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없는 한동훈 토론회... 사실상 한동훈-원희룡 대리전
[곽우신 기자]
▲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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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없는 한동훈 토론회였다. 16일 오후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자들 간의 방송토론회에서 '친한동훈 대 반한동훈' 후보자들 간 설전이 오갔다. 한동훈 후보가 없는 자리에서 그를 공격하는 쪽과 방어하는 이들끼리 대리전이 벌어진 셈이다.
이날 다수의 '반한' 최고위원 후보자들은 '친한' 최고위원 후보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친한계 역시 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수하며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총선 패배 책임 "비례대표 공천 탓" vs. "용산의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최고위원 후보자들은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을 복기하면서 총선 패배의 책임이 어디에 더 큰지 각기 다른 판단을 내렸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향해 입을 모으며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과 '사천' 논란을 띄웠다. 원희룡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맺은 인요한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일들이 있었다"라며 "일반 공천도 그랬고 비례대표 공천도 그렇다"라고 직격했다.
비록 역풍에 불발됐지만,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제2의 연판장' 사태를 주도했던 이상규 후보자 역시 "지난 총선 직전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비례대표 공천을 하고 싶다"라며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만한 후보"를 내세웠다면 "험지 같은 데서 5%p 이내의 승부는 이기지 않았을까"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공개적으로 자신이 "팀 한동훈"임을 밝힌 박정훈 후보는 반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에 임명됐던 점을 언급했다. "그때 3월 10일 대통령께서 호주 대사를 임명을 했다"라며 "사실 그전까지 정말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호주 대사 임명 이후에 민주당이 어떻게 했냐면 플래카드로 '도주 대사'라는 표현을 전국에 다 붙였다"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그 뒤에 표심이 많이 흔들렸다"라며 "지금 그 결정 때문에 그 이후에 관련한 채상병 논의가 굉장히 불이 붙었고, 또 지금 야당에서 특검까지 추진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정말 뼈아픈 부분"이라며 "그때로 돌아간다면 제가 강력하게 용산에 건의를 해서 그 결정을 미뤄달라라고 얘기를 했을 것 같다"라며 용산 책임론을 부각한 셈이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공방... "왜 대통령 향한 총질 거드나"
주도권 토론은 더욱 치열했다. 인요한 후보는 장동혁 후보를 향해 "한동훈 후보께서 이 (해병대 채상병) 특검을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그거에 좀 생각이 다르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장 후보는 "우선 지금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제안한 것이 마치 특검을 수용하자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명확하게 밝혔다. 지금의 민주당의 특검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고, 재의 요구 행사해야 하고, 재의 요구가 들어온다면 반드시 그것을 부결시켜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3자 특검법이 제안이 되면서 민주당의 특검법이 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그 문제점이 확실히 부각되고, 이제 국민들을 설득하는 몫은 민주당의 몫으로 돌아갔다"라며 "이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최선의 공격 방법이자 방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상규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후보는 "해병대원 특검이 대통령을 향한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것"이라며 "왜 대통령을 향한 총질을 거들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특검법 수용 여부는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 대표의 권한이 아니고 원내대표의 권한"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장 후보는 "지금 '대통령을 향한 총질'이라고 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또 추진하고 있는 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막아내야 되고, 이 정부를 흔드는 것은 막아야 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기 있는 누구도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있는 누구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대신 "다만 그 막아내는 방법에 있어서 어떤 전략으로 막을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전략이 국민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지, 그리고 어떤 전략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명분 없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박용찬 후보와 김민전 후보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한동훈 후보가 제안한 제3자 특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수의 후보자들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총선백서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있다"
총선백서와 관련해서도 공방이 있었다.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총선백서가 사실상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동훈 후보 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백서 발간이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가르기 위함이라는 의혹이다.
인요한 후보는 총선백서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규 후보에게 "백서를 공개하지 않는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는데, 우리 이상규 후보께서 그거에 대해서 좀 코멘트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발언 기회를 만들어 줬다.
이 후보는 "백서는 우리 당에 당에 헌신하시고 당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신 분들의 피땀 눈물이 다 담겨 있다. 한 1000명 이상의 인터뷰를 한 가장 중요한 우리 당의 앞으로 나아갈 지도"라며 "그런데 그 지도를 지금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있다"라고 친한계를 저격했다.
