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효과…리츠가 살아난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한동안 부진했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이 다시 주목받는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며, 대표적인 금리 민감 자산으로 꼽히는 리츠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적용될 예정이었던 공모리츠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특례 적용 기한이 2026년 말까지 연장되며 투자자 관심이 더욱 높아진 모양새다. 개별 리츠뿐 아니라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2026년 말까지 연장
리츠는 투자자에게 받은 자금을 물류센터나 상가 업무용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한 뒤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고금리 시기에는 이자나 자본 조달 비용이 늘어 배당을 축소하고 신규 자산 편입 여력이 약화되는 등 투자자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반대로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투자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된다.
그동안 고금리로 풀 죽어 있던 리츠 시장이 최근 다시 투자자 관심을 받고 있다. 침체한 리츠 시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게 도화선이 됐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국민소득 증진 및 부동산 산업 선진화를 위한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리츠의 월 배당을 허용하고, 주주가 동의한 경우 자금 유보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리츠가 우량한 자산을 담을 수 있도록 리츠 자산 재평가를 활성화하며, 기존에는 공모 리츠끼리만 합병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공모 예외 리츠까지 합병할 수 있도록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세부 지침을 마련한 뒤 올 하반기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는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특례 적용 기한을 당초 지난해 말에서 오는 2026년 말까지 연장하며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절세 혜택을 확대했다. 지난 2019년 12월 신설된 공모리츠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 기한을 3년 연장한 것. 이 과세특례는 리츠에 투자해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투자 금액 합계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에 포함하지 않고 9.9%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세법상 배당·이자소득이 합쳐진 금융소득을 기준으로 연간 2000만원 이하일 때, 배당소득에 부과되는 세율은 지방세 포함 15.4%다. 만약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가면 근로·연금소득 등 종합소득과 합해 누진세율 6.6~49.5%가 적용된다.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가 적용되는 리츠에 투자하면 세금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리츠에 5000만원을 투자해서 연 5%의 배당을 받는 경우, 분리과세가 적용된다면 연간 13만75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배당소득 250만원에 일반세율 15.4%가 적용된다면 38만5000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분리과세 9.9%가 적용되면 24만7500원의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절세 혜택은 더 크다. 이 경우 배당소득 2000만원까지는 15.4%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그 이상은 근로소득 등과 합쳐져 최대 38.5%까지 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세특례 조건도 일부 완화했다. 기존에는 보유 중인 리츠를 3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감면세액을 추징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법을 개정하면서 매도 금액을 다른 신규 리츠에 투자하면 보유 기간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 덕분에 올 들어 리츠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연초 유상증자에 성공한 미래에셋맵스리츠 사례가 살아나는 시장 분위기를 보여준다. 미래에셋맵스리츠는 지난 1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률 124%를 기록했다.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에 대거 참여하며 실권주 일반공모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완판된 것.
오랜만에 리츠업계에서 유상증자 흥행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SK리츠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실권주 규모만 600억원 가까이 나오며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또 다른 상장 리츠인 미래에셋글로벌리츠도 지난해 유상증자 청약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해 자금 차입 계획을 철회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리츠 시장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고금리 충격에서 벗어나 배당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고 최근 발표된 리츠 활성화 방안에서 알 수 있듯이 정책적 지원도 지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츠 회사가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업 안정성 확인 필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리츠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때라는 전문가 조언이 나온다. 아직까지 리츠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최근 리츠 시장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리츠가 보유한 실물 부동산 가치 대비 할인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리츠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며 투자자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리츠Top10지수’는 연초 784포인트로 출발해 7월 11일 824포인트까지 올랐다. 이 기간 지수 상승률은 5%. 지난해 연간 10% 하락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리츠 시장을 향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자 운용업계 움직임도 분주하다. 신한리츠운용은 지난 7월 1일 국내 첫 글로벌 부동산 펀드 리츠인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를 상장시켰다. 이 리츠는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글로벌 부동산 펀드에만 투자하는 방식이다. 1년 3개월 만에 리츠가 신규 상장하면서 국내 상장 리츠는 총 24개로 늘어났다.
ETF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7월 11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우리·키움·한국투자·한화·KB자산운용 등이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리츠 ETF를 판매하고 있다. 올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KB자산운용의 ‘KBSTAR 글로벌리얼티인컴’, 우리자산운용의 ‘WOORI 한국부동산TOP3플러스’ 등이 새롭게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상품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진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의 리츠 ETF 3종은 한국·미국·일본 등 국가별 특성에 맞게 상품을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세 상품 모두 꾸준한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 니즈에 맞춰 월배당을 지급한다.
이처럼 다양한 리츠 투자상품이 등장하는 가운데, 투자자는 리츠의 사업 안정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안정적인 배당이 강점인 리츠 특성상 배당 재원이 충분한 기업인지 선별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츠 사업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수로는 사업운영수익(FFO)과 조정운영수익(AFFO)을 꼽을 수 있다. FFO는 부동산 감가상각을 감안한 수익성 지표다. AFFO는 FFO에서 임대료 변동분을 더하고 일상적인 유지·보수 금액, 자본 지출은 제외한 금액을 뜻한다. 보다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보여준다. 배당 성향도 투자자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특히 리츠는 주당 FFO에서 주당배당금이 얼만큼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주당 FFO가 1000원인 리츠가 주당 500원을 배당금으로 준다면 배당 성향은 50%가 된다.
그 외 부동산 지표 역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몇 년간 리츠 주가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준 금리는 늘 예의 주시해야 하는 지표다. 또한 리츠의 기초자산은 상업용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공실률이나 임대료 상승률 등 부동산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신규 자산 편입과 그에 따른 유상증자 등 이벤트가 리츠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 리츠의 공시를 꼼꼼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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