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한동훈 보면 황태자 같다"…3차 토론도 네거티브 격돌
7·23 전당대회를 1주일 앞두고 열린 16일 국민의힘 대표 경선 후보 제3차 TV토론회에선 추가 폭로전은 없었지만,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됐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채널A 상암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에서 ▶채 상병 특검법 ▶댓글팀 의혹 ▶대선 1년 6개월 전 사퇴 문제 ▶비(非)동의 간음죄 등의 이슈로 치열하게 격돌했다.
이날 토론회도 ‘한동훈 청문회’와 같은 분위기로 시작됐다. 주도권 토론의 첫 발언자로 나선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를 보면 황태자 같다. 40대 법무부 장관에 이어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대통령과의 관계로 여기까지 왔다”며 “정치 이전에 신의와 의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 후보는) 마치 항아리에서 곶감만 빼먹는 것 같아 여러 감회가 든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한 후보의 입장을 재차 캐물었다. 원 후보는 “민주당 안이건 제3자 추천 방안이건 시작하면 대통령부터 겨냥하게 된다”며 “출발부터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민주당이 직접 특검을 정하는 민주당 법안은 절대 받아서는 안 되지만, 민심을 감안해 (제3자 추천 특검 같은) 대안을 제시해 국민께 ‘보훈과 안보에 소극적이고 도망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나 후보는 “채 상병 특검은 정략적 특검이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부족하면 우리라도 요청하겠다는 게 당론이므로, 한 후보의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 역시 “일단 공수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당론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문자로 나선 윤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이른바 ‘댓글팀’ 의혹을 꺼냈다. 윤 후보의 “민주당이 이 문제를 갖고 특검을 요구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한 후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댓글에 대해 ‘제가 시킨 것’이라고 하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한 후보는 이어 비례대표 공천 과정의 측근 관여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거 없다”고 일축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이번 당 대표가 대선에 나가려면 내년 9월에 관둬야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1년 6개월 전에 그만두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거론한 것이다. 이에 한 후보는 “당 대표가 누가 되든 내년 9월 이후 상대를 이기는 후보라면 그만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한 후보는 경쟁 후보들을 향해 정책 관련 질문으로 반격했다. 한 후보가 “비동의 간음죄를 발의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나 후보는 “발의 당시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관련해서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 입장을 유지하는 게 맞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답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를 향해 “과거 외국인 투표 법안을 발의해 중국인 투표권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원 후보는 “제가 주도해 발의한 게 아니라 공동 발의자 중 한 명이었고, 법 시행 과정에 문제가 있으므로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토론에선 전당대회의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도 오갔다. 나 후보는 원 후보를 향해 “그간 한 후보에 대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증거가 있느냐”고 물으며 “그동안 거칠었다. 소상히 설명할 게 있다면 설명해야지 그런 식의 의혹 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이어 이른바 ‘한동훈 팬덤’에 대해서도 “팬덤 정치가 지나치면 해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전날 지지자 충돌 상황에 대해 “제가 계획적으로 연설에 방해받는 상황이었고, 제가 자제시켰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면서도 “정치인이 직접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그런 식의 팬덤을 저는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내내 날을 세웠던 네 후보 간 의견 일치를 본 대목도 있었다. 속내를 묻는 ‘O·X 질문’ 코너에서 “김건희 여사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는 질문에 모든 후보가 ‘O’를 동시에 든 것이다. 네 후보는 각각 “이 사안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한동훈) “문자에도 사과 의지가 있었고 털어 버리고 가야 할 부분이다”(나경원) “영부인은 국민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할 공적 책임이 있다”(원희룡) “국민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윤상현)는 이유를 댔다.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보가 있다”는 질문에선 경선 내내 치고받았던 원희룡·한동훈 후보가 함께 ‘X’를 들었다. 이유는 다소 달랐다. 한 후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은 없고, 강은 함께 건너야 한다”고 강조했고, 원 후보는 “굉장히 위험한 강을 건너가는 과정에 있다. 정말 건너가면 안 된다고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후보 간 마무리 발언 내용은 엇갈렸다. 원 후보는 “특검은 곧 어떤 이름이라도 탄핵으로 연결된다. 특검을 받으면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며 한 후보를 겨눴다. 나 후보는 “당의 분열이 탄핵 이후 가장 극심하다”며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한 후보는 “변화는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뎌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며 변화와 미래를 강조했다.
오현석·김민정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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