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035년 기술자립" 호령에 中 지방정부 1·2위 진두지휘
“얼마 전 (시진핑) 총서기가 새로운 과학 ‘진군나팔’과 ‘동원령’을 내렸다. ‘십 년 동안 칼 한 자루만 갈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과학기술이 강한 장쑤성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5일 중국 장쑤성의 서열 1위인 신창싱(信長星) 당 서기가 제1차 장쑤성 과학기술위원회 회의에서 기술 혁신을 촉구하면서 한 발언이다. 장쑤성 기관지 신화일보에 따르면 이 회의에는 장쑤성의 서열 2위 쉬쿤린(許昆林) 장쑤성장도 참석했다. 두 사람 모두 과학기술위원회의 주임이란 역할을 맡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35년까지 첨단 기술의 자립자강을 지시하면서 지방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29일 허난성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과학기술위원회 첫 회의가 속속 개최되는 가운데 장쑤성처럼 지방정부 1·2인자가 함께 책임자 역할을 맡는 ‘쌍주임’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고 대만 연합보가 16일 보도했다.
4월 28일 허난성과 네이멍구을 시작으로 저장·랴오닝·장시성 등에서 성급 과학기술위원회를 구성했다(표). 특히 지린·하이난·쓰촨·간쑤·장쑤성은 허난성과 함께 당 서기와 성장이 위원회 주임을 맡는 이중 책임제를 채택했다.
왕카이(王凱) 허난성장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에 직면해 미래 30년을 내다보는 각오로 솔선해 당 서기와 성장이 주임을 맡는 과학기술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의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당정 기구에서 1·2인자 모두에게 책임을 맡기는 방식은 선례를 찾기 어렵다”며 “기술 자립을 향한 절박함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마다 설치되고 있는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2023년 3월 전인대(국회 격)에서 확정한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에 포함된 중앙과학기술위원회의 지방 조직에 해당한다. 방안은 위원회의 임무에 대해 “과학기술 영역에서 전략성·방향성·전국성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전략과학기술 임무와 핵심 과학연구 프로젝트를 확정하며, 국가실험실 등 전략적 과학기술 역량을 배치하고, 군사 및 민간 이중용도 과학기술을 융합한 발전을 조율한다”고 규정했다.
중앙과학기술위위는 딩쉐샹(丁薛祥·62) 부총리가 주임을 맡고 있다. 딩 부총리는 지난달 회의에서 “신형 거국체제로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과학기술혁신으로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의 빠른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은 “긴박감을 가지고 집적회로·산업기계·기초소프트웨어·첨단소재·과학연구기기·핵심종자 등 취약한 6대 분야의 산업 체인과 공급체인을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이 ‘쌍주임’ 시스템을 도입한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기술전쟁이 자리한다. 특히 2015년 이후 중국과 미국 사이에 기술력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대사는 지난 7일 상하이 과학기술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미국이 앞으로 쇠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실과 객관적 법칙에 어긋난다”며 “미국의 군사력, 금융파워, 과학기술 혁신능력, 문화적 영향력은 여전히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원(王文) 인민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원장도 지난 6월 “미국의 유니콘 기업은 703개로 세계 선두지만, 2위 중국은 340개에 그치고, 2023년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자금 조달액 720억 달러 가운데 91%가 미국으로 흘러갔지만 중국은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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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개혁가, 시중쉰은 경제특구 창설"
한편 중국식 현대화 달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결정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5일 개막한 가운데 관영 신화사가 시진핑 주석에게 ‘개혁가’라는 새로운 칭호를 부여했다. 1만자가 넘는 ‘개혁가 시진핑’이란 제목의 기사는 “시진핑은 개혁의 가족 전통을 갖고 있다”며 “개혁이 막 시작한 1978년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習仲勛·1913~2002)이 중앙의 위탁을 받고 남부로 내려가 광둥성을 다스리며 선전(深圳) 등 경제특구를 창설했다”고 부자를 함께 치켜세웠다.
또, 미국 주요 기업인들이 3중전회 결과를 듣기 위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스타벅스, 나이키, 퀄컴, 하니웰 등 미국 기업 중역들로 이뤄진 대표단은 방중 기간 왕이 외교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과 만나길 희망한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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