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얹으려는 사람 多"…KBS가 왜 그럴까 [엑's 이슈]

조혜진 기자 2024. 7.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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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KBS의 협의 없는 통보에 제작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투쟁 끝에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또 다시 투쟁 하고의 반복이다. 이에 PD들이 직접 나서 "프로그램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KBS는 지난주 제작1본부 산하 시사교양국에서 맡고 있는 1TV '추적 60분'을 보도국으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안을 공개했다. 이에 '추적 60분' 제작진은 물론 시사교양국 PD들은 반발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한민국 최초 탐사저널리즘 프로그램으로 40년이 넘게 대중의 곁을 지키고 있는 KBS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갑자기 보도국으로 이관하는 것에 PD들은 "시사교양국의 해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이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 '추적 60분' 현 제작진이자 시사교양1구역 중앙위원 김민회 PD, 14년 전 보도본부 이관 시 '추적 60분'을 담당한 강윤기 PD,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은 사측의 '통보'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추적 60분'은 2010년에도 약 3년간 보도본부로 이관된 적이 있으나, 당시 제작 자율성 침해와 아이템 검열, 방송 보류, 제작진 징계 등이 있었다고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KBS PD들이 이러한 긴급 회견을 열고 행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앞서 수 차례 여러 프로그램들이 폐지되는 등 내부는 계속해서 잡음이 나고 소란스러운 상태인 것. 


박민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폐지 됐으며, 지난 3월엔 KBS '다큐인사이트'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 제작 중단됐다. 제작진에 따르면 해당 다큐는 4월 10일 총선 8일 후 방송임에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측이 연기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발하자, 오히려 이를 빌미로 제작 중단 지시까지 내렸다.

지난 5월에는 KBS 1TV 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2월 시즌 종영 후, 예정대로 5월에 돌아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으나 사측의 MC교체 요구를 거절하자 폐지통보를 받게 됐다는 것. 

당시에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PD들은 사측의 통보에 맞서는 목소리를 냈다. 유례없는 MC교체 통보와 프로그램 폐지 위기 상황에 대해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은 "시사교양국의 CP 팀장들은 매일 말도 안되는 지시에 고통받고 있다. 평 PD들은 중간 간부가 전하는 지시에 따져도 묻고 거부도 하고 체념도 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싸우고 있다. 매일매일이 기사화되지 않을 뿐 프로그램과 제작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방송에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 왜 이리 많나"라며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하라고 숙제받은 곳이 KBS다. 들어와서 왜 딴짓하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밖에서 프로그램 팔고 다니지 말고 제작 논리로 이야기 하라. 민주적 제작방식 자체가 공영방송의 의의다. '나에게 출연자 최종 결재권이 있으니 내맘대로 할 수 있다'고 할거면 유튜브로 가라"고 직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KBS의 문제는 하루 일틀 일이 아니다. 최근엔 특히 더 문제가 자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 논쟁이 있던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투쟁을 했음에도 결국은 사실상 폐지됐다. 이날 '추적 60분' 김민회 PD는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안 만들어지는 것"에 주목했다.

시사, 다큐 제작 PD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층은 김 PD 입사 당시 가장 분주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프로그램은 단 3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당장은 '프로그램이 없네' 생각하고 말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적인 인력 보충의 제한이나, 영향력 감소가 된다. 길들이기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김 PD는 "일방적으로 (시청자를) 배신하고 있는 행위다. 단순히 PD들이 프로그램을 만들 곳이 없다가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 보여줘야 할 새 콘텐츠를 못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이날 한 저연차 PD는 현 사태에 대해 "점점 제가 일할 팀이 없어지네의 느낌이 아니라 해도 되는 말이 줄어드네라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설 자리 잃지 않고 역할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 주인인 시청자 분들께도 관심과 지지, 연대를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호소했다. 제작진과 사측의 갈등이 반복 되며 오랜 프로그램도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있는 상황. 프로그램 정상화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큰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KBS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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