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사과해야"…與당대표 후보 모두 'O' 팻말 들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모두가 "김건희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가나다 순) 후보는 16일 오후 서울 마포 상암동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3차 방송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는 'O, X' 질문에 모두 사과해야 한다는 뜻에서 'O' 팻말을 들었다.
한 후보는 "국민들이 그것을 바라고 계시고 대통령도 이미 사과를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1월부터 그 부분을 말씀드렸었다. 결국 관철하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지난 1월 당시 한 후보는 김 여사의 사과 문제와 관련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나 후보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께서 '지금이라도 좀 사과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사과 의사 표시를 하신 것으로 문자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것이 오히려 털어버리고 간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원 후보는 "영부인은 공인이고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공적 책임도 있다"며 "물론 영부인 본인은 억울한 게 많겠지만, 국가지도자 영부인이라면 국민을 먼저 생각해서 사과하면 국민들도 마음을 열 것"이라고 답했다. "많은 문제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고 본다"면서다.
윤 후보는 "김 여사께서는 몰카 공작의 희생양"이지만 "국민적인 마음을 어루어주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번 한 비대위원장께 백번·천번·만번 사과하고 싶다고 하셨고 그 입장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며 "조만간 검찰 조사 과정을 통해서 김건희 여사의 입장과 사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코너에서 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소는 정당했다' 질문에 동의의 뜻인 'O' 팻말을 들었다. 한 후보는 "직무상으로 그렇게 했다"며 "다만 박 전 대통령께 인간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기소의) 모든 걸 담당한 건 아니다. 최종적으로 (기소를) 결정한 건 아니다"라며 "지난 총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님을 만나서 따뜻한 말씀을 많이 들었고 여러가지 정치적인 조언도 많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여론조성팀 의혹' '채상병·한동훈 특검' 재격돌
이날 토론회에선 '여론조성팀’ 의혹' '채상병·한동훈 특검' 논란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이 일었다. 한 후보에게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먼저 '채상병특검법' 대안을 제안한 한 후보를 향해 원 후보는 "민주당 안이든, 제삼자 안이든, 특검이 시작되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출발부터 막아야 한다"며 반대했다. 원 후보는 이어 "우리나 대통령실은 숨길 것이 없다"는 한 후보의 발언에 "숨길 것 없는 한 후보도 한동훈특검법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이에 한 후보는 "원 후보가 민주당의 억지 주장에 올라타는 것이다. 오히려 원 후보의 그런 태도가 문제"라고 받아쳤다.
윤 후보도 "떳떳하면 오히려 특검을 한 번 받아서 되치기하는 것 어떤가"라며 원 후보의 말을 거들었다. 이에 한 후보는 "하다 하다가 (해당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논리와 편을 먹고서 같은 당 당대표 후보를 공격하는 것인가“라며 ”이거야말로 막가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하는 듯 ”댓글도 마찬가지지만 팬덤정치라는 게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지나치면 해악"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자발적 지지라도 과열되면 안 된다"면서도 "정치인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그런 방식의 팬덤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건국일 언제" "동성혼 합법화" 등 韓에게 질문공세
한 후보에 대한 '이념 정체성'에 대한 공격성 질문도 이어졌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게 "대한민국 건국일이 언제냐"라고 물었고, 한 후보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하시네. 나는 대한민국이 제헌국회가 출범하면서 건국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원 후보는 "제헌국회로 건국 시점을 잡아주신 점 감사하다. 당원들이 많이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건국 시점에 대한 질문은 그간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논쟁의 소재로 알려졌다. 1948년(대한민국 정부 수립, 제헌)과 1919년(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두고 앞서 문재인 정부 시기를 중심으로 논쟁이 시작됐다.
원 후보는 또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고, 한 후보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를 복잡하게 만들고 기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현 단계에서 법제화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우파의 적을 어디로 봐야 하냐"는 윤 후보의 질문엔 한 후보는 "국민을 적과 동지로 구분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우리 우파의 적은 내부의 웰빙 같은 것, 외부에 있어서는 자기 범죄를 피하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세력"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채상병특검법·댓글팀 의혹 등과 관련해 한 후보를 향한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비동의간음죄·외국인 투표권 등에 대한 후보들 간 각종 정책 토론이 이뤄지면서 지난 방송토론회보단 비방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지도부·선관위의 '지나친 마타도어 금지' 경고에 이어 지난 합동연설회에서 빚어진 지지자들 간 폭력사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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