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페달 잘못 밟아 사고…일본은 신차 90%에 방지장치 달렸다[김필수가 소리내다]

김필수 2024. 7.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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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이 사망한 서울 시청 앞 교통사고를 계기로 급발진 의심 및 고령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한 보조 장치 도입을 본격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김지윤 기자


최근 서울시청 앞 자동차 돌진 사고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68세의 사고 차량 운전자는 계속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고 고령자 운전 사고와 같은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법상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한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교통안전공단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 236건 가운데 급발진을 인정받은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차량 결함을 밝히지 못하면 법적 다툼에서 모두 패소한다.

이미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원인이 전자제어 이상, 즉 알고리즘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추후 재연이 불가능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 사고라는 점이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자동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통해 각종 데이터가 기록되는 EDR(Event Data Recorder·사고기록장치)의 결과도 ‘제작사의 면죄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운전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급발진이란 ECU가 먹통이 되는 경우인데 이런 ECU에서 나온 EDR의 기록을 100% 맹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운전자의 불만을 해소할 수도 없다.

지난 1일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가 놓여 있다. 뉴스1

정부 정책 강화와 제조사 의지 중요


급발진을 예방하는 방법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나마 제작사에서 자동차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소프트웨어적으로 전체적인 시스템을 중지하는 ‘셧다운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미국의 테슬라나 일본의 토요타 등이 이러한 셧다운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뉴스가 있는 만큼 우리도 시스템 업그레이드 노력이 요구된다. 자동차 제작사의 의지가 필요하고, 정부가 이를 촉진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 운전자의 결백을 입증하고 증거로 확실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페달 채널이 포함된 영상블랙박스의 사용이다. 이미 여러 종류가 시판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차량 구매 시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선택 사양으로 할 것을 제조사에 권고했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설계 변경이 간단치 않고, 차량 가격이 상승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사고원인 규명은 EDR 분석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 급발진 의심, 고령자 사고 증가
페달 블랙박스 장착 확대 필요
사고방지장치 지원도 검토해야


지난 국회에서도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유야무야됐다. 결국 현재로선 개인이 자비를 들여 페달 블랙박스를 다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국회 상임위에서 “개인적으로 차에 달려고 한다”라며 페달 블랙박스의 필요성에 공감했을 정도다.

지난 10일 인천 시내 한 자동차용품 시공업체에서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다. 뉴스1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정부와 개인 모두 고심해야 한다.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고령 운전자 사고는 매년 약 20% 정도 증가하고 있고 사망자 수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각종 자동차 사고에서 자동차 급발진을 언급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운전자가 패닉, 즉 기억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책임 회피를 하기 위한 핑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고령 운전자의 기기 조작 미비나 판단 능력의 저하가 원인인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고령 운전 제도적 제한 한계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반납제도 ▶적성검사 5년에서 3년으로 단축 ▶안전교육 의무화 ▶치매 검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효율이 크지 않다.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도 언급하고 있으나 고령자 취업 비율이 선진국 중 가장 높고 이동권이 제한되는 만큼 국민의 반발도 클 것이다.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조건부 면허는 75세 이상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운전 기능을 제한하는 측면에서 극히 한정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자발적인 조건부 면허 등이 많다. 고속도로 운행 금지, 야간 운행 금지, 고속 운전 제한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 제도를 전혀 도입하지 않았다.

20여 년 전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대신 각종 첨단 장치 장착 시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비상자동제동장치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등이 있는데, 일명 ‘서포트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의 경우 엔진 회전수 급등과 같은 비정상 조작이 감지되면 차량이 경고음을 내고 제동을 하거나 감속을 한다. 일본 내 신차의 90% 이상이 이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이런 장치를 단 신차가 등장하고 있지만, 기존 차량이 이를 장착할 수는 없다. 장치 개발 권장과 인증기준 마련 등 다양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일본 등이 체계적으로 기준을 마련한 만큼 적극적인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조건부 면허 도입 등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운전면허반납에도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가족 등 제3자가 고령 부모의 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 시뮬레이터 등으로 고령 운전자 본인이 기기 조작이나 판단 능력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객관적인 방법도 운전면허 반납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현재 시행하는 치매 검사 등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택시나 버스 등 운송업을 직업으로 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검증 절차는 더욱 중요한 과정이라 하겠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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