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땅 있는데도... 130만원에 싸우는 부부의 속사정

이준목 2024. 7.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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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이준목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 MBC
 
'돈'을 바라보는 상반된 가치관의 차이로 갈등을 겪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7월 15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돈으로 이어진 부부의 끈, 돈줄 부부'편이 그려졌다.

오세종-성미선 부부는 결혼 25년 차로 전북 전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50대 부부였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의 다른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갈등을 겪다가 25년간 무려 세 번이나 이별의 위기를 겪었다.

VCR로 공개된 부부의 일상을 보면, 수산물 배달 업무를 하는 남편은 오전부터 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가며 쉴 틈 없이 일했다. 아내는 30년 경력의 미용사로 휴식기를 거쳐 5년 만에 미용실 재오픈을 준비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최신 투자 정보를 얻는 것이 취미였다.

부부 갈등의 시작은 '부동산 투자' 문제였다. 부부는 함께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했는데 '공동명의'를 하자는 아내의 요청을 남편이 무시하고 혼자 계약을 맺었다.

이에 남편은 과거 아내가 미용실 상가를 구입할 때 빌려준 돈을 2년 넘게 갚지 않았고, 그에 대한 설명은 없이 자꾸 공동명의만을 요구하는데 불신이 생겼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아내는 남편에게 빌린 돈을 갚는 대신, 훗날 다른 곳에 투자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남편은 홀로 은행 이자까지 감당해야 했던 상황에서 아내의 행동에 큰 섭섭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공동명의를 해주지 않은 것에 배신감을 느껴서 돈을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동명의 때문에 다툼이 지속되자 남편은 땅을 정리했다. 이 사건으로 부부간의 상호 신뢰에는 금이 갔다.

쩐의 전쟁 2라운드, 생활비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한 장면
ⓒ MBC
 
부부간 '쩐의 전쟁' 2라운드는 생활비 문제였다. 아내는 남편이 결혼하고 처음 7년간 생활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고, 현재 주고 있는 생활비도 130만 원 정도로 4인 가족 기준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비용이었다. 아내가 생활비를 더 달라고 요청해도 남편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의 가계 관리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아내가 지출내역을 수기로 적어 왔지만, 정작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가 생활비를 가정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개인적 용도를 위하여 사용한다고 의심했다. 아내는 "남편이 소비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돈을 주기 싫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부부는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때도 주제는 대부분 일상보다는 '돈' 이야기뿐이었다. 부부는 가계 지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언쟁을 벌였다. 생활비를 둘러싸고 제때 주지않았다는 아내와, 다음 달에라도 모두 채워줬다는 남편의 주장은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불신에 대한 경제적 정보에 대한 공유가 전혀 없었다. 남편은 아내와 수입을 공유하지 않는 이유를 직업 특성상 계절에 대한 소득편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내의 즉흥적인 씀씀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꼽았다. 남편은 고정비 내에서 지출을 줄일 것을 요구했고, 아내는 여유가 있을 때는 조금 더 쓸 수도 있다는 전혀 상반된 경제관념을 드러냈다.

생활비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자 부부는 감정적으로 날 선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럼 나는 도대체 얼마나 벌어야 하는 거냐"고 답답해했고, 아내는 "남편은 무조건 내가 돈 달라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남편이 "지출이 감당이 안 된다고 설명했지 않냐"고 하자 아내는 "그럼 같이 못사는 거다. 당신은 기본적인 양심이 없다"며 서로를 향한 모진 말을 내뱉었다.

