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시진핑 3기’ 3중전회의 한계

송세영 2024. 7. 1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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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이 1978년 12월 개최한 11기 3중전회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이 보수파에 맞서 극적으로 승리한 현장이었다.

중국이 어디로 갈지 누구도 알지 못할 때 개혁·개방의 길을 제시한 게 11기 3중전회였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번 회의가 11기 3중전회처럼 역사적 전환점이 돼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며 한껏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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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영 베이징 특파원


중국공산당이 1978년 12월 개최한 11기 3중전회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이 보수파에 맞서 극적으로 승리한 현장이었다. 3년 뒤 열린 11기 6중전회에선 이 회의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공식 평가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없었다면 중국은 북한이나 쿠바처럼 가난하고 고립된 전체주의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붕괴됐을 가능성이 크다.

70년대 후반 중국은 대혼돈 상황이었다. 50년대 대약진운동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데 이어 66년부터는 문화대혁명의 광풍으로 국가 시스템이 근본부터 흔들렸다. 경제와 민생이 극도로 피폐해진 가운데 76년 1월 초대 총리이자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저우언라이가 세상을 떠났고 9월에는 국가주석 마오쩌둥마저 숨졌다. 마오의 후계자 화궈펑이 10월 문혁 4인방을 체포하면서 10년간의 비극은 막을 내렸지만 막후에선 치열한 권력 암투가 펼쳐졌다. 중국이 어디로 갈지 누구도 알지 못할 때 개혁·개방의 길을 제시한 게 11기 3중전회였다. 중국공산당은 중앙위원회 5년 임기 동안 7차례 전원회의를 갖는데 그중 세 번째 회의가 3중전회다. 11기 3중전회가 개혁·개방을 선포한 후 3중전회는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됐다.

시진핑 집권 3기에 열리는 20기 3중전회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막을 올렸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번 회의가 11기 3중전회처럼 역사적 전환점이 돼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며 한껏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미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게 이들의 평가지만 정치적 수사를 넘어 실제 그 정도 위상을 확보했는지는 의문이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벗어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시장경제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극심한 빈부격차와 지역 불균형, 부정부패라는 문제를 노출했다. 89년 천안문 사태 유혈진압을 통해 인권과 민주보다 공산당 독재를 우선시한다는 한계도 극명하게 드러냈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과 같은 급의 평가를 받으려면 그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덩샤오핑이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것이 ‘영토 완정’, 대만과의 통일이다.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전쟁불사까지 외치며 대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여기에 미완의 혁명, 미완의 해방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력 동원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 대만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 주석은 서방과 경쟁하면서 ‘공동부유’와 ‘반부패’ 등을 내세워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공산당 중심의 권위주의적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선 이전 지도부와 다를 바 없다. 정치적으로 보수적·권위적이었던 덩샤오핑도 공산당 1당 독재를 지지했고 정치적·사상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을 뛰어넘으려면 개혁·개방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시민적 권리와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통해 부작용을 치유하는 길로 가야 한다. 유례없이 짧은 시간에 14억 인구를 빈곤에서 해방시킨 중국이 인권과 민주주의에서도 진전을 이룬다면 세계사적 업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최근 반간첩법과 보안법 등으로 기본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데서 볼 수 있듯 중국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공산당 1당 독재와 권위주의 체제를 통해 경제 성장과 부작용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은 셈이다. 시진핑 집권 3기, 20기 3중전회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이유다.

송세영 베이징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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