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8천억대 기업의 사위, 정치 세무조사 앞장서"

김종철 2024. 7. 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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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처가 기업 특혜 논란과 정치세무조사 등 도마 위에

[김종철, 남소연 기자]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역대 국세청장 중에 처가가 연 매출 8000억, 자산총액 5000억을 보유하신 분이 계셨나요?"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제가 기억하는 범위에선 없습니다."
천= "대통령의 처가보다도 후보자 처가가 보유한 자산규모가 훨씬 크죠?"
강 = "…"

16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장. 천 의원의 질문에 강 후보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천 의원은 "처가가 자산 규모가 크고, 많은 기업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후보자의) 처가 기업집단 보유가 조세행정의 집행이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불러 일으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는 강 후보자의 처가 기업집단에 대한 이해 상충과 특혜 소지 등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또 강 후보자의 서울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의 탈세 의혹과 함께 서울청장 시절 정치적 세무조사, 석사 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과 역사관 논란 등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천 의원은 강 후보자의 처가 기업집단의 각종 불법 사항을 언급하면서, 국세청이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해 주면서, 산업의 활력을 제고해주자는 취지"라며 "현행 상속세법 중에 조세 포탈이나 회계부정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는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결격사유로 돼 있다"고 소개했다.

부당해고, 산재 등 얼룩진 후보자 처가 기업집단, "400억 세제 혜택?"

이어 "이들과 함께 다수의 근로관계법이나 공정거래법, 형사법 위반이 있는 기업에도 가업상속공제를 누리게 하는 것이 과연 맞나"라며 "공제 축소 등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후보자는 어떻게 보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강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의원님의 말이 맞다"고 답했다.

이에 천 의원은 바로 강 후보자의 처가 기업집단인 '유창'의 사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유창' 기업집단에서 산재 사건이 37건이나 터졌고, 5년 동안 임금체불 신고 건수가 245건, 부당해고 신고가 23건, 직장 내 괴롭힘 건수가 9건,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4건이나 된다"라면서 "다수 근로관계법 위반이 있는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가"라고 따졌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강 후보자는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송구스럽다"라고 사과했다.

천 의원은 "'유창이엔씨'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만약 공제받게 되면 금액만 최소 400억 이상 추정된다. 비록 처가 회사 집단이지만, 이해상충 우려 없이 제대로 정책 수립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강 후보자의 배우자 조 아무개씨 일가가 운영하는 ㈜유창 계열 기업 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8257억 원이고 자산 총액은 5144억 규모로 확인됐다. 유창 계열 법인 5곳 중 4곳은 강 후보자의 배우자가 등기임원으로 올라 있고, 장인과 처남이 대표이사 및 이사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가족기업인 셈이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창 기업집단 내부에서 특정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으며, 강 후보자의 배우자가 이에 따른 증여세를 냈다고 밝혔다. 신 의원에 따르면 처가 일가의 특수 관계기업 24곳 가운데 로뎀코퍼레이션과 유창엠앤씨 등 2곳이 일감몰아주기를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 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증여세를 내야 한다. 

강 후보자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023년 일감몰아주기 증여이익 과세 요건이 발생해 증여세 35만 6000원을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또 향후 처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해선 "회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 후보자는 "지금까지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인해 발생한 소송 및 징계 처분은 없다"면서 "국세청장으로서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그와 관련해 어떠한 보고를 받거나 지시도 하지 않고, 즉시 관련 법에 따른 신고 및 직무회피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서울청장 2년간 11개 업체 정치적 세무조사"
"오해할 수도 있지만 맡은 바 했을 뿐"

또 이날 청문회에서는 강 후보자의 서울지방국세청장 시절에 집행됐던 세무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2년부터 서울지방국세청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과 연관된 쌍방울 그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연관된 네이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의혹과 관련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또 MBC, YTN 등 언론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이라고 지적한 대형 입시학원과 스타강사, 금융권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도 진행됐다.

야권에선 국세청의 이같은 조사가 대통령실의 하명에 의한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비판해 왔다.

전직 국세청 고위직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이들 기업의 세무조사 착수 과정을 따져 물었다. 임 의원은 "쌍방울 그룹에 대한 조사는 국세청 본청 차원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내부조사팀 자체 판단이었는가"라며 "이들 정치적 조사로 언급되는 최종 결재권자는 서울청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 세무조사의 경우 검찰 수사 기업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중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며 "하지만 쌍방울 그룹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일영 의원도 "강 후보자가 서울청장 시절 2년 동안 쌍방울을 비롯해 메가스터디, MBC, YTN 등 11개 기업에 세무조사의 칼날을 세웠다"라면서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나온 후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이날 내놓은 자료에는 윤 대통령의 관련 기업이나 단체에 대한 발언 이후 평균 59일 만에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나와 있다.

"광주사태, 12·12 거사.. '6·10사태'까지 썼다"
"생각 짧았으며 저의 불찰"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에 강 후보자는 "연간 서울청의 세무 조사 건수가 5000여 건에 달한다"라면서 "일부 (조사에 대해) 오해를 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서울청장으로서 맡은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강 후보자의 지난 대학원 시절 석사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과 역사관에 대해서도 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질타가 나왔다.

강 후보자는 지난 1995년 석사 논문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12·12 군사반란을 '거사'로 표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야당과 광주시, 5·18 시민사회단체 등은 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해 왔다.

윤호중 의원은 "해당 논문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12·12 군사반란을 '거사'로 표현한 것 이외 6·10 민주화 항쟁도 '6·10사태'로 썼다"라면서 "후보자가 대학 재학 시절에 이미 6·10 민주화 항쟁으로 다 바뀌었는데도 '사태'로 표현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윤 의원은 이어 "후보자가 국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국민의 입장에서 보지 않고 독재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돌이켜 보면 생각이 짧았으며, 순전히 저의 불찰"이라며 "30년 전 큰 성찰 없이 작성했던 논문의 표현들로 인해, 상처받았던 분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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