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수퍼카’ 조수행, 도루왕까지 달린다

김효경 2024. 7.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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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81번째 경기에서 40호 도루를 성공해 두산 베어스 선수 최단 경기 40도루 신기록을 작성한 조수행. 비결은 기습 번트를 대고 3.5초 만에 1루에 도달하는 빠른 스피드와 빼어난 슬라이딩 기술이다. 그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1]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조수행(31)의 별명은 ‘퀵수행’이다. 마치 수퍼카처럼 발이 빠르다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조수행은 지난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시즌 40호 도루를 성공했다. 이날 KT 위즈전은 조수행의 시즌 81번째 경기였다. 이로써 조수행은 정수근이 갖고 있던 두산 선수 최단 경기 40도루 기록(82경기)을 갈아치웠다. 조수행은 “그런 기록이 있는 줄도 몰랐다. 구단에서 이야기를 해줘서 나중에 알았다. 내가 두산에서 야구를 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행은 이튿날에도 2차례나 베이스를 훔쳐 올 시즌 도루 1위(42개)를 달리고 있다. 정수근과 이종욱에 이어 두산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50도루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 도루 2위 황성빈(롯데 자이언츠·36개)과는 6개 차.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조수행이 올 시즌 도루 1위를 질주하는 비결은 빠른 스피드와 빼어난 슬라이딩 기술 덕분이다. 조수행은 “주변에서 격려해준다. 감사한 일인데 너무 많이 듣다 보니 부담스러워지기도 한다”며 “나는 도루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 ‘도루왕’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안 날 수는 없다.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조수행은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면서 타격 능력도 좋아졌다. 2022년 타율 0.235, 2023년엔 0.219에 그쳤지만, 올해는 0.273까지 끌어올렸다. 한동안 3할대 타율을 기록하다 6월 들어 주춤했지만, 최근 체력 안배를 하면서 타율이 다시 좋아졌다. 발이 빠른 덕분에 내야 안타를 뽑아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기습 번트를 대고 1루에 도달하는 시간이 3.5초에 불과하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게 아니다. 성공률도 뛰어나다. 이제까지 도루 실패는 6개밖에 안 된다. 도루 성공률도 지난해(81.3%)보다 훨씬 높아진 87.5%로 올라갔다. 10개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에선 성공률이 김지찬(삼성), 김도영(KIA), 황성빈에 이어 4위다.

신재민 기자

든든한 두 명의 지원군이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과 정수성 코치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거포였지만, 지난해 두산 감독을 맡은 뒤 “1점을 내기 위한 야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조수행에게 많이 뛸 것을 주문했다. 이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조수행은 지난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49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올해는 이미 61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정수성 코치는 조수행이 빠른 발을 살릴 수 있도록 “필요하면 과감하게 뛰라”고 독려했다.

조수행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자신 있게 뛸 수 있게 됐다. 도루에 성공하고 난 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요즘은 더 과감하게 뛰려고 노력한다”며 “나는 한 베이스라도 더 뛰어야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선수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수행이 빛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6년 1라운드에 뽑힐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두산 외야진이 워낙 탄탄해 좀처럼 설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조수행은 “대졸 선수여서 이른 시일 안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강점을 갈고닦은 끝에 기회를 잡았다.

조수행은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갈 때도 도루 타이밍을 연구하기 위해 상대 투수들의 폼을 분석한다. 조수행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살아남으려고 했다. 그래서 이 정도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지난해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곧바로 탈락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투타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가을야구를 향해 순항 중이다. 조수행은 “시즌 끝까지 다치지 않고 완주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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