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벌써 네 번째 대통령실 대변인, 너무 자주 바꾸는 것 아닌가
6개월에 한 번꼴…이래서 ‘대통령의 입’ 역할 하겠나
곧바로 실무 차관행, 보은·선심성 영전 인사도 문제
대통령실은 그제 김수경 대변인을 통일부 차관으로, 정혜전 홍보기획관실 선임행정관을 새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 같은 인사 내용을 설명하면서 “소통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정책을 잘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언론과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능력과는 별개로 이번 인사는 대통령실 대변인이라는 자리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고민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2개월 만에 강인선(현 외교부 2차관), 이도운(홍보수석), 김수경에 이어 네 번째 대변인이다. 대략 6개월에 한 번꼴로 대변인이 바뀐 셈이다. 보통 어느 나라건 대변인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고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사를 엄선해 장기간 역할을 맡긴다. 노무현 정부부터 대변인이 비서관급으로 낮아지며 중량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대통령의 정책과 입장을 국민과 언론에 명확하게 전달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함 그대로 ‘대통령의 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 정부는 대변인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며 그 이유를 ‘국정철학의 전파’라고 한다. 뭔가가 잘못돼 가고 있다.
교체의 빈도도 문제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자라도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의 국정 방향이나 스타일을 완전히 이해하고 국민에게 전달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자리를 6개월에 한 번꼴로 돌려막기하고 있다. 이래서 어떻게 대통령의 입 역할을 제대로 하겠는가. 정말 대변인의 역할을 중시한다면 그만큼의 무게를 실어 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홍보수석-대변인 체제를 단일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 게다가 윤 정부는 전임 대변인 세 명 중 두 명을 현장 근무 경험이 거의 없는 주요 부처(외교부, 통일부)의 차관으로 보냈다. 일종의 보은성 영전인 셈인데 그게 과연 해당 부처, 나아가 국정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선 강한 의문이 남는다. 부처의 넘버 2인 차관직은 가서 배우며 하는 자리가 아니라 즉시 조직의 실무를 총괄할 노련한 인재가 가야 할 자리여야 한다.
3개월여 후인 오는 11월은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이다. 지지부진한 개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오히려 지금까지 무풍지대였던 주요 장관들에 대한 대대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4·11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던 것이기도 하다. 다만 대통령 내외와의 친분이나 의리 같은 폐쇄적 인재 등용은 통하지 않을뿐더러 족쇄가 될 뿐이라는 교훈 또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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