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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사라지니 50만명 사망, 무슨 일?

문세영 기자 2024. 7.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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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사라지니 50만명 사망, 무슨 일?

독수리는 사체가 많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죽음'을 상징하는 무서운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영국 워릭대와 미국 시카고대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다음호를 통해 독수리가 질병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1990년대 인도 전역에서 독수리 등 조류가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른 뒤 50만명 이상의 인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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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생태계 유지를 위한 핵심 동물종이다. MriyaWildlife/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독수리는 사체가 많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죽음’을 상징하는 무서운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영국 워릭대와 미국 시카고대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다음호를 통해 독수리가 질병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1990년대 인도 전역에서 독수리 등 조류가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른 뒤 50만명 이상의 인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피해는 연간 700억 달러(약 97조원)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독수리 서식지 지도와 인도 행정구역 지도를 겹쳐 600개 이상 지역의 건강기록을 살폈다. 그 결과 과거에는 독수리 개체수가 많았지만 현재는 크게 줄어든 지역에서는 인구 사망률이 2000~2005년 연간 약 10만4386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증가했다. 반면 독수리 서식지가 아니어서 과거와 현재 모두 독수리가 살지 않는 지역에서의 인구 사망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  

독수리 개체수 변화는 1994년 농부들이 소를 비롯한 가축에게 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투여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디클로페낙은 가축의 통증, 염증 등을 줄이기 위해 투여된다. 디클로페낙을 투여받은 가축의 사체를 먹은 독수리들에게 신장 손상을 일으킨 것이다. 불과 10년만에 인도 독수리 개체 수가 5000만 마리에서 2000 마리로 급격히 감소했다. 

독수리 개체 수 감소가 사람의 사망으로 이어진 이유는 독수리가 청소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독수리는 갈고리처럼 생긴 날카로운 부리와 매서운 눈매, 긴 날개와 커다란 몸집으로 인해 무서운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실제로 다른 동물을 먹는 사나운 맹금류에 속한다.

독수리는 동시에 죽은 동물이나 썩어가는 동물들을 찾아다니며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사체들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사체를 통해 질병이 퍼지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인도 농장에서는 죽은 가축들을 수로에 그냥 버리는 사례들이 발생하는데 이는 질병이 크게 퍼지는 원인이 된다. 독수리는 이렇게 방치된 가축 사체를 먹어 병원균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인도에서 이같은 독수리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자 동물 사체가 그대로 방치돼 이곳저곳 쌓이기 시작했다. 독수리처럼 청소부 역할을 하는 쥐, 들개들이 사체를 먹는 역할을 했지만 독수리보다 효율성이 크게 낮았다. 결국 인도 정부는 사체 처리를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했고 이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로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됐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생물 다양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보존해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인간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종도 인간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종을 보호하는 조치와 정책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독수리는 인도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동물종”이라며 “다양한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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