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명 돼주려” 가출청소년 찾아다니는 그의 이유 [아살세]

박은주 2024. 7.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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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희(32·가명)씨가 김선주(18·가명)양을 만난 것은 지난해 겨울쯤이었다.

교회 사역팀과 함께 버스킹을 마치고 길을 걷던 중 담배를 피는 김양과 김양의 친구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런 김양의 변화에 대해 최씨는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었다"며 "꾸준한 관심과 사랑 덕분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최씨는 김양 외에도 지난해 한 해 동안 15명의 가정 밖 청소년을 구조해 지금까지 이들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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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가출청소년에 다가가 돕는 30대 선교사 최연희씨
부모 없이 홀로, 학교 밖 돌던 여고생 다가가
매일 아침 방문, 엄마처럼 챙겨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연희(32·가명)씨가 김선주(18·가명)양을 만난 것은 지난해 겨울쯤이었다. 교회 사역팀과 함께 버스킹을 마치고 길을 걷던 중 담배를 피는 김양과 김양의 친구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 둘을 지켜보던 최씨는 조심스레 다가가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느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김양 일행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중에 알고 보니 선주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선주 친구는 가출 상태라 배가 무척 고팠대요. 밥만 같이 먹고 도망가려 했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당시 이야기를 전했다.

김양은 첫 만남부터 대뜸 자신의 가정사를 꺼냈다. 최씨는 “아마도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은 한 달 전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며 현재 홀로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는 이혼 후 따로 살고 있었다. 김양의 어머니는 한밤중 김양 곁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세상을 떠났다.

김양의 어머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수급비가 김양에게 지급되면서 월세와 생활비는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 둘 곳이 없었던 김양은 점차 학교 밖으로 돌기 시작했다. 최씨와 만났을 땐 딱 하루만 더 결석하면 유급 처리될 상태였다. 최씨는 그때부터 김양의 ‘엄마’가 됐다. 꼬박 한 달 동안 아침이면 김양의 집을 찾아 깨워 학교에 데려다 줬다. 그 덕분에 김양은 무사히 고등학교 2학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올해 3학년이 된 김양은 지난해보다 학교 출석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 김양의 변화에 대해 최씨는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었다”며 “꾸준한 관심과 사랑 덕분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최씨는 김양 외에도 지난해 한 해 동안 15명의 가정 밖 청소년을 구조해 지금까지 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10명에게 연락처를 주면 1명 정도 답장을 준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난해 만남을 시도한 가정 밖 청소년이 150여명은 된다는 얘기다.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선교사인 최씨는 수학 공부 앱을 만드는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도 일하고 있다. 일하지 않을 땐 길거리로 나선다. 일부러 어두운 골목길을 찾아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을 찾고, 이들에게 말을 건다. PC방, 디스코팡팡 업체 등 가정 밖 청소년들이 자주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SNS 가출팸에 자신의 연락처를 보내 성범죄에 노출된 여학생 5명을 구하고 보호하기도 했다.

그가 요즘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첫 마디는 “같이 마라탕 먹을까”라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고, 이야기를 듣고, 멘토가 되어 준다. 이렇게 활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자비로 충당하거나 교회의 도움을 받는다. 아이들에게 줄 생필품 등은 자신이 속한 이랜드 복지재단의 ‘SOS위고 봉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최씨는 “‘SOS위고’ 덕분에 아이들에게 겨울 점퍼나 신발 등을 선물해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처럼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마음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학창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며 “너무 힘들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안 좋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교회에 다니게 됐고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그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말할 사람도, 도와준 사람도, 사랑해준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보면 자꾸 마음이 가요. 이 아이들도 누군가 단 한 사람, 한 번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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