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기 막는다…KBO 온 피치컴, 현장선 시큰둥
투수와 포수의 사인 교환을 돕는 전자 특수장비 ‘피치컴’ 세트가 KBO리그에 상륙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16일부터 피치컴을 자율적으로 시험 활용할 수 있다.
피치컴은 사인을 입력하는 송신기와 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수신기로 구성된다. 송신기에는 9개의 버튼이 있어 사전 설정된 구종과 투구 위치 버튼을 순서대로 입력하면 수신기를 통해 음성이 전달된다. 견제나 피치아웃과 같은 버튼도 있다.
송신기는 투수나 포수만 착용할 수 있다. 투수의 경우 글러브 또는 보호대에 기기를 부착한다. 포수는 팔목이나 무릎 보호대를 활용해 희망하는 위치에 착용한다. 수신기는 투수와 포수 이외에 많게는 야수 3명까지 착용이 가능하다. 포수는 상대 타자가 음성을 엿듣지 못하게 이어폰으로 소리를 듣는다. 투수의 경우 모자에 부착된 장비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피치컴은 상대 팀의 사인 훔치기를 막기 위해 2022년 메이저리그가 처음 도입했다. 피치컴을 도입한 계기는 2017년 월드시리즈였다.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외야 카메라로 상대 포수의 사인을 촬영한 뒤 휴지통을 두드리는 방법 등으로 사인을 훔쳤고, 우승까지 차지해 파문을 일으켰다. 논란이 확산하자 피치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2022년부터 첨단 전자기기가 도입됐다.
KBO리그에선 피치컴 도입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투수와 타자가 제한시간 안에 플레이해야 하는 ‘피치 클락’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빠르게 사인을 교환할 수 있는 피치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O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미국에서 피치컴 기기를 대량 구매했고, 전파인증 절차를 거쳐 15일 각 구단에 배포했다.
프로야구 현장에선 피치컴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올 시즌부터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면서 논란이 생겼는데 피치컴과 피치 클락까지 도입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16일 “오늘 피치컴 기기를 봤다. 다만 이 장비를 쓴다고 시간이 정말 줄어들지는 모르겠다. 바로 실전에서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 포수 손성빈도 “처음이라 그런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평소 손으로 사인을 교환하던 것과 비교해 정말로 시간이 줄어들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울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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