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인하 '깜빡이' 켠 파월…코스피가 환호하지 못한 까닭은

염지현 2024. 7. 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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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의장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1분기엔 추가적인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지난주 발표된 통계를 포함해 최근 3개월 지표로 추가적인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UPI=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둔화되고, 노동시장 열기가 식어가면서다. 피벗 신호탄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15일(현지시간) 시장은 파월 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발언에 주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1분기엔 추가적인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지난주 발표된 통계를 포함해 최근 3개월 지표로 추가적인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파월 의장은 기준 금리를 위해선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다는 ‘뚜렷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자신감을 얻은 데는 소비자물가 영향이 크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 올랐다. 시장 예상치(3.1%)를 하회한 데다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다.

김경진 기자

시장은 상반기 뜨거웠던 고용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는 점도 파월 의장에게 확신을 준 것으로 풀이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6월 미국 실업률은 4.1%다. 시장 전망치(4%)를 웃돈 데다 2021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예기치 않게 악화되는 상황이 생기면 Fed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대로 진입하면 피벗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확히) 2%까지 하락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현재 긴축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결국 2% 이하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관련해선)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겠다. (통화정책) 회의를 거듭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6일 오후 2시 기준 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87.6%로 일주일 전(70.2%)보다 17.4%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밟을 확률도 3%에서 12.1%로 높아졌다.

뉴욕 3대 지수도 환호했다. 15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0.53% 오른 4만211.72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각각 0.28%, 0.4% 올랐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 기대와 달리 일제히 금리가 올랐다(채권값 하락).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30년 만기 국채 금리(연 4.463%)는 전날보다 0.066%포인트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4.468%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같은 트럼프 수혜 자산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 때문이다. 미국의 채권값이 떨어진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정책이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엔 ‘트럼프’ 영향이 더 컸다. ‘파월의 비둘기파 발언’에도 16일 코스피(2866.09)는 전날보다 0.18% 오르는 데 그쳤다. 외환 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2.1원 내린(환율 상승) 1384.9원에 마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9월 피벗에 나설 것’이란 호재보다 ‘트럼프’ 당선 확률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 시 수입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값 하락을 압박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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