그는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고, 이 백서를 지금 출간하기 위해서 마지막 회의를 했는데 그 마지막 회의에서 그런 권력에 줄 선 분들이 지금 그 회의를 좀 난장판으로 만들고 회의 1시간 반 해야 될 회의를 3시간 이상 끌면서 지금 조정훈 위원장을 굉장히 괴롭히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김재원 후보의 질문에도 그는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초보자이셨던 분들, 선거를 경험해보지 못하셨던 분들이 엄청난 파도가 있는 이 폭풍우가 있는 바다에서 함대를 운영하는데 잘 모르고 운영하신 것"이라고 한동훈 비대위를 비난했다.
이철규·조정훈 두고도 공방... 차기 권력의 향방은?
이를 두고 이상규 후보와 박정훈 후보는 보다 격렬하게 언성을 높였다. 이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국민의힘이 잘 되기를 바라는 1000명이 넘는 당원들이 참여한 이 총선백서를 폄훼하셨는데 이분들의 순수한 마음을 의심하시는 건지 여쭤보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총선 백서를 총괄하는 위원장이 조정훈 의원이었는데, 그전에 이제 다 의견을 모으기 전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책임이 큰 것처럼 계속 얘기를 해왔고 거기에 맞물려서 본인이 당 대표 출마설까지 불거지면서 본인이 부인하지 않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조정훈 의원은 아시는 것처럼 인재영입위원이었다. 이철규 전 사무총장은 인재영입위원장이었다"라며 "그분들이 주도하는 총선백서가 한동훈 위원장을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 이걸 내도 되는데 이걸 굳이 이 전에 내겠다고 하는 의도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러자 이상규 후보는 "원내대표에서 나온다고 하시지 않았던 훌륭한 의원님들한테 굉장히 망신을 줘가면서 '원내대표 안 나오겠다' 이런 얘기를 듣게 하셨다"라며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설 당시 논란을 언급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을 추켜세우며 방어에 들어간 셈이다.
또한 조 의원에 대해서도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옹호하자, 박 후보는 "어떻게 한 번도 (비판을) 안 했다고 무슨 근거로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맞받아쳤다.
무엇보다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는 우리가 민심으로부터 지금 총선 심판을 심하게 받았잖느냐"라며 "그런데 그 전 단계에 사무총장을 오랫동안 역임하시면서 총선 판을 짜신 분이다. 그리고 대통령과의 수직적인 관계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국민들한테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그분한테는 지금 원내대표를 맡는 게 옳지 않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렇게 (이철규 의원을) 막으셨던 분들이 왜 이제는 권력을 가지려고 최고위원 후보로 나서느냐?"라고 따져 물었고, 한 후보는 "대통령 임기가 3년이 남았는데 지금 한동훈 위원장한테 지금 줄 섰다는 얘기하고 싶은 것 같은데, 저희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팀 한동훈은 개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한동훈·원희룡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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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굳어지는 가운데, 관심은 이제 '최고위원' 중에 친한계가 몇 명이나 당선될지에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가장 다수를 득표한 이를 수석 최고위원에 앉히고, 후순위 3명의 최고위원을 더 뽑는다. 여기에 청년 최고위원 1명을 더해 5명의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경선을 통해 선출된다.
청년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친한계 진종오 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성할당제 덕분에 '반한' 김민전 후보자의 지도부 입성이 이미 확정된 상황이다. 선임하는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계산에 넣더라도, 나머지 최고위원 세 자리 중 두 명은 '친한계'가 채워야 유사시 지도부 '자체 붕괴' 시나리오를 차단할 수 있다.
이미 여의도에서는 갑신정변 '3일 천하'에 빗댄 '김옥균 프로젝트'까지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다. 여차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에 의해 한동훈 당 대표 지도부가 조기에 실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스스로 비상사태를 불러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최고위원 토론회가 뜨거웠던 이유도 결국 각 캠프별로 '누구까지' 최고위원에 당선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후보 선거는 '인지도' 싸움으로 가는 만큼 장동혁 후보와 인요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결국, 남은 한 자리에 '친한' 박정훈 후보가 되느냐, 아니면 '반한' 이상규 후보가 되느냐가 향후 당 지도부의 운명을 좌우할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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