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다시 질주…‘로보택시’ 관심 집중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7.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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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서학개미 최애주

엔비디아 급등 이전 서학개미가 가장 선호하는 종목이던 테슬라가 장기간 부진의 늪을 벗어나는 모양새다.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등 우려로 한동안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지만, 최근 한 달 새 50% 이상 주가가 오르며 나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재진입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치솟은 건 사실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8월 공개될 예정인 테슬라 ‘로보택시’가 어떤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느냐가 향후 주가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테슬라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 (AP)
우려보다 양호한 2분기 실적

ESS·로봇 등 신사업 기대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테슬라 주가 부진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말 240달러 안팎에서 형성된 주가는 올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지난 4월에는 139달러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테슬라 주력 차종인 ‘모델Y’가 노후화됐다는 평가와 함께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중국 로컬 업체의 약진에 따른 경쟁 심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후 반등이 시작됐다. 4월 말부터 주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6월 이후 상승폭이 가파르다. 지난 6월 25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7월 10일 종가는 263달러로, 이 기간 주가는 44% 상승했다. 테슬라 종가가 263달러를 기록한 건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9개월 만이다. 7월 10일 기준 시가총액은 8396억달러(약 1162조원)로, 브로드컴을 제치고 나스닥 시가총액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주가 반등은 우려에 비해 2분기 실적이 양호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지난 7월 2일(현지 시간) 2분기 인도량이 44만3956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인도량(38만6810대) 대비 약 15% 증가했으며, 월스트리트 전문가 평균 전망치(43만8019대)를 웃도는 수치다. 전분기 대비 인도량이 증가하며 1분기가 테슬라의 실적 저점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기대치를 넘어선 에너지 부문 출하량도 테슬라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테슬라는 2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량이 9.4기가와트시(GWh) 규모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57%, 전분기 대비 132% 급증한 수준.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전력난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업체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됐다. 갈수록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주로 분류되는 테슬라로 조금씩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쇼트 커버링 효과가 나타나며, 수급이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테슬라 위기가 고조되며 주가가 부진하던 시기, 다수의 글로벌 헤지펀드가 테슬라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제공 업체 해젤트리가 추적하는 500여개 헤지펀드 가운데, 6월 말 기준 테슬라에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한 펀드는 18%에 달한다. 이는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은 비율이다. 쇼트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는 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로 대응한다. 그러나 6월 말부터 주가가 치솟으며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쇼트 커버링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 반등은 우려 대비 양호한 2분기 실적과 ESS 사업의 높은 성장세가 배경”이라며 “에너지 부문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실적 안정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급 측면에서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의 쇼트 커버링 영향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 로보택시 로드맵 중요

PER 100배…장기적 접근 필요

향후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ESS·로봇·AI 등 신사업 성장이다. 테슬라 주가를 좌우하는 요인이 과거에는 전기차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완전자율주행(FSD)·로봇·AI 등 신사업 관련 기대감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특히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부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 테슬라는 하반기 중국 시장에서 FSD 테스트를 시작한다. FSD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단순한 전기차 회사를 넘어 AI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8일(현지 시간) 예정된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가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로보택시는 FSD 시스템을 탑재한 택시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으며, AI가 스스로 운전 동영상을 보고 학습하도록 만들어져 전 세계 테슬라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킨다. 8월 발표에서 로보택시 실증 사업 내용이 얼마나 가시성 있게 제시되는지가 하반기 테슬라 주가 향방을 가를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속적으로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보다는 AI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기술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오는 8월 테슬라가 로보택시 관련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 그 내용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지가 향후 주가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도 테슬라 투자자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중국 브랜드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테슬라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하는 최대 해외 시장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중국 매출은 지난 2016년 약 10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17억달러까지 증가하며 테슬라 실적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모두 전년 대비 중국 매출이 감소하며 부진한 흐름이 지속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글로벌 순수전기차(BEV) 판매 1위를 중국 BYD에 뺏기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EV) 시장점유율 49.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다. 시장조사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테슬라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가장 부담되는 요인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실적 기준 테슬라 주가에 적용되는 PER은 106배 수준이다. 제너럴모터스(4.9배), 포드(6.5배) 등 미국 자동차 업체는 물론, 중국 BYD(18.5배)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테슬라의 선행 12개월 PER이 80배를 웃돈 건 지난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다수 전문가는 여전히 테슬라의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추격 매수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기존 제기된 많은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황이다. 앞으로는 호재가 있을 때마다 주가 상방은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테슬라가 개발 중인 기술은 1~2년 내 상용화가 어렵다. 투자 시기를 길게 봐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흐름을 보면 테슬라 주가는 180달러 정도가 저점으로 생각된다. 지난 2020~2021년과 같은 주가 상승 흐름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다만 3년 이상 장기 보유를 목표로 주가 조정 시 조금씩 매수하는 전략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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