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 멜로이 NASA 부국장 “한국, 로보틱스·첨단제조 분야 강점”
"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상상해 보세요. 구름과 물로 채워진 지구는 사진으로는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워요. "
우주에서 보는 지구가 어떤지 묻자, 팸 멜로이(63)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부국장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답했다. 1994년 나사 우주비행사 후보로 선정된 그는 세 차례 우주에 다녀온 미국의 대표적인 우주인이다. 2000년과 2002년에는 우주왕복선 조종사를, 2007년에는 사령관을 맡았다. 나사 우주왕복선 사령관을 맡았던 여성은 총 두 명인데, 멜로이 부국장이 그중 한명이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만난 멜로이 부국장은 우주 산업에서 협력과 선순환을 강조했다. “우주로 나가는 첫 번째 주체는 정부 기관이지만, 그 뒤를 민간에서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면서 “나사와 카사(KASA·한국 우주항공청) 같은 우주항공 국가기관의 역할은 기술 개발의 최첨단에 있으면서도 기술의 상업화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Q : 우주 개발이 공공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다.
A : “모든 기술 발전이 그렇듯 필연적인 흐름이다.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와 개발이 있고, 상업 분야로 넘어가면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쓸 수 있게 기술이 광범위하게 발전한다. 나사는 그간 스페이스X, 플래닛랩스 등 민간 기업에 투자하면서 파트너십(협력)을 가져가는 방식에 대해 많이 배웠다. 핵심은 정부와 기업 모두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Q : 어떤 식으로 윈윈이 가능한가
A : “화물을 우주정거장으로 수송하는 일을 생각해보자. 나사는 국가의 우주 미션 수행을 위한 것이라 해당 사업이 필요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우주에 (화물을) 올려보내고 되돌려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화물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고객을 확장할 수 있다. 이렇게 양측에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 여지는 커진다.”
전날 부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우주 학술대회 코스파(COSPAR) 연석회의에서 멜로이 부국장은 “민간 기관의 상업적 우주 역량이 과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 시대”라면서도 “상업적 역량을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와 국제협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8년까지 달에 유인기지를 짓는 나사의 국제 협력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는 현재 총 43개국가 참여하고 있다.
Q : 지속가능한 우주 산업을 위한 규제와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A : “우주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이 생겨나는 활동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우주조약이 있지만, 각국이 우주 관련법을 갖고 있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달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협정은 평화적이고 투명한 규범을 통해 우주 정책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협정 참가국들은 조화로운 우주 활동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
Q : 한국도 2021년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했다. 우주 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나.
A : “한국은 통신 기술, 로보틱스, 첨단 제조 등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의 달과 화성 탐사계획 ‘문 투 마스’와 아르테미스와도 큰 연관성이 있는 분야다. 현재 한국과의 협력은 서로 간 필요한 것을 조율하고 찾아 나가는 연구 협정(study agreement)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Q : 지난 5월 개청한 한국 우주항공청과 어떤 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A : “한국이 이번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면서 중요한 한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협력 차원에서 단일한 창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제(15일) 코스파에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과 만나 큐브위성 등 미래에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십에 관해 얘기했다. 다만, 우주항공청이 만들어진 지 50일 정도 됐고 채용도 진행 중이라 논의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자리 잡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인터뷰 말미 멜로이 부국장은 “지금 나사는 내년도 예산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나사의 예산은 250억 달러(약 34조 6000억 원)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우주산업에 대해 그는 “우주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대중이 눈으로 보게 될 때 예산 지원은 자연스레 들어오게 돼 있다. 미래에 영감을 줄 수 있고 과학 지식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산업이 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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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1335조 쏟아진다, 별도 달도 따주는 우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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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우주에 용달차 쏩니다, 27세 청년의 ‘찐 로켓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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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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