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소형도 ‘품귀’…낙찰률 120% 넘기도
지지옥션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7월 169건 ▲8월 190건 ▲9월 216건 ▲10월 238건 ▲11월 281건 ▲12월 215건 등으로 매달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도 ▲1월 313건 ▲2월 218건 ▲3월 261건 ▲4월 351건 ▲5월 275건 ▲6월 301건씩 진행되며 지난해 하반기보다 전체적으로 늘어났다.
경매 물건이 늘었는데도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42.5%)보다 4.7%포인트 오른 47.2%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28.3%)과 비교하면 18.9%포인트나 치솟았다. 낙찰률이 47.5%라는 것은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아파트 10채 중 4~5채는 주인을 찾는다는 의미다.
같은 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92.9%로 직전 달(89.1%)에 비해 3.8%포인트 올랐고, 1년 전인 지난해 7월(86.3%)과 비교해 9.4%포인트나 뛰었다. 6월 낙찰가율은 2022년 8월(93.7%)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자치구별로는 용산구(103.3%), 성동구(102.2%), 강남구(101%) 순으로 100%를 넘겼다. 약세를 유지하던 도봉구(81.7%)와 강북구(82.3%) 등 외곽 지역도 전달에 비해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매매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은 높아지면서 아파트 경매 시장도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경매 낙찰가율이 꾸준히 올랐다는 점에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경매 낙찰가율은 집값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매매 시장에 선행한다. 낙찰 가격이 올라가면 그만큼 매매 시장에서도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례대출 되는 아파트 골라 입찰”
최근 경매 시장에 나온 아파트 낙찰 사례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인기 지역 고가 아파트가 늘어나는 한편, 9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졌다.
일례로 서울 대표 부촌으로 통하는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나인원한남’ 전용 244.35㎡ 4층 물건이 113억7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6월 기준 가장 높은 낙찰가로, 낙찰가율(104.8%)은 100%를 넘겼다. 공동주택으로는 역대 최고 낙찰가다.
6월 가장 높은 낙찰가율(110.2%)을 기록한 매물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 전용 159㎡다. 기존 감정가인 42억2000만원보다 4억3000만원 높은 4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4월 경매로 나온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60㎡는 당초 감정가가 16억원이었는데 13명이 경쟁을 펼친 끝에 약 18억350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아파트 전용 85㎡도 8명이 몰려 감정가(21억6000만원)보다 높은 약 23억61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단지의 비슷한 층수 아파트 실거래가와 낙찰 가격 차이는 1000만원에 불과하다.
강남권 아파트가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강남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서다. 강남구 대치동·삼성동·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대지지분이 18㎡(약 5.4평)를 초과하는 주택을 매수하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 낀 ‘갭투자’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같은 지역 아파트를 경매로 취득할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고 자금조달계획서 같은 각종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아 갭투자를 하려는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다. 바꿔 말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는 별다른 권리 하자가 없을 경우 경매 시장에서 항상 인기가 좋았다.
최근 새롭게 나타나는 트렌드는 9억원 이하 아파트 인기가 부쩍 커졌다는 사실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6월 기준 6월 서울 내 감정 가격이 9억원 이하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52건이었는데, 이 중 93건이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률은 36.9% 수준으로 전달 29.2% 대비 7.7%포인트 올랐고, 지난해 1월(37.6%)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낙찰가율은 87.4%로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 내 9억원 이하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해 1월을 제외하고 모두 10~2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올 들어서는 꾸준히 낙찰률이 오르더니 30%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에 금융 부담을 이기지 못한 영끌족 매물이 경매에 쏟아지면서 경매 진행 건수가 늘었는데 응찰자 수도 함께 늘면서 낙찰률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찬밥 신세였던 9억원 이하 아파트 경매가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올 1월 말부터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과 연관이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연 1~3%대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가격 9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매매 시장 시세가 9억원을 넘더라도 이보다 낮은 가격에만 낙찰받으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기왕이면 9억원보다 비싼 집을 시세보다 싸게 마련하면서, 신생아 특례대출 혜택도 챙기려는 신혼부부가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신생아 특례 기준은 다른 정책금융상품과 달리 감정가나 시세, 거래가 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며 “경매에서 그 이하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는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낙찰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 3분기부터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소득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만큼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물을 찾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을 연 2억5000만원으로 늘리면서 사실상 소득 제한이 폐지되는 셈이라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수요뿐 아니라 경매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최근 기존 아파트값뿐 아니라 신축 아파트 분양가와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라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내집마련을 하려는 경매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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