알고 보니 부부는 생활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랐다. 스튜디오에서 대화를 나누며 남편은 가정과 자녀들에게 쓰는 '진짜 생활비'는 본인이 모두 부담하고 있으며, 아내에게 주는 돈은 '품위유지비(용돈)'의 개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내는 집에서 요리하는 재룟값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외식비용 등은 본인이 부담한다고 반박하며, 서로 생활비와 용돈 사이의 개념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돈 문제로 계속 민감하게 티격태격하던 부부는 사실 경제적으로는 꽤 여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는 자가에 거주하면서 별도로 빌라와 땅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패널들은 이런 부부가 고작 130만 원 때문에 으르렁거리는 걸 이해할 수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지민 아나운서는 "두 분이 저보다 돈이 훨씬 많은데, 삶은 더 궁핍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부부는 왜 이렇게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게 됐을까. 남편은 불규칙한 수입 때문에 여유자금이 생기면 일단 비축하기를 원했지만, 아내는 일단 돈이 생기면 부동산 재투자 등 어떻게 쓸지만을 궁리하는 성향이었다. 또한 아내는 부부간의 소통을 원하는데, 남편은 자신의 소소한 개인사도 공유하지 않는 폐쇄적인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남편은 아내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진짜 이유로 "나중에 부부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또한 남편은 과거 아내가 운영하던 미용실이 번창하던 시절에는, 자신을 무시하는 아내의 언행과 태도에 큰 상처를 받았던 일화를 고백했다.

부부가 대화 내내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모습에 오은영과 패널들은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오은영은 "부부는 계속해서 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섭섭했던 감정들이 녹아있다"며 부부의 본질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돈 앞에서 드러난 부부의 다른 성향... 해법은?
 

한편, 부부는 아내가 운영할 새로운 미용실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요청에 따라 몇 번에 걸쳐 수천만 원의 돈을 빌려줬지만, 정작 아내는 미용실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열의를 보이지 않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아내는 남편의 걱정어린 잔소리에 "내가 당신한테 빌린 돈 까먹을까 봐 그려나"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남편이 과거에 미용실을 운영할 때 매출을 여러 차례 계산하고 확인하며 집요하게 추궁했다고 밝혔다. 이에 남편은 "아내는 자신이 벌인 일을 가지고 돈이 부족하면 왜 나한테 채워달라고 할까. 상대방에게 의지하려고만 하면 기분이 좋을까. 그래서 아내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며 아내를 불신하는 이유를 밝혔다.

아내는 남편에 대하여 "당신은 나를 돈으로만 보는 것 같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응원이나 지지 없이 그저 돈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이야기하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남편이 돈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는 압박처럼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굳이 의욕이 없는 미용실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도, 남편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현실보다 감정이 우선인 아내는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서운함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감정보다 현실이 중요한 남편은 "아내가 또다시 손해만 보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걱정하여 냉정한 조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은영은 부부의 상반된 성향을 분석했다. 남편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분석하며 "실용적인 남편으로서는 이런 불경기에 자영업을 시작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아내가) 걱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매사에 정확하고 치밀하게 계산하려는 것을, 아내는 '돈만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부부의 동상이몽 심리를 해석했다.

또한 아내를 향해 "아내는 돈에 대한 포부가 크다. 아내에게 돈은 많이 벌어서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돈을 투자할 때도 위험을 감수한다"고 분석하면서 "자칫하면 돈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많아서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심리검사에서 남편이 신중하고 현실적이며 안정 지향적인 성향을 지녔다. 아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지나칠 만큼 낙관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몽상가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내는 대화하는 방식도 감정적이고 세밀함이 결여되는 등 논리와 팩트가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은영은 "아내는 남편이 쓰는 돈의 단위가 작다는 이유로 '쪼잔하다, 무능하다'고 공격하지만, 그렇게 돈을 모아서 결국 4000만 원을 마련해준 준 것은 남편"이라고 했다. 이에 남편은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공감하며 미소를 지었다.

부부를 위한 최종 솔루션을 두고 오은영은 아내에게 "돈에 대한 욕심은 필요하지만 적당한 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아내 스스로 본인의 성향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돈에 대하여 기초적인 것부터 제대로 된 배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부부가 경제에 관하여 같이 공부는 하되, 투자는 각자 따로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미용실 오픈을 앞둔 아내에게 "어떠한 일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운영하라"고 강조했다.

부부는 솔루션을 받아들이며 그동안 못다 했던 서로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부부가 돈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응원하며 솔루션을 마무리했다. 부부는 이후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기 위하여 지역상담센터에서 부부상담을 시작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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