대부분은 기계화했다.
연제홍 센터장은 “밭 갈기와 두둑 만들기, 콩 파종, 방제, 수확 등 콩 농사 전 과정에서 노동력 60% 이상 절감 효과를 봤다”며 “한 예로 콩밭 2000평(6600㎡)을 방제하려면 2~3명이 밭에 들어가 분무기를 갖고 5일 동안 일한다. 노지 스마트팜 단지는 전체 필지(50만㎡)를 드론 공동 방제로 3일 만에 끝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괴산 스마트 생산단지서 콩을 재배한 김영애(54)씨는 "농장 곳곳에 설치된 토양센서로 필요한 부분에 관수할 수 있어서 노동력과 시간이 훨씬 줄었다”며 “최적의 품종과 파종 시기를 알려줘 콩 발아율이 높아졌고, 이게 수확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폐터널·온실 활용…수직형 설계로 집적도 높여
국내 스마트팜 기술은 시설 원예 작물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시설원예 스마트팜 면적은 2014년 405㏊에서 지난해 7695㏊로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월 발간한 ‘스마트팜 산업 활성화 전략’ 보고서에는 국내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20년 2.4억 달러에서 2025년 4.9억 달러로 연평균 15.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팜 방식도 다양하다. 스마트팜 기업 ‘넥스트온’은 2018년 16년간 방치된 충북 옥천터널에 세계 최대 터널형 인도어 팜(Indoor Farm)을 만들었다. 약 6700㎡에 달하는 수직형 실내 농장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자동 관개 시스템 등을 활용해 딸기와 엽채류·허브 등을 생산한다.

━
설치비 반값, 소형 스마트팜도 등장
지자체도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최근 국내에서 가장 작은 스마트팜을 개발했다. 이 시설은 비닐하우스에 양액배드(식물 성장에 필요한 수용액을 채운 모판)를 설치해 재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간이 비가림 시설이 있는 야외에 양액배드를 놓는 것이다. 기존 스마트팜은 너비 8m, 높이 4m 안팎의 비닐집 형태로 조성하지만, 이 스마트팜은 너비 1m, 높이 2.3m로 작다. 이렇게 하면 설치 비용을 종전보다 5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최대근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는 "스마트팜은 기술 발전과 인구 감소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는 새로운 영농 방법"이라며 "단순 생산량 증대 차원을 넘는 농업혁명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박진호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친가는 핏줄을 의심한다” 외갓집이 용돈 더 주는 이유 | 중앙일보
- "동남아서 7000원 발마사지 받고 수술…죽을 뻔했다" 무슨 일 | 중앙일보
- "RRR이면 무조건 사라"…중소기업맘 30억 아파트 쥔 비결 | 중앙일보
- 방콕 유명 호텔서 6명 숨진 채 발견…'7번째 투숙객' 추적 중 | 중앙일보
- "몽골 올림픽 단복 금메달 줘야 한다"…네티즌 찬사 쏟아진 이유 | 중앙일보
- "계란말이 먹고 9억 저축, 비참하다" 조기은퇴 꿈 무너진 남성, 왜 | 중앙일보
- 드라마서 전처 김보연과 재회…전노민 "합의된 내용 아니었다" | 중앙일보
- '황희찬 인종차별' 구단 적반하장…"재키 찬이라 불렀다" | 중앙일보
- "어디 사세요?" 이 질문이 대화 망친다…'습관의 힘' 그 저자 꿀팁 | 중앙일보
- 고추·배추 수확할 때도 기계화율 0%…사람 손만 쓰는 이유 [위기의 국민작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