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세기의 사진이 역사가 되려면
휘날리는 성조기 아래 치켜든 주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중 피격 직후 찍힌 사진이 미국 대선 판도를 흔드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1969년 미국 닉슨 정권에 힘을 실어준 사진에서도 성조기가 등장했다. 그해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순간을 담은 사진이다. 한때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 조작설에 휘말린 게 바로 이 성조기 탓이다. 공기 없는 달에서 펄럭이는 듯한 모양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이 세기의 사진이 미 정부의 비밀 작전 속에 탄생했다는 상상을 펼친다. 냉전시대, 소련과 우주 패권을 경쟁하던 미국은 유인 달 탐사 계획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거듭한다. 대중의 관심과 자금줄이 떠나가자 정부는 11호마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가짜 달 착륙 영상을 찍기로 한다.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이 로맨스를 벌이는 오락영화지만, 당시 NASA 종사자 40만명의 헌신 배경이 된 사건만큼은 진솔하게 묘사했다. 바로 1967년 1월에 있었던 아폴로 1호의 참혹한 실패다. 비행사 3명이 발사 전 연습 도중 우주선 화재로 모두 사망한 사건이다. 극 중 콜이 가짜 영상을 막으려는 동기를 동료들 희생을 거짓 역사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설명한다.
가짜 역사를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권을 향한 냉소로 출발한 영화는 마지막엔 이런 메시지로 끝맺는다. 세기의 사진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지만, 그것을 역사로 만드는 건 후대에 증명되는 진실이라는 사실. 가짜 달 착륙설을 잠재운 게 NASA의 해명이 아니라 이후 인류 역사의 일부가 된 우주 시대 개막인 것처럼 말이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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