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슬라이더와 스위퍼의 차이점

배중현 2024. 7.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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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WBC에서 일본의 우승을 이끈 오타니 쇼헤이.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시즌부터 스위퍼를 공식 구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옆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지자 아예 이 구종을 '스위퍼'라고 부르며 집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오타니가 스위퍼를 처음 던졌다고 볼 순 없다. 이전에도 적지 않은 투수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횡적인 슬라이더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존 스몰츠(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종으로 꺾이는 슬라이더를 자주 던졌다. 이런 영향을 받아 당시엔 슬라이더 역시 커브와 마찬가지로 횡이 아닌 종으로 움직이는 구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스위퍼가 인정받으면서 슬라이더를 바라보는 시선이 또 한 번 바뀐 느낌이다. 그런데 MLB 중계를 보다 보면 횡적인 변화보다 종적인 변화가 더 커 보이는데도 스위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KBO리그를 호령한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올 시즌 활약 중인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의 스위퍼는 같은 구종이지만 움직임이 다르기도 하다. 페디의 스위퍼가 횡으로 많이 휘는 전형적인 스위퍼지만 네일의 스위퍼는 횡보다 종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의 랜디 존슨. 게티이미지


슬라이더와 스위퍼는 무엇이 다를까. MLB에선 투수의 구종을 육안이 아닌 기계로 분류한다. 구종을 분류하기 위해선 기준을 입력해야 하는데, 스위퍼로 체크되려면 횡으로 15인치(38.1㎝) 이상 꺾여야 한다. 슬라이더는 약 6인치(15.24㎝)인데 슬라이더와 스위퍼 사이의 움직임은 상황(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말인즉슨 랜디 존슨·밥 깁슨·스티브 칼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대부분의 투수가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누군가의 슬라이더는 지금 기준으로 스위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종합해 보면 슬라이더는 스위퍼보다 짧게 꺾이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예전에 커터, 즉 컷 패스트볼이란 새로운 구종을 탄생시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구종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새로운 구종이 탄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80년대 등장해 지금까지 활용되는 스플리터도 포크볼의 변형이었고 무브먼트와 구속이 다르기 때문에 신구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결국 새로운 구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속과 움직임이 구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구종이 타자에게 치기 어렵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타자에게 위협적이지 못한 구종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구종에 대한 연구와 출현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홈런 타자 브렌트 루커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의 타자들이 지속적으로 슬라이더와 스위퍼 차이를 말한다"고 밝혔다. 결국 어떤 구종이더라도 공략하지 못하면 핑계가 될 뿐이다. 구종은 상대적이고 진화한다. 스위퍼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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