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정치에 끌려 들어갔다… 연준·연방대법원 신뢰도 훼손 위기
보수 대법관 탄핵 문제 꺼내 들어
공화, 인플레이션 대선 쟁점화 위해
“기준금리로 정치 개입” 연준 압박
미국 연방대법원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외부 기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위협을 비판해온 민주당은 보수 대법관 탄핵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인플레이션을 대선 쟁점으로 삼아온 공화당은 조기 기준금리 인하가 정치 개입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연준을 압박 중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신들의 대선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립 기관을 끌어들이며 국가 기관의 신뢰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오는 9월 0.25% 포인트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88%를 웃돌았다. 반면 금리 동결 가능성은 5.6%로 지난 5월 40%대에서 크게 줄었다.
시장의 이런 전망은 미 노동부가 지난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때문이다. 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이 -0.1%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올해 목표 금리를 5.1%로 제시하며 애초 하반기에 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단 한 차례 인하로 바꿨다. 그러나 시장에선 최근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데이터의 등장으로 ‘금리 인하가 조기에 시작될 수 있고 횟수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연준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연준의 정치 개입을 주장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파월 의장이 민주당을 돕기 위해 대선 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왔는데, 최근 연준의 긴축 완화 기류가 감지되자 같은 취지의 비판을 또다시 내놓은 것이다.
공화당 소속 패트릭 매켄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지난주 청문회에서 “정치가 연준의 통화 정책을 흐리게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대선 전 금리 인하가 사실상의 선거운동이라는 논리를 폈다. 같은 당 앤디 바 의원도 “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정치와 무관한 결정이라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 역시 “지금 시점에서 연준이 11월 전 금리 인하를 하는 건 자신들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초과해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초래하면 노동자들은 잃을 게 너무 많다”며 “(금리 인하를) 너무 오래 기다리면 우리가 이룬 진전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맞섰다.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총장은 “미국 정치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신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광범위한 면책 특권을 인정해 준 보수 대법관들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민주당 하원의원 9명은 지난주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큰손인 부동산업자 할런 크로로부터 전용기 제공 등의 접대를, 얼리토 대법관은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 설립자인 폴 싱어로부터 호화 여행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특히 토머스 대법관의 부인은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관련 ‘도둑질을 멈춰라’ 운동을 주도한 정치 단체의 이사이며 1·6 의회 폭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얼리토 대법관의 부인도 2020년 대선 불복의 상징인 ‘거꾸로 된 성조기’를 자택에 걸어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친트럼프 활동에 나서며 공정성 논란을 빚은 인사들이 트럼프 사건 판결에 참여해 기피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셸던 화이트하우스,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에게 토머스 대법관을 조사할 특검 임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방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안 통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대법원에 대한 우려가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를 반대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탄핵이라는 의미다.
진보 진영도 대법원의 극우화를 선거 쟁점으로 만들기 위한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CBS방송은 “진보 단체들이 11월 선거에서 대법원을 유권자들의 이슈로 만들기 위한 공세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대법관들이 낙태권 금지, 총기 관련 권한 강화 등 우파 이슈에 어떤 판결을 내려왔는지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진보 단체 ‘스탠드업 아메리카’의 크리스티나 하비 이사는 “우파가 대법원을 장악해 우리의 자유권을 빼앗는 결정을 하도록 했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유를 지키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법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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