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 역시 루게릭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방파제 단단히 쳐야…” [루게릭병에 대한 이해]

헬스조선 편집팀 2024. 7. 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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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ALS)에 있어 모든 환자들이 가지는 근본적인 두려움은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위운동신경세포와 아래운동신경세포 모두 점차적으로 파괴돼 사지가 마비되며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질병에 대한 다양한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병에 대한 이해도 역시 계속 진전되고 있지만 루게릭병은 여전히 진단 후 3~5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와 임상 결과를 통한 루게릭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본원에는 기관지절개술을 하고 침습적 인공호흡기를 했어도 발성을 보존하는데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환자들도 많다. 심지어는 기관지절개술 이후에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환자도 있다. 다만 예상 기대수명을 훌쩍 뛰어넘기거나 진단 후 10년을 넘게 체질량지수(BMI) 23으로 잘 유지하다가도 어느 날 느닷없이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임종하는 질환이 루게릭병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죽음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방파제를 단단히 쳐 나가는 게 중요하다.

◇호흡부전
현재까지 알려진, 루게릭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호흡 부전’이다. 이는 호흡 근육의 점진적인 약화로 인해 발생하며, 결국 호흡 정지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보고된 사망자 연구에 따르면 호흡 부전은 루게릭병 환자 사망 원인의 46.2~89.6%를 차지한다​. 특히 ‘비침습적 환기(NIV)’나 ‘기관 절개 양압 환기(TPPV)’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주로 나타난다.

다만 미국의 경우 응급의료 접근성이 한국보다 좋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편차 및 의료수가상의 문제로 다소 높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임종을 병원에서 맞이하며 기관절개술을 하면 임종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기관절개술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해 발표된 사망 빈도에 대한 분석 논문 발췌(table2)를 보면 사망원인에 있어서도 실어증, 연하장애, 치매, 파킨슨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내과적 질환 상태가 주로 보고 되고 있다. 심장마비가 7.8%로 높은 빈도를 차지하나 후행연구라서 구체적인 원인 분석은 없는 상태다.

◇심장질환
심근경색과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 합병증 역시 루게릭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이는 루게릭병이 신경계뿐만 아니라 전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병증은 주로 신체의 전반적인 쇠약과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 한다​.

본원에 입원한 루게릭병 환자들 중 특이한 문제없이 잘 지내다가 어느 날 조용히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일반적인 심근경색과 달리 심장 박동이 늘어지면서 갑자기 멈추는 패턴으로 나타나며, 심폐소생술을 진행해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는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심장 박동의 전기적 이상으로 인한 심정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정말 답답하지만 아직까지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다만 이런 일이 생길 확률을 낮추기 위해 ‘유비데카레논(ubidecarenone)’ 성분의 강심제 약물의 병용과 ‘코엔자임Q10’을 비롯한 다양한 항산화제와 경우에 따라서는 협심증 약물(특히 질산염 계통 Nitric Oxide)의 병용을 권장한다.  

◇감염
감염, 특히 폐렴과 패혈증도 루게릭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이는 장기적인 기계 환기를 필요로 하는 말기 루게릭병 환자에서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감염 위험은 움직임의 감소, 호흡 기능의 저하, 빈번한 침습적 처치 등으로 인해 증가한다.​ 감염의 유형 역시 ▲흡인성 폐렴 ▲기관지 페렴 ▲패혈증 ▲일반적 감염 ▲요로 감염 ▲욕창 ▲기회 감염 등 다양하다. 

◇신부전 및 신장질환 악
루게릭병에 걸려서 인공호흡기를 하는 환자들의 경우 면역저하와 함께 다양한 신장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면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발생하는데 투석을 권유했을 때 선택하지 않는 환자와 보호자가 많다. 이러면 환자는 신부전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영양실조 및 탈수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삼킴곤란을 경험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로 인해 영양실조 및 탈수가 발생할 수 있다. 신체는 더욱 약화되고 다른 치명적인 합병증의 위험은 높아지는 것이다. 적절한 영양 관리가 루게릭병 치료에서 중요한 이유다​. 특히 빠른 체중 감소는 면역 감소, 근감소, 호흡 부전 악화에 치명적이다.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면역수치가 떨어진 환자 대부분의 특징이 빠른 체중 감소였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 백신
면역력이 약한 루게릭병 환자들이 코로나 백신이라는 신약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가 없어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환자들만 접종을 진행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맞자마자 24시간 만에 사망한 사례가 1명 있었고, 7일 이내 빠른 면역저하로 전혈구감소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1명 있었다. 이후 필자는 루게릭병 환자에게 코로나 백신을 권하지 않는다. 최근 모발 검사상 관찰되는 중금속 과다 소견 역시 코로나 백신 이후 체내 독성물질의 배출 능력 감소탓은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부주의
혼수상태로 전원 온 환자가 있었다. 보호자가 장 보러 간 사이에 인공호흡기가 빠져버렸고 저산소 뇌병증으로 내원했다. 이미 뇌파가 많이 손상돼 임종만 기다리는 상태였다. 인공호흡기의 관리 부주의는 평생 자책할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고로 기관절개술로 인공호흡기를 유지하는 환자는 인공호흡기 없이도 5분 이상은 호흡이 가능할 수 있도록 호흡재활을 권한다. 물론 산소포화도를 측정했을 때 92% 이하로 떨어진다면 즉시 인공호흡기를 다시 끼워야 하지만 호흡재활은 혹시 모르는 돌발 사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급적 T-tube에 고무줄이라도 끼워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방 및 관리
루게릭병의 다양한 특성으로 인해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포괄적인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호흡 보조 기기의 적극적 사용과 훈련, 일일 영양 수치의 추가적인 지원 관리, 생체징후의 적극적인 측정, 감염 관리 등이 포함된다. 호흡 부전이 루게릭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지만, 심혈관질환, 감염, 영양실조 등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원인을 예의주시 해야 의료 제공자들이 더 나은 질환 관리 및 개입 전략을 개발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양한 신경학 저널에 게재된 연구를 참고하길 바란다​. 

10년간 루게릭병을 치료하면서 병원 직원들의 마인드도 달라졌다. 여기는 대학병원보다 더 빡센 것 같다고, 진짜 병원 같다고 자부심 갖고 웃으며 함께 하던 동료들이 있기에 또 우리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결국, 이 질환이 언젠가는 좀 더 탁월한 치료법으로 환자들이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로워지는 어느 날이 오리라 믿는다. 루게릭 환우들의 평안한 밤을 기원한다.

/기고자: 로뎀요양병원 유재국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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